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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첫걸음 내딛는 양산의 뿌리찾기②일본 속 우리 유산 ..
사회

[기획]첫걸음 내딛는 양산의 뿌리찾기②일본 속 우리 유산 - 동경박물관을 찾다창고 속에 갇힌 우리 유산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07/10/09 00:00 수정 2008.08.19 05:52
1920년 일본 발굴 315점 동경 박물관 소장자매결연, 교환전시 등 유연한 환수 추진 필요

양산은 오랜 전통을 가진 역사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유물들이 체계적인 관리를 받지 못한 채 산재되어 있다. 신라시대로부터 유구히 내려오는 역사와 함께 통도사, 천성산 등에 흩어진 역사문화자원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로 ‘문화전통도시, 양산’을 시작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특히 일본에 의해 발굴되어 현재 일본 동경박물관에 보관 중인 신기ㆍ북정고분군 부부총의 유물환수운동은 양산의 역사적 정체성을 되찾는 시발점으로 상징적 의미가 크다 할 수 있다. 양산의 정신이 ‘개발’과 ‘파괴’가 아닌 ‘지속’과 ‘복원’이라는 새로운 주제로 대다수 시민들에게 자리 잡는 일은 현재 눈부신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는 양산이 떠안아야 할 숙제이다. 

<기획취재팀> 박성진 편집국장 / park55@, 이현희 취재팀장 / newslee@, 조원정 기자 / vega576@

일본 땅에서 우리 유물들이 잠자고 있다.

난 1920년 일본 총독부의 명령에 의해 발굴된 신기·북정고분군 부부총 유물 315점은 제대로 된 발굴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과 13일 만에 모든 조사를 마치고 현재 일본 동경박물관에 전시·보관 중이다.

1920년 11월 13일에서 25일까지 실시된 일본의 발굴작업은 총독부의 명령에 따라 발굴 가치가 있는 유효한 고분을 선택해 10일 이내에 조사를 마친다는 간단한 원칙에 의해 이루어졌다.

일본에서 발굴조사를 담당한 조선총독부 고적조사위원 우마즈카 제이치로(馬場是一郞)와 총독부 기수 오가와 케이키치(小川敬吉)는 발굴 이후 7년 뒤인 1927년 발굴보고서를 펴냈다.

비슷한 시기 전국 각지에 유물들이 일본의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무차별적인 발굴을 당하면서 발굴보고서조차 없이 일본에 반출된 사례를 살펴보면 부부총의 발굴보고서 작성은 부부총 유물의 가치가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부부총에서 출토된 유물의 종류와 고분의 형태 등 중요한 역사적 사료를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 한편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 동경박물관
일본 최고의 박물관

일본 동경박물관은 일본의 수도인 동경에 있는 국립박물관으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할 뿐 아니라 규모도 최고인 명실상부한 일본 제일의 박물관이다.

   
▲ 1920년 일본 통독부 명령에 의해 발굴조사된 북정고분군 부부총에서 출토된 유물. 현재 일본 동경박물관에 보관전시되어 있지만 당시 출토되어 반출된 315점 유물 대부분이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시계방향으로 동경박물관에 보관전시 중인 금동제관, 그릇받침, 금관, 받침이 달린 그릇.
지난 1872년 건립된 동경박물관은 본관, 헤이세이관, 호류지보물관, 동양관 등 4개의 전시실과 효케이관, 자료관, 수장고, 정원 등이 10만1천566㎡ 부지에 조성되어 있으며 상시 전시유물수가 2천점에서 2천500여점이 넘는 최고급 박물관이다.

현재 동경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은 일본 국보급 유물 87점과 전국 사찰에 위탁받은 국보 50점 등을 포함해 서류상 기재된 유물만 11만점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 전통문화재를 최다 보유하고 있다. 또한 연간 120만명이 관람을 하고 가는 동경박물관은 연간 4~5회의 특별전시를 하며 일본 최고의 박물관이라는 명성을 지키고 있다.

이 가운데 양산에서 출토된 유물이 전시된 곳은 지난 1968년 개관한 동양관 3층 전시실이다. 동양관은 일본을 제외한 동양 지역인 중국, 한국, 동남아시아, 인도 등에서 출토된 미술, 공예, 고고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3층 전시실인 조선관은 한국에서 반입된 각종 유물들이 전시되고 있는데 양산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대부분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으며 순회전시에 따라 3점에서 많게는 6점 정도가 3개월 단위로 순회전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산하에서 위상 변화
반환 협상 창구 다변화

동경박물관은 올해 초 독립법인으로 새로운 위상을 정립하게 된다.

