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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여든 다섯 평생동안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왔던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앞에 국민들은 남겨진 '지역주의 타파'와 '평화통일 완수'라는 과제를 풀어야 할 짐을 안게 됐다.
지난 18일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지자 온 나라는 깊은 슬픔에 잠겼다. 지난 5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가 있은 지 불과 3개월만에 일이어서 잇단 전직 대통령 서거는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장으로 결정되자 20일 양산시는 종합운동장에 분향소를 마련했다. 20일 오전 10시 오근섭 시장과 간부공무원의 합동 분향으로 공식 운영된 분향소는 영결식이 엄수된 23일 자정까지 김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분향소가 운영된 20일부터 23일까지 양산지역에서는 모두 1천600여명의 시민들이 김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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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향우회 주남식 회장은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통해 동서화합을 위한 노력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30여년간 반복해온 지역감정을 해소해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가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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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영남 토박이라고 말한 김진호(52,물금) 씨 역시 분향을 마친 후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오해는 정치적인 산물"이라며 "김 전 대통령이 쌓은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에 대한 업적은 반드시 재평가를 거쳐 인정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분향소에는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김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기 위해 참석한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조영미(37,중부동) 씨는 6살 난 딸아이의 손을 잡고 분향소를 찾았다. 조 씨는 "아이들에게 훌륭한 대통령이 평생 나라를 위해 헌신해왔다는 사실을 전해 주고 싶어 분향소를 찾게 됐다"며 "지난 노 전 대통령 때도 분향소를 찾았는데 아이에게 짧은 기간 동안 2명의 전직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사실을 설명하기가 어려웠다"고 연이은 대통령 서거에 대한 애통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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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리던 날, 영결식장인 국회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은 집에서 또는 상가에서, 터미널에서 TV를 통해 국회 영결식장을 지켜봤다.
평생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온 고인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영면을 기원하며 한 마음으로 '화합'을 떠올렸다. 군사정권의 탄압에 온 몸으로 맞서다 지역주의의 희생자로 고초를 겪은 김 전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에도 '용서'와 '화합'을 강조하고 떠났다.
이날 영결식은 김 전 대통령의 뜨거웠던 삶처럼 뜨거운 햇살이 쏟아져내렸지만 고인의 마지막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고인의 가는 길을 지켜봤다. 종합운동장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햇살 아래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박윤정 시의원(민주,비례대표)은 "김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통해 북한을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 내 평화통일의 기초를 마련한 분"이라며 "최근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을 해소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떠나신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결국 우리 세대에게 미완의 과제로 남겨진 '동서화합'과 '평화통일'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북한조문단이 방문,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얼어 붙은 남북관계에 변화가 기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통일'이라는 주제는 또 다시 시대적 사명으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경쟁사회에서 날로 각박해져가는 사회에 '용서'와 '화해'라는 주제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 영결식이 마친 뒤 김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는 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단상에 올라 시민들에게 감사와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 여사는 단호한 목소리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대단히 감사합니다. 제 남편은 일생을 동하여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피나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많은 오해를 받으면서도 오로지 인권과 남북의 화해협력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제가 바라옵기는 (여러분이) 남편이 평생 추구해온 화해와 용서의 정신 그리고 평화를 사랑하고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는 행동의 양심으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이것이 남편의 유지입니다"라고 말해 더 많은 국민들이 실천하는 행동의 양심이 되길 기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57분 조총과 진혼곡이 울려퍼지고 참석자들의 묵념,그리고 "서거했지만 온겨레의 가슴속에 영원한 지도자로 살아 계실 것입니다. 영면하십시오"라는 사회자의 발언을 끝으로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미디어법 통과 이후 극한 대치 상황을 펼쳐온 여야 정치권 모두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향후 정국 변화가 기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요소가 더 많다는 분석이다. 특히 양산의 경우 오는 10월 재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립이 어떤 변화를 겪게 될 지 벌써부터 전국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