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상북면 외석리에 위치한 한 양계농가에서 AI(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이후 이 일대 양계농장은 닭들을 살처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13일 최초 신고된 닭 폐사 원인이 고병원성 AI(H5형)으로 확진되면서 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3㎞ 내 모든 닭을 살처분하라는 지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11일 김아무개씨가 운영하는 산란계 농장에서 키우던 닭 6만2천마리 가운데 497마리가 집단폐사하자 방역당국은 고병원성AI라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이 일대 43개 농가 123만마리에 달하는 닭과 오리, 메추리 등을 살처분키로 했다. 양산시 역시 긴급방역대책회의를 열어 양계농가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하고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공동노력키로 했다. 2004년 상북면 한 농가에서 AI가 발생한 이후 반경 10㎞ 이내 91개 농가의 닭, 오리 등 181여만마리를 처분해 110억원 가량의 피해를 입은 양산 지역에서 또 다시 AI가 확인되자 그동안 개별농가는 물론 양산시 차원에서 발생 방지 노력을 기울여왔던 수고가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에 모두 허탈해 하고 있다.
올해 초 전북지역에서 처음으로 AI가 발생되었을 때만 해도 극도의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방역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전국으로 확산되는 AI에 양산도 무릎을 꿇고만 것이다. 하지만 최근 AI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어온 개별 농가의 닭, 오리 사육과 거래와도 거리가 먼 산란계 농장에서 AI가 발생되면서 해당 농가는 물론 관계 당국 역시 공황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AI가 최초로 발생한 농장의 경우 이미 지난 AI 파동을 겪으면서 최신 설비를 갖추고 철새 등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밀폐식으로 운영되어 왔기 때문이다.
소규모 이동이 자유로운 육계와 달리 산란계는 이동이 비교적 투명한데다 농장을 출입하는 사람들 역시 방역 절차를 거쳐왔기 때문에 이번 AI 발생은 더욱 충격적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령과 싸우듯 양계농가와 방역당국은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 진행되는 방역 효과가 어디까지인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폐사한 닭에 대해 역학조사를 의뢰한 상태지만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6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현재 진행되는 살처분은 계획대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양계농가들은 최초 AI가 발생한 이후 살처분 중인 닭에서는 추가 AI 발생이 확인되지 않고 있자 일률적인 잣대로 모든 닭과 오리 등을 살처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람에게까지 전염될 우려가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이 같은 주장을 펼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만에 하나라도 AI가 가금류는 물론 사람에게까지 확산될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AI 추가 발생을 막기 위해 일부 농가는 20억원을 들여 설비를 개선하고, 자체 방역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분주히 노력해왔지만 이번 AI 발생으로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 정체를 모르는 AI와 언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망연자실한 심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