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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양산으로 이어졌던 봉하의 꿈..
기획/특집

양산으로 이어졌던 봉하의 꿈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283호 입력 2009/06/02 10:39 수정 2009.06.02 10:44
퇴임 후 에덴벨리ㆍ통도사 방문, 양산부산대병원서 서거 공식 확인



↑↑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 연꽃단지 조성을 위해 지난해 7월 통도사 서운암을 방문했을 당시 모습. 노 전 대통령은 서운암에서 토종 연꽃 종자를 받아 봉하마을 개발에 활용하겠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 양산시민신문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양산과 3차례 인연을 맺기도 했다.

퇴임 후 평범한 시민으로, 고향을 지키는 농부로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힌 바 있는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귀향한 첫 대통령으로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에서 '귀향의 꿈'을 실천했다. 양산은 김해와 인접해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왔다.

무엇보다 노 전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봉하마을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한 이후 양산부산대학교병원으로 옮겨져 최종 서거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그의 마지막 생애가 양산에서 끝을 맺었다고 할 수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양산을 3차례 공식 방문했다. 물론 양산지역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은 업무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3차례 모두 노 전 대통령의 활동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양산을 첫 방문한 것은 지난해 6월 에덴벨리 리조트를 찾은 것이었다.

지난해 6월 7일 에덴벨리리조트에서 열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정기총회에 참석한 노 전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당시 논란이 되고 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에 대한 생각들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촛불시위가 이렇게 위력적일 줄 예측하지 못했다"며 "새삼 시민들이 무섭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며 '국민이 대통령'이라는 그의 소신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촛불집회 시위대가 청와대로 돌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우려를 보이며  쇠고기 협상이 잘못됐다고 해서 정권퇴진을 진심으로 밀어붙이는 일은 민주주의 과정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퇴임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노사모 정기총회에 참석한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노무현의 생명 동안 노사모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한국 정치 문화를 위해 양심있는 정치인이 편안하게 정치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해 서거 이후 '지역주의 타파'와 '균형발전'에 대한 이들의 활동 방향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양산과의 인연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노사모 총회 참석 후 한 달만에 통도사 서운암을 찾은 것이다.

고향 봉하마을을 생태마을로 가꾸고 싶다는  고인의 뜻에 따라 통도사 서운암을 직접 찾아 야생화 단지를 둘러보고 연꽃단지 조성에 필요한 토종연꽃 종자를 얻어가기도 한 것.

노 전 대통령은 서운암 일대에 할미꽃, 금낭화, 벌개미취, 참나리, 하늘매발톱 등 100종이 넘는 다양한 야생화와 서운암 성파 스님이 10여년간 제작한 16만 도자 대장경을 보관할 '대장경각'을 둘러봤다. 견학 내내 노 전 대통령은 암자 내 심은 야생화와 나무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며 이름을 물어보기도 했다.

특히 봉하마을 사저 앞에 있는 논에 조성할 남개연 단지를 위해 서운암에 조성된 남개연 밭을 꼼꼼히 살펴보는 등 이번 방문 목적에 충실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퇴임 후 평범한 시민으로 꿈꿔왔던 '봉하의 꿈'을 양산에서 한 수 배우고 돌아간 셈이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방문은 모든 국민의 비극이었다.

측근 비리와 자신에게 옥죄어 오는 검찰 수사 상황에서 고향 봉하마을에서 목숨을 스스로 버린 뒤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을 찾은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공식 서거 사실이 확인된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은 당일 오전 수많은 취재진과 시민들로 사실상 업무가 마비된 상태였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기 앞서 전직 대통령의 서거라는 사실은 조용했던 양산의 주말 풍경을 충격으로 뒤바꿔 놓았다.

이후 종합운동장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2만여명의 양산시민은 다시 보지 못할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기억하며 그에게 추모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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