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지도60호선 2단계 개설 사업 구간 가운데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곳은 바로 북부천 위로 개설 예정인 고가도로 1.9㎞ 구간이다. 이 구간은 국지도60호선이 신기동에서 김해 상동면으로 이어지는 9㎞ 구간에 포함된 곳으로 높이 15~25m 고가도로로 계획되어 있다. 따라서 북부천 위로 아파트 6, 7층 규모의 고가도로가 도심을 가로지르는 형태로 들어서게 된다. 주민들은 이러한 국토관리청의 계획이 시대 상황과 맞지 않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며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의 주장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고가도로 개설로 인한 생활권 침해, 인근 학교에 미치는 학습환경 저해, 구도심 슬럼화 가속화 등이다. 이에 대해 국토관리청은 주요간선도로로써 부산광역시 기장군에서 전남 목표시까지 연결되는 국지도60호선이 제대로 된 도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고가도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국비가 지원되는 도로 개설 사업이 설계 변경될 경우 국비 지원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주민설명회가 두 차례 무산되면서 갈등이 장기화 양상으로 접어든 국지도60호선 개설 사업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 국토관리청이 계획하고 있는 국지도60호선 2단계 건설 계획에 따르면 북부천 위로 아파트 5층 높이의 고가도로가 설치될 예정이다. 가상조감도처럼 고가도로가 건설될 경우 아파트 조망권은 물론 신기초등학교 건물이 북부천 반대편에서 볼 때 시야에서 완전히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 양산시민신문
▶▶녹색성장 아랑곳 않는 사업 추진
주민들은 국지도60호선 고가도로 건설 계획이 녹색성장을 지향하는 정부 방침과도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시장 재직 당시 최고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청계천 고가도로 철거와 청계천 복원을 사례로 북부천 고가도로 건설이 탁상행정의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부산 온천천 일대 지하철 고가화의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문화의 거리, 구름다리, 산책로 등이 조성돼 도심 내 시민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북부천을 친환경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주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현재 시는 북부천의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 양산천종합개발계획에 북부천 구간을 포함한 하천수 확보 방안을 고심 중이기도 하다. 또한 현재 계획대로라면 양산천을 횡단하는 교량이 삽량문화축전 개최 장소인 양산천 둔치 위를 지나도록 되어 있어 양산시민들의 문화공간을 잃어버릴 우려가 있다.
▶▶2천700여명 초ㆍ중ㆍ고 교육환경 외면
지난해 6월 주민설명회 당시 주민들이 가장 크게 반발한 것은 생활권 침해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주민들이 들고 나온 반대 이유 가운데 가장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은 바로 북부천과 맞닿아 있는 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문제이다. 고가도로가 계획되어 있는 북부천 일대에는 불과 하천 유역에서 불과 20~30m 안팎에 신기초등학교, 양산중ㆍ고등학교 3곳이 몰려 있다. 현재 신기초 22학급 667명, 양산중 27학급 950명, 양산고등학교 32학급 1천138명의 학생이 3월부터 새로운 학기를 맞게 된다. 이 지역에 다니는 학생들은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온 북부천 인근 아파트 주민들뿐만 아니라 중앙동, 삼성동 일대 학부모들에게도 고가도로 건설로 인한 학습권 침해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주민설명회에서 한 주민은 삼성중학교의 사례를 언급하며 고가도로 건설이 아이들의 학습권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주민은 경부고속도로 건설로 인해 삼성중학교 학생들이 각종 소음과 분진으로 제대로 된 수업을 진행하기가 어려웠다며 이러한 점을 설계에 반영해 노선을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단절로 구도심 슬럼화 가속 우려
고가도로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북부천 일대는 삼성동과 중앙동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들 지역은 서로 교류를 통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구도심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고가도로 건설로 인해 두 지역이 단절되는 현상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가도로 건설이 삼성동과 중앙동을 분리하게 되면 지역 간 상호 교류가 뜸해져 상권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또한 그동안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온 시의 정책도 모두 수포로 돌아가도 말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시의회 정재환 의장은 “구도심을 활성화하기 위해 북부천을 중심으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해왔다”며 “고가도로 건설은 이러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와 지역의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존 도로 활용한 우회도로안 제시
주민들은 국지도60호선이 국토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이미 1단계 구간 가운데 웅상지역과 시청 소재지를 연결하는 법기터널이 주민 숙원사업으로 올해 부분개통을 해 동서간의 화합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북부천 위를 통과하는 고가도로만이 대안인 것처럼 주장하는 국토관리청의 입장에는 분명한 반대의사를 표시하며 기존 도로를 활용해 주민들의 민원을 해소하고 도로 개설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주민설명회 이후 주민여론을 수렴한 시의회와 시는 부산 기장군에서 신기동으로 이어지는 국지도60호선 1단계 11.43㎞ 구간의 종착지를 옛 경부고속도로 양산나들목 부지로 연결해 기존 국도35호선과 연결되는 광로와 양산대교를 거쳐 유산공단 앞 도시계획도로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교통량의 분산을 위해 양산중ㆍ고등학교 앞을 지나고 있는 도시계획도로를 정비해 종합운동장 뒤편 제방에 개설 중인 도시계획도로와 연결되는 교량을 건설해 양산천을 횡단하는 변경안도 마련한 상태다.
이러한 대안에 대해 국토관리청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일단 밝혔지만 주요간선도로로써 국지도60호선이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하려면 고가도로가 불가피하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 도로를 재정비할 경우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을 국지도 관련 사업비에서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양산대교 앞 지하차도 개설이나 기존 도시계획도로 확장 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시 자체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국토관리청이 주민들이 제시한 대안을 채택한다하더라도 재원 마련을 둘러싼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 주민들은 이러한 국토관리청의 설계노선이 아닌 국도35호선과 만나는 북부천 좌우측 도시계획도로를 활용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상태다. ⓒ 양산시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