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본격적인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사업을 둘러싼 논란을 그칠 줄 모르고 오히려 갈등을 양산하고 있다. 지난 6월 정부가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이후 양산지역에는 이미 선도지구로 지정된 물금읍 물금리ㆍ증산리 일대 4.1km 구간(양산1지구)과 동면 가산리 일대 1.94㎞ 구간(양산2지구) 외에 원동면 용당리 일대 4.02㎞ 구간이 추가로 정비지구에 포함됐다. 정부 발표 이후 원동면 용당리 일대 농민들은 정부의 사업 추진이 일방적이라며 생계대책을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농민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용당지역을 중심으로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문제점을 짚어 보았다.ⓒ 양산시민신문
계획이 안 보인다
양산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모두 3곳이다. 6월 마스터플랜 발표 이전에 선도지구로 지정된 물금읍 물금리와 동면 가산리 일대 외에 원동면 용당리 일대는 추가로 하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생태학습장과 공원, 자전거 도로 등이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선도지구로 지정된 2곳과 마찬가지로 용당지구 역시 구체적인 실시설계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보상부터 착수한 상황이다. 물금지구의 경우 이미 보상이 마무리되어가고 있으며, 가산지구 역시 보상을 위한 조사작업이 마쳐가고 있다.
용당지구는 6월 마스터플랜 이후 사업시행기관인 국토관리청은 6월말까지 토지와 물건에 대한 기본조사를 마치고, 7월 보상계획 공고, 감정평가사 선정, 8월 감정평가, 9월 보상협의 절차를 거쳐 연말께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업범위와 내용에 대해서는 '대외비'라는 이유로 사실상 함구해왔다. 보상업무를 위탁받은 양산시조차도 마스터플랜 발표 이후 보상대상자인 농민들에게 설명할 기본계획을 파악하지 못해 난감해 했다.
지금까지도 실시설계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기본적인 사업개요만 파악됐을 뿐 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추진될 지 감을 잡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시 관계자가 농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주민설명회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알지 못한다고 고백한 것은 정부의 사업이 얼마나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가 하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업시행을 맡은 국토관리청과 조사업을 진행하는 토지공사, 보상업무를 위탁받은 양산시 모두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사업대상지에 포함되는 농민들은 물론 공무원조차도 사업 추진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상을 둘러싼 농민과 정부의 갈등은 물론이고 문화재 존치를 둘러싸고 과연 문화재 지표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나 했냐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사람이 안 보인다
현재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곳은 용당지구에 포함된 농민들이다. 정부는 하천유역에 위치한 농지가 하천오염의 주범이라며 이번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주요 정비 대상으로 손꼽았다. 그 결과 정부의 마스터플랜에는 대다수 농지가 사업대상지로 포함되었고 농민들은 대대로 생계를 유지해온 지역에서 하루 아침에 쫓겨나는 신세로 전락하게 됐다.
농민들은 대체농지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농사 지을 땅을 빼앗기는 것은 곧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일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농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식적인 답변 없이 사업 강행만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정부 역시 경작농가에 대해 충분한 보상과 농지임대차를 알선하겠다는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농민들의 수긍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민들은 정부가 마련한 보상대책이 실질적인 생계 보장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용당지구의 경우 수십년째 수박과 딸기 등을 생산해왔지만 농협 등을 통한 계통출하보다는 이른 바 '밭떼기'로 불리는 개별출하를 해온 탓에 보상을 대비한 근거자료를 마련하기 어려워 제대로 된 영농보상을 받기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용당지구는 하천유역으로 고시되지 않은 사유지가 대부분이지만 지난 마스터플랜 발표 이후 정부가 일방적으로 하천유역으로 고시해 농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민들은 주민 여론 수렴 없이 하천유역으로 고시한 것이 보상을 강제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자연친화적 정비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계획 속에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정부의 보상계획이 농민들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청천벽력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정부의 보상대책으로는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도 생계를 유지하기도 어렵다며 농민들은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는 엄격한 법 집행만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가 안 보인다
정부의 하천정비계획은 하천유역을 자연친화적인 수변공간으로 재정비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물금과 동면, 원동 지역에 지정된 하천정비사업은 생태탐방로, 자전거도로, 생태공원 등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계획되어 있다. 이러한 정부의 방침은 "자전거도로 하나 만들려고 대대로 이어온 삶의 터전을 빼앗고 있다"는 농민들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실제 4대강 살리기 사업 대상지에 포함된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자연과 문화경관 대신 인공구조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공원화된 정비지구를 사업 완료 이후 관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재원과 계획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아 수요 파악 없는 계획이라는 비난도 사고 있다.
용당지구의 경우 1천300년의 전통을 가진 가야진용신제(伽倻津龍神祭)를 지내는 제례공간인 '가야진사(伽倻津祠)'가 이번 사업대상지에 포함되면서 수몰될 위기에 처했다. 현재 경남 무형문화재 제19호로 등록되어 있는 가야진사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위해 용당리 일대 122만5천㎡를 준설하는 과정에서 사업지구에 포함되어 있는 상황이다.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용당리의 낙동강 폭이 가야진사 방면으로 150m 이상 넓어져 낙동강변에서 100여m 정도 떨어져 있는 가야진사의 수몰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곳에는 2006년 가야진사 인근에 10억여원을 들여 건립한 가야진용신제 전수관이 있지만 사업대상지에 포함되면서 무용지물이 될 처지다. 또한 지난 5월부터 추진해 왔던 가야진용신제 제단 설치와 주변 정비사업도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전면 중지됐다.
이러한 문제가 제기되자 국토관리청은 실시설계 단계에서 가야진사를 이전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천년의 세월을 이어온 전통문화가 하루 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본질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