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공산(無主空山)
허범도 국회의원이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음에 따라 양산은 오는 10월 28일 재선거를 치루게 된다.
지난 23일 대법원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허 의원의 회계책임자 김아무개(52)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허 의원 역시 선거법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 것.
지난 2008년 4월, 총선 투표를 하루 앞두고 선관위가 허 의원의 선거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시작된 허 의원의 선거법 위반 혐의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지역정가의 관심을 모아 왔다. 특히 이번 재선거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출마할 후보군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지역정가의 이합집산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후죽순(雨後竹筍)
10월 재선거가 결정되자 벌써부터 국회의원 후보군과 지방선거 후보군간의 이해득실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자천타천으로 재선거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군은 한나라당만해도 10여명이 넘는다. 무엇보다 현재 관심의 대상은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양산 출마 여부이다. 박 대표는 허 의원의 대법원 판결 이후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 이미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반기 국회의장을 노리고 있는 박 대표로서는 원내진입이 절실한 상황이고 ‘지역 발전을 위해 거물급 정치인이 나서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 지난 총선에서 공천에 탈락한 김양수 전 의원 역시 양산으로 복귀할 뜻을 비치고 있다. 김 전 의원 외에도 한나라당 거물급 인사 가운데 정형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역시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동주 전 의원 역시 출마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거물급 인사들의 출마에 대해 지역정가에서는 양산은 이미 2차례 이른 바 ‘낙하산 공천’으로 홍역에 휩싸였던 만큼 지역을 잘 아는 지역정치인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토박이론’을 주장하는 출마예상자들은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 탈락한 경험이 있는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친박계열로 공천 탈락 이후 무소속 출마한 유재명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과 웅상지역 출신인 이장권 전 도의원 등은 낙하산 공천을 비난하며 지역발전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밖에도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 탈락했던 박상준 해운청소년수련원 이사장, 이상대 부산외대 겸임교수, 이창진 (주)조은이웃 대표, 한충민 한양대 교수 등도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정희 전 경남대 교수, 류수열 변호사, 배재욱 전 청와대 민정수석 행정관 등도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 외에도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 이후 지지도가 상승 중인 민주당과 부산·경남 친노세력들 역시 양산에 후보를 출마시킬 태세다. 이러한 움직임은 노 전 대통령의 49재 이후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친박연대, 민주노동당 역시 양산에 후보를 출마시킨다는 방침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객전도(主客顚倒)
10월 재선거는 후보군의 난립만큼이나 다양한 이슈를 유권자에게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부산·경남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날 것인가하는 점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 정당의 사활을 건 선거전이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 심판 성격을 강조할 야당과 이를 방어해야할 여당 사이의 치열한 공방전은 지역선거가 아닌 중앙정치판의 대리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한나라당 공천 과정에서 불거질 ‘거물론’과 ‘토박이론’ 간의 공방은 매번 선거 때마다 지역정가의 분열을 가져온 결과를 반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재선거가 내년 지방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에 따라 지방선거 후보군과 국회의원 후보 간의 합종연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정작 유권자는 소외된 채 후보자만의 잔치로 재선거가 전락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의 냉철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오는 30일부터 재선거 예비후보등록이 시작되는 등 재선거 일정이 진행되고 있다. 양산은 10월 재선거를 거쳐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1년 가까이 선거 열풍에 휩싸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