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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기자수첩] 전가(傳家)의 보도(寶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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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가(傳家)의 보도(寶刀)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08/05/27 17:45 수정 2009.02.18 11:46

↑↑ 이현희 취재팀장
ⓒ 양산시민신문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란 말 그대로의 의미는 '대대로 집안에 전해지는 보검'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의 의미보다 '어떠한 한 사실을 자주 들먹이며 모든 상황을 회피하는 것'이라는 상투적인 의미가 오히려 자주 쓰인다.
 
최근 시와 시의회는 새롭게 추진하려는 모든 사업에 전가의 보도인 것처럼 사용하는 말이 있다. 바로 '지역 활성화'라는 말이다.
 
시청 출입 기자로 어느 덧 3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 동안 시와 시의회가 집행한 수많은 사업 가운데 거의 대부분 사업이 '지역 활성화'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이번 추경심의에서도 집행부가 시의회에 설명한 사업들은 한결같이 '지역 활성화'란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고 있었다.

특히 표를 먹고 사는 선출직 의원들에게 '지역 활성화'란 말은 말 그대로 무엇이든 베어 버리는 전가의 보도가 된다. 의원 스스로 역시 자신의 지역구에 해당하는 사업은 '지역 활성화'라는 말로 문제를 제기하는 동료 의원들의 입을 닫게 한다.
 
시민의 세금을 통해 사업을 집행하는 시와 시의 사업을 견제하는 시의회는 무엇보다 시민의 세금이 적절한 곳에 적절한 규모로 사용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당연한 전제가 '지역 활성화'라는 말 앞에서는 무기력해진다.
 
원칙도 없는 보조금 집행, 사업성이 결여된 무리한 사업, 시민과 소통하지 않은 전시성 행정. 이런 사업들이 '지역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제대로 된 평가도 거치지 못하고 고스란히 예산에 반영되고 집행된다.

'없는 것 보다 있는 게 낫다'는 말을 부인할 수 없지만 예산이 정확한 목표를 가지고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시민의 세금을 다루는 공공기관의 역할이 아닐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지역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는 사업들이 각자의 삶에 바빠 시민들이 지나치는 동안 펼쳐지고 있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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