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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 벽화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일방통행식 사..
기획/특집

◆ 벽화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일방통행식 사업 지양, 시민공감대 조성 필요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08/04/29 12:00 수정 2008.04.29 01:30
위치선정에서 디자인까지 주민의견 수렴해야





미술가, 학생 참여시킨 타시ㆍ군 사례 참고토록

지난해부터 시는 도시미관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시내 주요 옹벽과 교각 등에 벽화사업을 실시했다. 하지만 11곳에 걸쳐 실시된 벽화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사람마다 제각각인 디자인 취향은 둘째치더라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충분한 여론 수렴이 부족했다는 것이 한결같은 지적이다.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여론수렴 절차와 사업 진행방식 등이 충분히 고민되지 않은 채 행정편의주의적인 사업 진행은 결과적으로 벽화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단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이에 양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벽화사업의 문제점을 돌아 보고, 바람직한 방향 설정을 모색해 보았다.
↑↑ #사례1
양산시(왼쪽)와 경기도 시흥시(오른쪽)의 도로 벽화 모습. 양산의 경우 좁은 인도로 벽화를 시민들이 즐길 여유가 없는 곳을 선택한 반면, 시흥시는 채색된 벽면을 시민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한 양산은 자연을 그린 일반적인 디자인을 선택해 벽화사업을 진행했지만 시흥시는 시흥9경을 테마로 디자인을 제작해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벽화를 제작했다.
ⓒ 양산시민신문



양산시는 지난해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에 아름다운 벽화를 통해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도시 미관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모두 11곳의 옹벽, 교각, 담장 등에 벽화사업을 추진했다.
 
모두 2억3천만원이 투입된 이 사업에서 시는 양산대학 교수의 자문을 통해 디자인안을 마련하고, 각각 2천만원씩을 들여 사업을 완료했다. 사업 완료 이후 벽화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오히려 예전만 못하다는 비난의 목소리는 물론 더러운 벽면이 도색돼 훨씬 보기 좋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생각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올해 50여곳에 추가로 진행하기 위한 벽화사업은 시의회의 반대로 '멈춤' 상태다. 시의회는 당초예산 심의 과정에서 벽화사업 예산이 필요 이상 책정되었다는 것과 책정된 기준조차 모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본지가 입수한 지난해 벽화사업 견적서에 따르면 견적산출비용의 적정성을 떠나 계약금액인 2천만원에 맞춰 견적 내용을 짜맞추기한 흔적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견적서의 내용 가운데 앞뒤 금액이 맞지 않은 것은 물론 같은 업체인데도 다른 자재단가가 적용된 경우도 발견됐다.
 


#효과보다 '과정'에 무게둬야

더욱이 사업장마다 다른 규모의 벽화 작업인데도 수의계약 금액에 맞춰 모든 사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시가 도시 미관 정비를 위해 벽화사업을 추진하는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절차상 문제를 곳곳에 안고 있음에도 재추진을 강행할 경우 사업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는 것이 시의회의 입장이다.
 
양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벽화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처음부터 '시민 참여'가 배제된 채 진행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사업 당시 시의회는 벽화사업 추진과 관련 디자인에 대해 예산 편성 이후에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일부 사업은 발주가 끝난 상태였으며, 예산이 승인될 때 1곳당 3천만원씩 사업비를 분배하겠다는 계획도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주민숙원사업비로 편성된 예산 일부가 벽화사업을 위해 사용되기도 했다. 시민들의 대표 기관인 시의회조차 사업 추진과정에 배제된 채 사업이 진행되었던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위치 선정에서부터 디자인 확정, 사업 시행 등 전 과정에서 시의회는 물론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은 반영될 통로를 갖추지 못했다.
 
경기도 시흥시의 경우 양산시와 마찬가지로 주민숙원사업비 1천만원을 들여 연성동 경찰서 앞 벽면(길이 130m, 높이 3m)에 시흥 9경을 테마로 벽화 작업을 실시했다.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시흥시와 시흥시의회는 지역 미협회원과 주민들을 상대로 벽화 디자인에 관한 의견 청취를 시행하고, 최종 디자인 확정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거친 후 사업을 시행했다. 또한 업체 선정 이후 사업 진행을 지역 미협회원들이 직접 관리ㆍ감독키도 했다.
 
