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하산(下山)
오피니언

하산(下山)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7/12/26 09:44 수정 2017.12.26 09:44
시간과 목표를 정해놓고 달려온 삶
산을 오른다는 말은 내려온다는 말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서로에게
새로운 시작을 북돋울 용기를 주자













 
↑↑ 이현희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중국 무협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주인공이 복수를 위해 무예를 익히려 스승을 찾아 헤매다 어렵사리 무림 고수를 만난다. 처음에 고수는 스승이 되길 거부하지만 곧 주인공을 제자로 받아들인다. 그 순간부터 주인공은 갖은 고초를 거치며 스승의 가르침을 받는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주인공 무예가 스승을 뛰어넘는 때가 찾아오면 스승은 주인공에게 나지막이 이야기한다. 

“이제 그만 하산(下山)하거라”


누군가 스스로 목표했던 일을 하고 있을 때 그 성과를 알고 싶은 마음이 든다. 소설이나 영화에서처럼 누군가 나에게 다 이뤘으니 이제 그만해도 된다는 말을 건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물론 현실에선 모든 성과를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람들은 대부분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개인적인 목표가 있을 수 있고, 조직이 원하는 성과일 수 있다. 목표를 정한다는 말은 기한을 정한다는 말과 같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이라는 기준을 정해놓은 것은 사람들이 스스로 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잣대를 마련하는 일이다.
아무런 기한 없이 목표를 달성하는 일은 의미 없는 일이다. 무한정 노력한다고 해서 이룰 수 없는 경우도 많겠지만 기한에 맞춰 원하는 성과를 얻는 일이 목표가 가진 속성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사람들은 뒤를 돌아보기 마련이다. 연말이면 새해 첫날 또는 한 해 동안 세운 계획과 목표를 점검하고 때론 뿌듯한 기분에 어깨가 우쭐해질 수 있고, 때론 막막한 마음에 고개를 떨구기도 한다. 


1년 356일이라는 시간이 수백, 수천만년을 이어온 우주에서 큰 의미를 가질 리 없다. 다만 불과 100년을 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편의를 위해 구분한 시간 개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목표를 시간에 맞춰 성취하려는 삶의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한 해가 저물어갈 무렵, 언론은 그 시간에 맞춰 한 해를 정리하는 보도를 쏟아낸다. 양산시민신문 역시 2017년 마지막 발행하는 송년호를 준비하면서 한 해를 되돌아봤다. 양산지역만의 특별한 사건사고가 있었고, 전국 상황에 맞춰 양산에서 일어난 굵직한 일도 있었다. 반복하는 송년호 준비가 늘 새로운 까닭은 올해도 참 파란만장(波瀾萬丈)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도 어김없이 떠오른다. 

 
비단 기사 속 사건뿐만 아니라 기자들이 현장에서 취재했던 상황과 그 뒷이야기도 함께 생각난다. 지역신문은 지역의 경전(經典)이라는 전 편집국장의 지론대로 기자들은 늘 현장에서 지역을 기록해왔다. 단지 한 해가 아니라 양산시민신문을 창간한 지 14년이 지나는 순간까지 말이다. 


때론 쳇바퀴 돌듯 흐르는 시간에 무뎌지기도 하면서도 건강한 지역신문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잊은 적은 없다. 어려운 살림살이에, 휴일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지만 늘 묵묵히 그 일을 해왔다. 물론 누구도 강요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누구도 이제 그만 하산하라고 말해줄 수도 없다. 


각자 생각의 몫은 다르겠지만 양산시민신문 기자로, 무엇보다 양산시민의 한 사람으로 지역신문 필요성을 몸으로 느끼며 한 해를 다시 보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스스로에게 서로에게 잘 견뎌왔다는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양산시민신문이 걸어온 길을 묵묵히 지지하고 있는 독자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산을 오른다는 말은 산을 내려온다는 말과 같다. 



정상에 오르던 그렇지 않든 간에 산을 오른 만큼 다시 내려오게 마련이다. 누구든 자신이 스스로 선택해 오르는 산이 있다. 비록 정상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선택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다. 굳이 오르지 않아도 되는 산을 선택했다고 해서 그를 비난할 자격 역시 없다. 다만 스스로 선택한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 멀리서 크게 소리쳐 방향을 잡아주는 정도가 서로에게 할 수 있는 커다란 위로다. 


사는 동안 수많은 인생의 산을 오르내리며 우리는 목표를 달성하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성취감과 실망 속에서 더 큰 교훈을 얻는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2017년 한 해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모두에게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의 말은 건넨다. 


“이제 그만 하산하라”


끝이 아니라 새로운 등반을 시작하기 위해 산을 내려와야 한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