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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난중일기에 기록된 남해의 섬과 그날의 바닷길을 찾아서..
문화

난중일기에 기록된 남해의 섬과 그날의 바닷길을 찾아서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24/01/05 11:00 수정 2024.01.05 11:01
조진태 작가 <이순신의 바다, 조선 수군의 탄생> 출간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쓴 임진란 르포이자 역사 기행서

<이순신의 바다, 조선 수군의 탄생> 표지. [주류성출판사 제공]

 

눈물을 흘리던 이완이 군령을 듣고 미친 듯이 전고로 나가 다시 북채를 거머쥔다. ‘둥, 둥, 둥, 둥’ 붉은 통곡이 “전투를 이어가라.”고 노량 바다 곳곳을 물들인다. 불사신, 통제사. 시간이 이어진다. 전투가 격렬하게 재개된다. 왜선은 1백 50여 척이 노량 바다에서 침몰하고, 1백 50여 척은 반파된 상태로 절름거리는 항진을 이어갔다. 사령선인 왜대선은 개전 초기에 깨져, 시마즈는 소선에 옮겨 탄 상태였다. 기동이 빠른 2백여 척의 중소선만 온전히 살아남아 고향으로 항진한다. 조명연합 수군은 반파된 왜선을 추격, 50여 척을 마저 잡아낸다. 무술년 11월 19일 새벽 여명 무렵, 삼도 수군통제사 이순신이 전사했다. 향년 54세. -319쪽 ‘남해’ 중에서


효암고등학교 행정실장으로 근무 중인 조진태 작가가 난중일기에 기록된 남해의 섬과 바닷길 순례기를 담은 <이순신의 바다, 조선 수군의 탄생>을 펴냈다.

이 책은 <난중일기- 종군기자의 시각으로 쓴 이순신의 7년 전쟁>, <징비록- 종군기자의 시각으로 회고한 유성룡의 7년 전쟁>에 이은 조 작가의 세 번째 임진란 르포이자 역사 기행서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임진란 당시 상황을 르포 형태로 전개하면서 흘러간 세월 속에 남은 그날의 흔적을 담아냈다.

『난중일기』를 중심으로 유성룡의 『징비록』, 『조선왕조실록』 등을 참고해 임진년(1592년) 당시 수군 활약상과 이후 칠천량 해전에서 붕괴한 조선 수군 재건 과정, 그리고 이순신이 전사한 노량 해전 등을 시공을 넘나드는 방식으로 묘사했다.

또한, 전황에 따라 조선 수군사령부가 옮겨 다닌 남해안 일대와 서해안 일부 바다와 섬을 둘러보며 역사적 상상력을 통해 그 시절 흔적과 이순신, 조선 수군이 강건하게 키워온 불멸의 정신을 담은 대표적인 유적지도 소개했다.

당시 상황은 현재형 서술을 대부분 유지해서 영화 스크린 같은 긴박감을 더하며, 현재로 돌아오면 평온한 일상의 섬과 바다를 여행하며 현실의 삶을 돌아볼 수 있다. 작가는 특히 이순신의 눈물과 땀이 얼룩진 한산도를 비롯해 사량도와 고금도, 고하도, 거금도 등 섬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전란 당시 외로운 섬과 같았던 이순신의 아픔과 고뇌를 부각한다.

이에 대해 조 작가는 “추상화된 정신은 유적이나 조형물을 통해 구체화될 때 그 맥락을 쉽게 전달한다. 따라서 유적이나 조형물 소개에 국한하지 않고 통제사의 정신이나 삶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려는 노력을 동시에 기울였다. 유적 설명 과정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간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머리말에서 밝혔다.

이 책은 임진란 전황을 사료에 기초해 3인칭 관찰자 시점인 르포 형태로 서술했다. 사료에서 확인할 수 없는 불필요한 가정이나 상상은 최대한 배제하고 당시 전투를 객관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묘사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조 작가는 “선조실록 등 역사서는 딱딱한 활자에 불과하지만, 관심과 흥미를 기울이면 그 시대 사람과 삶을 상상하는 무한한 즐거움을 얻는다”며 “유적을 따라가는 여행은 상상 과정에서 즐거움을 더하면서 더욱 쉽게 역사에 접근하는 매력적인 방법이고, 그래서 역사 기행문을 통해 통제사의 삶, 조선 수군의 삶, 나아가 전란의 아픔을 한 번 돌이켜보려고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헌 고증과 잘잘못을 따지는 서술보다 그 시절에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사람과 삶에 대한 문학적 상상과 통찰을 위해 전력했다”며 “다만, 그 깊이가 주어진 재주만큼 허용됐음을 미리 고백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진태 작가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세계일보 사회부, 국제부, 경제부에서 법원, 대검찰청과 대법원,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을 출입했다. 이후 국회의원 보좌관과 디지털타임스 기자로 일했다. 강남 대치동에서 논술학원을 운영했고, 지금은 경남 양산의 효암고등학교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난중일기(亂中日記)- 종군기자의 시각으로 쓴 이순신의 7년 전쟁>, <징비록(懲毖錄)- 종군기자의 시각으로 회고한 유성룡의 7년 전쟁>, <논술인문학- 대입 논술로 풀어보는 인문학 쟁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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