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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석의 경제 산책] 신냉전의 경제적 결과들: ③한국 정부, 무엇을 할 것인가?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2/04/08 14:35 수정 2022.04.08 14:35

 

글 싣는 순서
신냉전의 경제적 결과들: ①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기원
신냉전의 경제적 결과들: ②신냉전의 경제적 결과
신냉전의 경제적 결과들: ③한국 정부, 무엇을 할 것인가?


남종석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문재인 정부에서는 사실상 외교라는 게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북한과 초기 화해 무드는 중요한 진전이 될 수 있었는데, 그것이 실질적인 성과가 되기 위해서는 미국과 일본의 주요 외교 라인, 의사결정 라인을 최소한이라도 움직이도록 사전 작업을 했야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그와 같은 높은 수준의 외교력을 구사할 능력도 없었고 특별한 시도도 하지 않은 것 같다. 그 무능을 매웠던 것이 ‘외교적 쇼’였다. 하노이 노딜은 그 결정판이었고, 최근에 있었던 섣부른 일방적 종전선언 또한 외교적 유아성을 대표한다. 유아성이 아니라면 종전 주체가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종전선언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해프닝을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문재인 정부 첫 외교부 장관은 스스로 ‘외교부 성명서’ 하나 발표하지 못하는 자였다. 북한은 더 이상 한국을 대미협상에서 지렛대로 여기지 않는다. 북한 당국의 점점 더 강화되는 호전적 언어와 핵실험 증후는 이런 허망한 남북관계를 대변한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 일본과 외교에서는 무능력을, 중국과 러시아의 동맹에 대해서는 전략적 부재를 드러냈다.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태도를 통해 미일 군사동맹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중국 등과의 경제적 관계도 효과적으로 유지하려는 태도였다. 그러나 구체적인 외교 쟁점으로 내려오면 문재인 정부의 전략 부재는 뚜렷했다. 무엇하나 제대로 진척시키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에는 의문부호를 찍히고, 중국으로부터는 무시당했다.

대서양 동맹과 유라시아 동맹이 더 크게 대립하는 국면에서 한국 외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략 물자 조달 측면에서 한국은 중국, 러시아, 남반부 에너지 공급 국가들과 연결망을 유지해야 하고, 시장 측면에서는 미국과 유럽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으로부터 값싼 최종재를 수입하면 한국인들의 실질소득은 증진한다.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들어오는 핵심 중간재는 한국 제조업 경쟁력 유지에 필요불가결하다.

미국과 유럽은 각각 한국 제품의 15% 이상을 수입하는 주요 시장이다. 한국은행 외화보유고에서 압도적인 비중은 달러다. 채권 보유에서도 미국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행여 한국이 미국과 대립할 경우 자산동결이 될 수 있다. 미국과 전략적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더불어 한국은 성장하는 신흥공업국(러시아, 인도, 남아메리카, 동남아시아)을 주된 시장으로 둔 수출대국이고, 이들 국가에서 한국의 ‘문화적 힘’은 매우 높다. 한국이 국제 외교에서 소프트파워를 행사할 수 있는 역량이 된다면 이 문화적 힘은 더 크게 작용할 것이다.

문화적 힘이 외교적 힘이 되기 위해서 한국은 ‘보편주의 관점’에서 국제 이슈에 접근해야 한다. 시장-안보 차원에서 ‘공존을 훼손하는 것’에는 미ㆍ일이든, 중ㆍ러이든 한국은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내되, 위안부-강제 동원과 같은 역사적 과거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불필요한 갈등’ 같은 것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 특히, 국내 정치에서 지지를 얻기 위해 외교적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매우 좋지 않다. 그 대상이 일본이든 중국이든 말이다.

한국은 미국이 만드는 규칙이 옳지 않은 것이라면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지녀야 하고,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군사적으로도, 산업적 지위로도 더 이상 ‘장기판의 졸’이 될 이유가 없고, 돼서도 안 된다.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에서 한국은 중요한 전략적 동맹국이며 러시아, 중국 역시 쿼드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일정한 양보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국 자신이 확고한 상호존중과 평화, 공동의 선을 지향하는 방향에서 일관된 원칙을 지키고 있을 때 다른 국가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미국-일본과 중국-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조율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소프트파워를 발휘할 때란 의미다.

특히, 한국은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미국-일본과 안보 동맹만큼이나 중국-러시아의 협조를 구해야 북한을 일정한 예측 가능한 존재로 관리할 수 있다. 평화주의와 시장 차원에서 한ㆍ미ㆍ일 관계를 중시하면서도 안보 측면에서 중국-러시아를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북한 핵무장에는 원칙적으로 분명히 반대하되, 미국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도록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것이 외교 역량이다. 이는 미ㆍ일에 대해서도, 중ㆍ러에 대해서도 그렇다.

더불어 양 진영과 긴밀한 외교적 협상 라인을 유지해야 한다. 반대자와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외교 역량이고, 외교 자원은 이런 데 쓰라고 있다. 새로운 당선자가 이 복잡한 상황을 어떻게 관리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시작도 하기 전에 걱정부터 드는 것은 나만 그런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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