일본의 4개 국립박물관인 동경박물관, 교토박물관, 나라박물관, 구주박물관과 동경문화재연구소, 나라문화재연구소 등 2개 문화재연구소가 지난 4월 독립행정법인 국립문화재기구로 문부과학성 내 문화청 산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지위를 가지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정부 지원에 재원을 의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법인 이사장 역시 정부의 관료 출신이 임명되고 각 박물관과 연구소 책임자가 임명되고 있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연간 20억엔 가량의 재정이 투입되는 동경박물관의 경우 90%가 정부 보조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나머지 10%는 입장 수익과 시설 임대 등으로 충당되고 있다.

하지만 동경박물관의 입지가 달라진 점은 앞으로 양산에서 추진되고 있는 유물환수 운동의 창구가 달라졌다는 점을 의미한다. 물론 일본 정부가 결정의 주요한 열쇠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국립박물관의 주요 사업에 대한 체계상 의결권을 가진 독립행정기구의 존재는 협상 창구가 일본 정부, 독립행정법인 국립문화재기구, 동경박물관 등으로 다변화된 셈이다. 

양산박물관 설립 이후 실무적인 교환전시나 자매결연 등 방법론은 박물관 실무자간의 협상이 필요하고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의 협상은 국회나 정부 차원에서 힘을 실어야 하는 등 위와 아래에서 전략이 필요하고, 독립행정기구를 상대할 수 있는 문화재청과의 유대 관계도 더욱 절실해진 셈이다. 일본의 수도인 동경을 상징하는 동경박물관이 기초단체를 상대하기 보다 상급 단체와의 협상을 선호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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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ㆍ북정 고분군이란?

양산의 역사적 정체성 밝혀줄 뜻 깊은 유적

   

정비 사업 완료, 유물전시관 건립 계획
공원화 목표, 시민 참여 없는 추진 우려

사적 93호로 지정된 신기·북정고분군은 신라시대로 추정되는 대형 무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신기동 산 29번지 일원에 대형 고분군이 모여 있는 지역이다.

이곳 부부총과 금조총 등지에서 발굴된 유물들은 과거 양산이 신라와 가야, 백제의 영향을 받으며 신라시대 경주 다음으로 큰 세를 과시한 지역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이 가운데 1920년에 일본에 의해 부부총이 발굴되었고, 이후 사적 지정 이후에도 방치되어 오다 1990년 동아대박물관이 나머지 고분군에 대한 발굴작업을 시작하면서 다시금 역사적 조명을 받게 됐다.

동아대박물관이 발굴 작업을 마친  ‘금조총’이란 이름이 붙은 고분에서는  금동관, 은제허리띠장식, 금제 귀고리, 청동다리미, 금제 새다리, 토기 등 많은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태환이식(太環耳飾, 순금 귀고리)은 일제시대 경주 보문리에서 출토되어 국보 90호로 지정된 귀고리를 닮았지만 장식성과 정교함이 훨씬 뛰어난 금 세공품으로 평가되어 고고학 관련학자들의 깊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 귀고리 탓에 처음 양산 이식총(耳飾塚)으로 부르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금귀고리보다 순금제 새다리(金鳥足) 한 쌍이 더 가치가 높다는 의견에 따라 금조총이라 불리게 된다.

이러한 신기·북정고분군은 양산이 가야 문화권이었다는 막연한 추측을 뒤집고 신라시대 삽량주로 불리며 가야 문화권과 대치한 채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지역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신라시대 경주 다음으로 강력한 세력을 떨치며 각종 교통·물류 중심지역으로 오늘 날 양산의 모습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는 셈이다.

시는 지난 2003년부터 이 고분군 일대를 재정비하기 위해 예산을 투입하며 신기·북정고분군 공원화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1990년 동아대박물관 발굴 작업 이후 끊임없이 제기된 신기·북정고분군 정비 사업이 10여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첫 걸음을 뗄 수 있었던 것이다. ‘개발’에 치우친 양산의 시정 방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첫 걸음을 내딛은 공원화 사업 역시 역사의 복원보다는 시민 휴식 공간 조성에 방점이 맞춰져 있다는 사실에서 우려를 낳게 한다.

양산시는 지난 8월 고분군 일대 13만5천846㎡ 부지 내 지하 2층, 지상 3층 연면적 4천958㎡ 규모의 시립 유물전시관을 설치하기 위해 건립 예상부지의 시굴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본에 있는 유물 315점을 포함해 동아대 박물관 1천900여점, 다 지역 박물관에 있는 유물 외에도 흩어져 있는 개인 소유 문화재의 기증 운동까지 고려한 적정한 유물전시관 또는 박물관 건립 계획이 재정비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굳이 문화재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고분군 주변에 전시관을 고집하기 보다 양산의 정체성을 내세울 수 있고, 시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제3의 공간에 전시관을 마련하는 것도 고려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고분군 주변을 ‘고향의 봄 동산’ 조성 등의 공원화 계획과 연계시켜 고분군의 역사적 가치보다 시민 휴식공간으로 조성하려는 방향에 대해 시민들의 공감대를 거치는 사전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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