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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닭 잡으려다 사람 먼저 잡겠네요"..
정치

"닭 잡으려다 사람 먼저 잡겠네요"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232호 입력 2008/05/20 13:01 수정 2008.05.20 12:25
◆ AI 발생 양계농가, 살처분 현장을 가다

AI 인체 감염 우려로 살처분 현장, 인력 부족 심각

공무원ㆍ군ㆍ 경찰까지 투입, 추가 확산 방지 '구슬땀'

ⓒ 양산시민신문

지난 2004년 이어 AI의 악몽이 다시 양산을 덮쳤다. 이번 AI 발생은 그동안 재발생을 막기 위한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생해 양계농민들을 더욱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자식같은 닭들이 가마니에 던져지는 장면을 보면서 양계농민들은 일손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닭들을 살처분해야 하지만 일손이 턱없이 부족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무원과 군, 경찰까지 투입된 살처분 현장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사람에게까지 AI가 전염될 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돌면서 살처분 현장은 돈을 주고도 일손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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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닭 먹을 줄만 알았지 닭 잡을 줄은 몰랐네요"

지난 17, 18일 이틀간 양산시청 소속 공무원들은 때아닌 닭 잡기 소동에 휘말렸다. 11일 양산에서 AI가 발생된 후 고병원성으로 판정이 나면서 살처분을 위한 작업에 긴급 투입됐기 때문이다.
 
절반씩 임무를 나누어 살처분 현장을 다녀온 공무원들은 마음이 편치 않다. 최근 정부에서 공무원 인원감축 계획을 통보한 데다 AI가 인체에 감염될 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공직자로 공공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지만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미 AI가 발생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부서별로 주중에도 파견을 보낼 명단을 작성하면서 건강에 문제가 생길 지도 모르는 임산부나 환자는 명단에서 제외시키긴 했지만 동료들이 힘들게 작업을 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만 뒤로 빠지기는 개운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공무원 가운데 여자 직원 비율이 늘어나면서 만만치 않은 작업을 남녀구별없이 진행하는 것도 부담이다. 닭 잡는 것을 한두 번쯤 보아온 시골 출신 남자 직원 역시 살아 있는 닭을 만지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한 여직원은 이번 살처분 작업을 위해 그동안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다 중단했다. 현장에 투입되기 위해서 먹는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의 부작용이 걱정되어서다. 동료들은 굳이 현장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일손이 부족해 나가는 동료들을 외면하기가 어려웠다.
ⓒ 양산시민신문
 

이런 걱정은 비단 여자 직원만의 몫은 아니다. 남자 직원들 역시 항바이러스제 부작용도 걱정되고, 인체 감염 여부가 불확실한 AI에 대해 막연한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5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방역복에 보호안경까지 착용하고 진행하는 살처분 작업이 만만치 않다. 방역복 사이로 땀이 흐르는 것은 물론 밀집된 사육방식으로 한 사람이 겨우 드나드는 양계장을 누비는 것조차 힘든 일이다.
 
일당 8만원이면 구하던 일반용역인부도 살처분 현장을 꺼리면서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실시하는 살처분 현장에는 공무원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일손이 부족하자 군과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양계장에 들어가 일일히 닭들을 가마니에 담아야 하는 작업은 공무원들의 몫이다.
 
복무 중인 젊은 군인과 경찰들의 부모들이 살처분 현장에 직접 접촉하는 것을 항의해왔기 때문이다.
 
군인들은 공무원들이 가마니에 담은 닭을 매몰 장소까지 운반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고, 경찰 병력은 방역초소를 지키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살처분 조치로 모두 123만수에 달하는 닭과 오리, 매추리 등을 처분해야 하지만 일손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한 공무원은 "공직자로 솔선수범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AI나 항바이러스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도 없이 무작정 현장으로 나가는 일이 개운치 않다"고 말하며 작업을 다녀온 뒤 퍼렇게 멍든 팔을 내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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