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곳곳에 늘어가는 공공시설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행정 서비스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시가 추진 중인 '양산시 시설공단설립 사업'이 고민에 빠졌다.
지난 11일 시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양산시 시설관리공단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용역을 담당한 한국자치경영평가원의 분석에 따르면 12개 사업 모두 수익성 없는 공공사업으로 현재나 공단 설립 이후에도 경영 적자가 예상되며, 공단 전환 시 예상되는 비용 감소 역시 8천727만원에 그치는 것으로 보고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자치경영평가원이 지방공기업법 제49조에 따라 설립 타당성을 사전검토하도록 시가 의뢰한 12개 사업에 대해 대부분 비용절감 측면에서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시가 기대한 수치보다 낮게 나와 시설공단 설립이 '시기상조'라는 시의회 일부 의원들의 판단을 설득할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분위기였다.
시는 인건비가 대부분인 관리 비용에서 타당성이 인정된 11개 사업을 공단 업무로 전환할 경우 8천여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보게 된다는 보고에 공단 설립 당위성을 주장하기에 역부족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날 보고회에는 오근섭 시장과 구도권 부시장, 관련 부서 국ㆍ과장이 참석해 중간 보고를 마친 평가원 관계자들에게 인건비 절감과 조직 축소 등을 통해 효과를 명확히 나타낼 수 있도록 최종 보고서를 작성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번 보고회에 포함된 주요 사업은 ▶양산종합운동장 및 실내체육관 ▶웅상문화체육센터 ▶문화예술회관 ▶웅상도서관 ▶공영주차장 ▶어곡지방산업단지 폐수종말처리장 ▶유산폐기물 매립장 ▶음식물류폐기물 공공처리시설 ▶수질정화공원 ▶자원회수시설 ▶양산지방산업단지 폐수종말처리장 ▶종량제 봉투 판매사업 등 12개이다.
평가원은 이 가운데 민간위탁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공영주차장 사업은 현행 민간위탁방식이 경제적일 뿐 아니라 관리 규모가 협소해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나머지 11개 사업은 비용절감이나 공공서비스 향상을 위해 공단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들 사업을 공단으로 전환할 경우 장기적으로 공단본부를 포함한 11개 사업부서에 181명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위탁관리계약이 체결되어 있거나 당장 공단 전환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일부 사업을 장기 과제로 남겨두고 우선 시행가능한 종합운동장, 웅상문화체육센터, 문화예술회관(종량제봉투판매사업 병행), 웅상도서관, 어곡폐수종말처리장, 양산폐수종말처리장, 유산물폐기물매립장 등의 업무를 관장할 8개 부서, 101명의 인원으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평가원의 이러한 분석은 현행 민간위탁 또는 시 직영으로 운영되는 이들 사업이 현행대로 공무원과 민간업체들에 의해 운영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운영수지 악화를 가져오고, 공공서비스의 질도 떨어질 수 밖에 없어 공단 전환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비용절감 효과가 눈에 띌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이 시 집행부를 당혹케 한 것이다.
오 시장은 보고회에서 "공단 설립에 신규 인재를 채용할 경우 평가원에서 검토한 내용보다 훨씬 더 큰 비용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평가원 관계자에게 보고서 재작성을 강력하게 요청하기도 했다. 함께 참석한 국장들 역시 시의회를 설득할만한 구체적 차이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며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평가원 관계자는 "이번 타당성 검토는 법령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으로 공단 전환 사업에 대해 타당성 여부를 따지는 것이지 이후 운영 부문은 지자체의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답변했지만 참석한 공무원들의 답답함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편 지난달 시의회는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조직개편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안과 시설공단 설립을 연계시키지 말 것을 집행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조직개편안 설명 과정에서 담당 고위 공무원이 감축된 인원을 앞으로 시설관리공단에 배치할 것이라는 요지의 말을 하자 당시 김일권 전반기 의장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는 상태에서 집행부가 시설관리공단 설립을 전제로 인력 감축과 직제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단 설립이 공무원들의 자리 보전용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서 나온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