사업을 주도한 시흥시의회 안시헌 의원은 "벽화 디자인은 10명이면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며 "주민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의 여과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주민설명회 등 여론 수렴을 적극적으로 전개했다"고 말했다.
 
양산시가 읍ㆍ면ㆍ동을 통해 사업대상지를 물색한 뒤 곧 사업에 착수한 것과 대조를 보이는 장면이다.
 
올해 1억원을 들여 벽화사업을 진행 중인 경기도 양주시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양주시는 양주역 옹벽구간(길이 350m, 높이 3m)에 벽화를 그리기 위해 최근 디자인 공모를 실시했다. 그리고 공모 자격에 대해 시각디자인 업체(한국디자인진흥원에 신고를 필한 업체), 대학교 부설 디자인 관련 연구소, 사단법인에 등록된 미술 협회 및 디자인 협회 등으로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선정된 업체에게 사업권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양산시가 계획하고 있는 곳보다 규모가 훨씬 크긴 하지만 양주시가 디자인 공모에 배정한 예산은 2천만원이다. 양산시가 50여곳에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배정키로 한 예산은 1천만원에 불과해 한 번 시행하면 두고두고 시민들의 입방아에 오르게 될 사업을 안이하게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벽화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보다 신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사업의 취지는 좋지만 벽화 자체가 호불호를 심하게 느낄 수 있는 디자인적 요소가 강한데다 한 번 사업을 시행하면 되돌리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사업에 주민들을 직접 참여시키는 방법으로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 #사례2
양산시(왼쪽)와 김해시(오른쪽)의 벽화 모습. 양산의 경우 화단에 정성스레 가꾼 꽃에 비해 화단 벽화 색채가 지나치게 화려해 정작 돋보여야할 꽃들은 보이지 않고 화단만 강조되는 느낌을 주고 있다. 반면 김해시는 벽면 위로 자란 나무와 벽면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데다 페인트를 사용하지 않고 타일로 벽화를 구성해 세련된 느낌을 주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전담부서 종합계획 수립해야

한 사례로 부산시의 경우 올해 달동네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벽화사업을 추진하면서 대학 미술동아리와 동호회,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봉사단의 지원으로 사업비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절감하고 있다. 또한 재료비 역시 문화재단과 기업체의 후원을 통해 마련해 시 예산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사례를 언급한 경기도 시흥시 역시 지역미협회원들이 관리ㆍ감독을 맡으면서 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한 충남 서천군의 경우 지역 내 애니매이션고등학교 학생들이 봉사자로 나서 마을 입구와 시장 옹벽 등에 벽화사업을 3년째 시행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직접 주민들이 원하는 디자인 설문지를 작성해 벽화 디자인을 만드는 일에 반영하고 있어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서천군은 학생들에게 필요한 재료비와 보조 경비를 지원하는 협조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이 밖에도 김해시는 도시디자인과를 신설한 후 벽화사업을 비롯한 도시 경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시디자인 지침을 마련하고, 이에 준해 벽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양산시의회는 지난달 벽화사업 등 도시경관 관리를 전담하게 될 도시디자인과 신설을 승인했다. 시가 추진하고자 하는 도시 경관 사업을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조치였다. 또한 양산시 역시 <도시경관조례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따라서 벽화사업을 포함한 도시경관사업 전체가 준비된 제도에 따라 시민 의견을 반영해 차근차근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 #사례3
양산시(왼쪽)와 충남 서천군(오른쪽)의 벽화 모습. 양산의 경우 인근 주민들의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벽화 사업을 진행한 반면 서천군은 지역 내 고등학생들이 주민들에게 직접 설문조사를 실시한 디자인을 벽화 소재로 삼아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주민 의견을 수렴한 만큼 지역 특성과 동네별 특성을 잘 표현하고 있지만 양산은 일괄 디자인 채택으로 전혀 양산만의 특색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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