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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기획] 첫걸음 내딛는 양산의 뿌리찾기 ① 문화·전통도시..
사회

[기획] 첫걸음 내딛는 양산의 뿌리찾기 ① 문화·전통도시의 재발견-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07/10/02 00:00 수정 2008.08.19 05:52
박물관 건립 및 유물환수운동

 

   

‘개발도시, 양산? 문화전통도시 양산?’.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도로와 건물이 지어지고 있는 양산은 경남에서도 가장 빠른 도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양산이 신라시대에서부터 이어지는 교통의 요충지로, 문화의 도시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제 삭막한 개발도시를 넘어 새로운 시대, 문화ㆍ전통도시의 복원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올해 새롭게 첫 걸음을 내딛은 ‘양산 박물관 건립 및 유물환수추진위원회’는 문화ㆍ전통 도시 양산의 내일을 시작하는 출발선에 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의 가능성을 가지고 어려운 걸음을 내딛어야 하는 유물환수운동의 현재를 돌아보고, ‘꿈은 이루어진다’는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교훈들을 살펴보자.

1. 문화ㆍ전통도시의 재발견 - 박물관 건립 및 유물환수운동
2. 일본 속 우리 유산 - 동경박물관을 찾다      
3. 사례 1 - 김시민장군 공신교서 반환운동
4. 사례 2 -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 반환운동    
5. 양산의 뿌리 찾기를 말한다

<기획취재팀> 박성진 편집국장 / park55@, 이현희 취재팀장 / newslee@, 조원정 기자 / vega576@

 

성급함보다 끈기를 가져라!

역사와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 공감대 확산 계기로

시민 공감대, 전문적인 실무진, 지자체 지원 삼박자 필수

   
▲ 반출된 유물을 환수하기 위한 양산 지역 사회단체들이 대시민 서명운동과 추진위원회 창립 등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전통문화도시 양산’을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지만 여전히 많은 해결과제를 안고 있다.(사진 위는 2006년 삽량문화축전 당시 유물환수 서명운동 모습, 사진 아래는 지난 7월 창립총회를 가진 ‘양산박물관 건립 및 유물환수운동 추진위원회’)
지난 7월 27일 문화원 3층 강당에서 ‘양산 뿌리 찾기’라는 의미있는 첫 걸음이 시작됐다.

‘양산박물관 건립 및 유물환수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창립총회가 열린 것이다. 추진위는 창립취지문을 통해 석기시대에서부터 다양한 양산지역의 문화 유산들이 양산이 아닌 다른 지역에 위탁되어 있을 뿐 아니라 1920년 일본 총독부의 지시로 북정동 부부총 고분 유물 수백점이 현재 일본 국립동경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따라서 추진위는 양산의 문화유산을 보관·전시할 수 있는 박물관 건립을 추진키로 하고, 더불어 일본에 보관 중인 유물을 환수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다. 이미 지역 문화계 인사들과 향토사학자들 사이에서는 1980년 이후 박물관 건립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유물환수운동에 대한 당위성을 주장해왔다.

지난 1997년에는 문화원 임원과 회원, 사료조사위원 등 19명이 일본 동경박물관을 찾아 양산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의 보관·전시 상태를 돌아보고 온 바 있다. 지난해 삽량문화축전에서는 일본으로 간 우리 유물 환수 서명운동을 전개하여 2만여명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추진위 결성 이후에도 여전히 박물관 건립과 유물환수운동은 ‘제자리 걸음’이라는 인상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우리 것을 되찾고, 그 의미를 후세에 전달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지만 이러한 원칙을 실천할만한 구체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북관대첩비, 김시민 장군 공신교서,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 등이 잇달아 우리 품으로 돌아온 사례들은 살펴보면 양산에서 조그마한 불씨를 피어 올린 박물관 건립 및 유물환수운동이 큰 불로 피어나기 위해서는 시민 공감대 형성,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실무진, 지자체의 지원 등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창립총회를 가지고 추진위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지만 정작 시민들의 관심은 높지 않다. 문화계 인사와 향토사 연구가들이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논리를 계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우리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찾아와야 한다는 논리는 고개를 끄덕거리게 할 뿐 몸을 움직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창립총회 이후 첫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박물관 건립과 유물환수운동을 성급하게 추진하기보다 전시나 보관이 필요한 유물의 전수 조사와 도록(圖錄) 제작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전문인사를 영입한 뒤 기초자료를 작성해 이에 걸맞은 박물관 규모를 제시키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개발도시가 아닌
전통문화도시로 자리찾기

