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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매화난만(梅花爛漫) 특별기획전..
오피니언

매화난만(梅花爛漫) 특별기획전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3/03/21 10:11 수정 2023.03.21 13:21

전대식
양산시 문화관광해설사
올해로 개관 10년을 맞는 양산시립박물관에서는 3월 10일부터 매화를 주제로 한 개관 10주년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매화난만, 매화가 흐드러지다’라는 이름의 전시회다. 한 지인이 ‘매화난만(梅花爛漫)’을 ‘매화가 만발해 난리가 났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는데, 한자를 따지면 아니겠지만 느낌으로는 가장 마음에 와닿는 풀이다.

매화라고 하면 우리 양산시민은 원동매화축제가 떠오를 것이고, 애주가라면 매실주가, 국악 애호가라면 매화타령이, 글과 그림에 관심 있는 이라면 매화 시와 그림, 매화 벼루 등이 떠오를 것이며, 사군자와 설중매의 고고한 이미지가 연상되기도 할 것이다. 드물긴 하겠지만(혹은 가장 많을지도 모르겠지만) 오만원권과 천원권 지폐부터 생각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 모든 것을 양산시립박물관의 ‘매화난만’ 기획전에 오시면 모두 볼 수 있다.

지금부터 매화가 만발해 난리가 난 양산시립박물관으로 가서 매향(梅香)에 흠뻑 취해보자. 박물관 배려로 우리 해설사들은 이 기획전 실무를 주관한 이지은 학예사로부터 특별 해설을 들었다. 그 내용과 전시장 설명판, 전시회 안내자료 등을 간단히 요약ㆍ편집해 여기에 소개한다.

먼저, 매화의 꽃말은 고결, 충실, 인내, 맑은 마음 등이다. 개화 시기는 2~3월인데, 일찍 핀다고 ‘조매(早梅)’, 겨울에 핀다고 ‘동매(冬梅)’, 추운 날씨에 핀다고 ‘한매(寒梅)’라고도 하며, 특히 눈 속에 핀 매화는 고고하고 기품 있는 ‘설중매(雪中梅)’로 불린다. 선조들 그림 속에서 매화는 먹색 일색의 ‘묵매(墨梅)’, 단아한 색상의 ‘홍매’와 ‘백매’, 달빛에 비친 요염한 자태의 ‘월매(月梅)’ 등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꽃잎 색에 따라서는 ‘백매(白梅)’, ‘홍매(紅梅)’. ‘황매(黃梅)’로 나누는데 우리가 아는 매실은 백매의 열매다.

사료에 처음 등장하는 매화 기록은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 대무신왕(大武神王) 24년(A.D 41) ‘8월에 매화가 피었다(八月梅花發)’이다. ‘봄 3월에 경도(京都, 국내성)에 우박이 내렸다’, ‘가을 7월에 서리가 떨어져 곡식을 해쳤다’는 등 기사로 보아 이 해는 유난히 일기가 불순했던 것 같다.

이후, 특히 조선시대 시ㆍ서ㆍ화(詩書畵)에서는 매화를 천하에 으뜸가는 꽃이며 올곧고 운치 있고 고상한 품격을 지닌 식물로 묘사되는데, 이는 추운 겨울 눈 속에서도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매화의 생태적인 특성 때문일 것이다.

원동매화에 대해서는 조선 전기 학자 김종직(金宗直)이 배를 타고 내려가면서 용당을 보며 지은 「양산 용당(梁山龍堂)」이라는 시에 황매(黃梅)가 나온다. 무오사화와 조의제문으로 잘 알려진 대학자 김종직이 양산에 온 이유와 시 전문(全文)이 궁금하면 특별전에 오시면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초기 매화도는 송(宋), 원(元)에 갔던 문인 화가들에 의해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데 현존하는 작품은 없다. 중기(16세기 중반~17세기)에 들어오면 지조와 절개라는 매화의 상징성이 명료하게 드러난다. 어몽룡(魚夢龍)이 그린 오만원권 지폐 속 월매도(月梅圖)를 보라!

후기(18세기~19세기 중반)에는 채색 매화를 활발하게 그렸으며 홍매화가 그려지기 시작한다. 강세황(姜世晃)과 김홍도(金弘道)의 매화도가 있다.

말기(19세기 중반~20세기)에는 여항문인(閭巷文人) 계층의 정체성을 강하게 표출해 다양한 개성과 필치로 그림이 보다 추상적이고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변모한다. 「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의 조희룡(趙熙龍)이 이 시기를 대표하는 여항문인이다.

이번 기획전에 전시된 매화 관련 그림들 종류는 다양하다. 홍매도(紅梅圖), 월매도(月梅圖), 매조도(梅鳥圖), 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 기명절지도(器皿折枝圖), 책가도(冊架圖), 탐매도(探梅圖) 등 접하기가 쉽지 않은 그림들이다. 그림뿐 아니라 상판을 화려한 나전으로 장식한 달ㆍ매화무늬 경상(螺鈿漆月梅文經床)이 최초로 공개되며, 순백자에 청색 코발트 안료로 매화 문양을 그려 넣은 조선 말기 매화문 청화백자도 10여점 전시하고 있다.

또한, 매화무늬가 장식된 비녀, 노리개, 장도 등 여성의 장신구도 나와 있다. 이른 봄 추위 속에서 피는 매화의 고고하고 강건한 특성이 여성의 절개와 정절로 상징돼 당시 여성의 시대적 윤리관과 부합했기 때문에 여성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마지막 코너에서는 원동매화축제를 소개하고 있다. 때맞춰 특별기획전 개막 다음 날인 11, 12일 주말에 4년 만에 원동매화축제가 열려 약 8만의 인파가 붐벼 성황을 이뤘다. 원동역에 기차가 도착하면 많을 때는 수백명씩 쏟아져 나왔고, 원동역에서 행사장인 원동 주말장터까지 길은 인산인해를 이뤄 ‘매화난만’과 더불어 가히 ‘인파난만(人波爛漫)’이라고도 할만한 광경이 연출됐다.

한반도에서 가장 빨리 핀다는 통도사 자장매(慈藏梅), 눈을 감기 직전에도 ‘기르던 매화에 물을 주어라’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퇴계 선생의 각별한 매화 사랑, 매화에 빠져 주위의 온갖 사물에 매화 이름을 붙이고 평생을 함께 보낸 조희룡 이야기 등은 지면 관계로 생략한다.

못다 한 이야기는 매화가 만발해 난리가 난 양산시립박물관을 방문해 확인하고 매화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마음속 깊이 담아가시기를 바란다. ‘매화난만, 매화가 흐드러지다’ 특별기획전은 5월 14일까지 계속된다.

 

청화 매화무늬 백자, 조선 19세기. [양산시/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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