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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시의회, 맥 빠진 추경 예산심의..
정치

시의회, 맥 빠진 추경 예산심의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233호 입력 2008/05/27 11:06 수정 2008.05.27 10:16
관련 조례 '나 몰라' 원칙 없는 예산 승인

의원간 '눈치 보기' 견제 기능 상실 우려

시의회(의장 김일권)가 제96회 임시회를 통해 제1차 추가경정 예산 심의를 마무리했지만 논란이 된 일부 사업들에 대해 '지역 활성화'를 근거로 대부분 승인해 의회 견제 기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3일부터 23일까지 시의회는 10일간 '2008년 제1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된 889억원에 대해 심의를 마치고 ▶거리미관 정비사업 디자인 용역 5천만원 ▶거리미관 정비사업(벽화조성) 3억원 ▶지하철 교각 기둥 도색 1억3천만원을 삭감하고 예비비로 전환했다. 집행부가 제출한 889억원 가운데 3건, 4억8천만원을 삭감한 것이다.
 
하지만 사업 타당성에 대해 논란이 일었던 각종 민간보조금과 일부 사업비에 대해 시의회가 사실상 원안 통과에 가까운 예산 승인을 하면서 집행부의 예산 집행을 감시ㆍ견제해야할 의회 기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보조금과 사업에서는 오히려 선출직 의원들이 지역구 표심을 의식한 나머지 문제점이 분명한 사안에 대해서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조례 무시한 선심성 예산 집행
 
이번 추경 예산 심의에서 문제가 제기되었던 민간보조금 지원 사업은 공동주택 지원과 학교경비 지원, 사회단체보조금 등 크게 3가지 분야로 나뉜다. 공통점은 이들 사업이 모두 시가 정한 조례에 따라 지원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만 조례와 상관없이 예산 승인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우선 이미 지적한 바 있는 공동주택 지원 사업은 모두 5건의 경로당 신축ㆍ매입 사업이다.<본지 232호, 2008년 5월 20일자> 시의회는 지난 당초예산 심의에서 <양산시 공동주택관리지원조례>에 따라 체육시설 지원을 위한 예산 5억4천500만원을 삭감했었다. 시의회는 이들 사업이 관련 조례상 체육시설 지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삭감했지만, 같은 사항인 경로당 지원 사업에 대해서는 입장을 바꿔 예산을 승인했다.
 
이번에 승인된 공동주택 내 경로당 신축 사업은 ▶신기주공아파트 경로당 신축 1억2천만원(도비 7천만원, 시비 5천만원) ▶덕계 대승2차아파트 경로당 신축 도비 7천만원 등이며, 경로당 관련해 한영아파트 경로당 개축 1억원(도비 5천만원, 시비 5천만원), 선우아파트의 경우 경로당 사용을 위한 아파트 매입비 용도인 시비 6천만원이 포함되어 있다.
 
시의회는 이들 사업이 관행적으로 자연마을이나 단독주택지구에 경로당 신축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어 형평성 차원에서 지원키로 했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앞서 시의회가 체육시설 지원 예산을 삭감한 것과 입장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자연마을과의 형평성을 고려한다고 해도 같은 공동주택과의 형평성은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공동주택관리조례에 따라 집행부는 올해 노후한 공동주택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당초예산에 5억원의 예산을 편성하고,시의회의 승인을 얻었다. 집행부는 지원 대상이 되는 공동주택에 대해 사업 신청을 받고 있다.

사업 신청은 조례에 따라 일정 비율의 자부담을 하게 되는데 이번 경로당 지원 사업은 자부담 없이 시의 지원만으로 사업이 가능해져 조례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는 공동주택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집행부는 이번 추경에서 공동주택 관리조례에 따라 5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 공동주택 지원 사업이 원칙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원 조례의 취지와 맞지 않는 사업은 비단 공동주택뿐만이 아니다.
 
이번 추경에서 집행부는 ▶양산고 태권도부 숙소 리모델링 공사 3천500만원 ▶남부고 실내체육관 바닥공사 1억3천100만원 ▶백동초 체육관 보수 1천만원 ▶웅상중 체육관 전기시설 설치 3천만원 등 교육지원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이 역시 <양산시 교육경비보조에 관한 조례>에 의해 매년 지원되고 있는 사업이다. 집행부는 올해 당초예산에 교육경비보조를 위해 15억2천만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이 예산 한도가 아닌 별도의 예산을 편성한 것 역시 조례를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또한 해마다 선심성 예산 집행의 논란을 불러온 사회단체보조금 역시 도마에 올랐다. 이번 추경에서 집행부는 특정 사회단체에 대해 사회단체보조금이 아닌 민간경상보조로 ▶JCI 경남울산지구 회원대회 지원 3천만원 ▶2008 바르게살기운동 전국대회 참가비 1천만원을 편성했다.

특히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의 경우 이미 올해 사회단체보조금으로 운영비 1천600만원, 읍면동위원회 운영비 1천530만원, 영호남 친선교류 300만원, 국토대청결운동 및 기초질서캠페인 100만원 등 모두 3천530만원을 지원받고 있어 타 단체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또한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는 현역 시의원인 정재환 의원이 단체장을 겸직하고 있어 이번 예산 승인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보조금 예산 편성과 관련해 시의회는 일부 사업들이 현실과 맞지 않고, 지역 활성화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집행부와 시의회가 스스로 규칙을 정한 조례를 무시하는 것은 '절차'를 중시해야 할 시의회가 사려 깊지 못한 판단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이들 조례가 '선심성 예산 집행'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만큼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한 제도 정비부터 시의회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정이 있다면 충분한 논의와 토론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한 뒤 거기에 걸맞은 예산 편성과 집행이 이루어져야 행정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 때 그 때 달라지는 기준으로 예산이 집행된다면 결국 시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각종 사업, 특히 민간보조사업이 '눈먼 돈'에 불과하다는 행정 불신을 스스로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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