양산은 ‘개발도시’로 문화나 역사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다. 양산이 신라시대 ‘삽량주’로 불리며 가야문화권과 대치하면서 경주문화권에 이어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곳이었다는 사실은 아직 80%에 달하는 외부 유입인구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양산시가 늘 외치는 ‘기업하기 제일 좋은 도시’ 역시 시정 목표가 ‘개발’에 방점을 맞추고 있다보니 시민들이 양산의 역사성과 문화적 역량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시민문화축전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삽량문화축전 역시 올해 ‘가야진용신제’를 주요 테마로 ‘용신’이라는 주제를 잡고 있지만 지역문화 자원을 발굴하고 시민들에게 이를 알리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한편 경남도내에서 살펴보면 시군별 지정(등록) 문화재는 양산이 137건으로 도내 지정문화재의 10%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김시민 장군 공신교서를 환수하는데 성공한 진주시가 131건으로 두 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진주를 전통과 역사의 도시로 부르는 것에 대해 큰 거부감을 가지는 시민들은 많지 않지만 양산을 전통과 역사의 도시로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고개짓을 하는 시민들이 많은 현상은 그 만큼 양산이 전통과 역사의 가치를 소홀히 해왔다는 또 다른 반증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운동이 양산의 문화적·역사적 정체성을 찾는 계기로 작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북정고분군을 발굴했던 전 동아대박물관 관장인 심봉근 동아대 총장은 “양산시의 재정규모나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이같은 운동이 뒤늦은 감이 있다”며 “양산은 김해 못지 않은, 아니 그보다 더 우수한 문화적 자산을 가진 지역”이라고 전한다.

단순히 박물관이라는 건축물이나 유물환수라는 거창한 명분에 사로잡히는 것이 아니라 지역 문화의 소중함을 시민 개개인이 자각하는 기회로, 시민들의 자각을 바탕으로 박물관 건립과 유물환수운동이 성과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전문가의 조언과 실천력을 가진 실무진이 마련되어야 한다. 의지가 있어도 구체적인 실천에 이르지 못한다면 이번 운동 역시 ‘선언적’인 형태로 마무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창립총회를 가지고 본격적인 박물관 건립과 유물환수운동에 들어갔지만 추진위의 활동에 시민들의 기대가 미약한 것은 ‘시민 공감대 부족’이라는 큰 틀에서 이를 타개할 수 있는 ‘자기희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지나치게 관에 의존하는 것 역시 바람직한 운동 형태라 할 수 없다. 문화연대 황평우 문화유산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양산지역에서 유물환수운동의 분위기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운동 방식에 있어 지자체가 나서서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실천력을 가진 실무진이 지자체의 지원을 적절하게 활용할 때 박물관 건립과 유물환수운동이 성과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냉정하게 지금 양산에서 첫 걸음을 내딛은 유물환수운동은 이 3가지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2% 부족한 출발이 아니라 2%의 가능성만을 가지고 시작하는 힘겨운 여정이 우리 앞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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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심봉근 동아대 총장(전 동아대박물관 관장)

"더 큰 포부를 가지세요"
   

'빨리 빨리' 냄비식 추진보다 신중한 첫 계획 수립 중요

심봉근 동아대 총장(사진)은 지난 1990년 동아대박물관 관장으로 북정·신기고분군의 발굴을 담당했었다. 당시 고분군 발굴 과정에 대해 심 총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0년간 관리해온 국가사적 고분군이 철저하게 파괴당했다”며 “막상 열어보니 쓰레기장과 같이 방치되어 망신스러웠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심 총장은 양산지역에서 박물관 건립과 일본으로 유출된 유물환수운동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이야기에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심 총장은 “김해를 역사도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김해의 김수로왕릉이나 대부분 능은

이후에 일부러 복원한 경우지만 양산처럼 고분군이 옛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 않다”며 “가야사에서 김해가 금관가야의 수도였다는 의미가 강한 탓에 김해가 고도(古都)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양산은 신라시대 경주를 제외한 가장 대규모 도시 지역으로 삼국시대에서 김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진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심 총장은 박물관 건립 운동에 대해 “북정고분군 발굴 이후 고분군 곁에 작은 전시관이라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지금 양산시의 재정자립도나 지역경제규모 등을 생각한다면 시립박물관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큰 구상을 가지고 굳이 고분군 곁이 아니라 시내에 위치해 넓은 부지에 양산의 역사적 전통을 구현할 수 있는 박물관으로 건립하는 것도 고려할만 하다”고 덧붙였다. 통도사와 각종 산성, 고분군 등 양산이 가지고 있는 유물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명실공히 ‘양산다운 박물관’이 될 수 있도록 큰 구상을 가지고 꾸준한 실천을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박물관 건립에 따른 유물환수운동에 대해서도 심 총장은 ‘유연한 전략’을 당부했다.

심 총장은 “한일관계의 특수성에서 우리가 무조건적으로 우리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 쉽다”라며 “우리 지역의 유물이 세계적인 유물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우호증진차원에서 접근해 실익을 추구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심 총장은 교환전시나 동경박물관과의 자매결연 등 실익을 얻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심 총장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처음 계획을 잘 짜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동아대 박물관이 부산 부민동에 있는 옛 도청건물을 리모델링해 박물관을 이전키로 한 계획을 사례로 들었다. 3년간 리모델링 작업을 거쳐 내년 이전을 앞두고 있는 동아대 박물관은 옛 도청 건물을 최대한 활용해 박물관 자체를 근대문화유산으로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마지막으로 심 총장은 “자신의 세대에 모든 것이 마무리되길 기대하는 성급함을 버리고 자손들과 함께 하는 양산시민의 공원, 영구적인 교육기관으로 박물관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양산시민과 양산시가 생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며 박물관 건립과 유물환수운동이 정확한 방향을 가지고 실천력을 가질 것을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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