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도 자산이다?
양산시가 1천150억원에 달하는 지방채를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시 관계자는 “채무에 대해 갚는 능력을 고려해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재정 운영에 대한 걱정을 일축하고 있다.
양산시가 지방채 발행을 통해 추진한 사업들은 대부분 도시기반시설인 상ㆍ하수도와 도로 개설 등이다. 특히 지난해 양산시는 정부의 재정조기집행 기조와 맞물려 306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정부가 재정조기집행 평가 항목에 지방채 발행 비율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항목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같은 정부의 방침은 지방재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됐다.
최근 지방재정을 이야기하면서 무분별한 지방채 발행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단순히 빚을 냈기 때문에 재정이 어려워졌다는 식의 접근은 오히려 본질을 흐리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지방채 발행을 독려하는 정부나 지방채 발행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에서는 부족한 재원을 지방채를 통해 마련,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하는데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는 주민들이 원하는 도로 개설 사업을 조기에 착수해 이후 보상액이 상승하는 것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주장은 타당해보이기도 한다. 지가 상승으로 인한 보상액 상승율보다 지방채 이자율이 훨씬 낮아 재정 운영이 보다 합리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설명이다. 일반 가정에서도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하는 것처럼 부족한 예산을 지방채를 통해 마련, 주민들을 위한 도시기반시설 확충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인 셈이다.
부실한 예산 운영은 모르쇠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지방채 발행 이면에 숨어 있는 일반예산 운영을 들여다보면 허실이 드러나고 있다.
지자체가 빚을 내는 이유는 단순하다. 현재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빚을 낸다는 것이다. 필요한 사업이 있는데 재원이 없어서 빚을 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 가운데 우선순위와 사업 타당성 논란을 겪다 강행되는 사업들을 보면 ‘돈이 없다’는 해명이 새빨간 거짓말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양산시의 경우 지금까지 사업 타당성 논란을 겪고 있는 농산물종합유통센터 건립 부지 매입비 299억원 가운데 남은 134억원을 지난해 추경까지 편성한 후 토지주택공사에 완납했다. 또한 300억원을 들여 쌍벽루를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하는가 하면, 수백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3천석 시민회관을 건립하기 위해 1억2천500만원을 들여 용역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행히 이 사업들은 나동연 시장이 취임하면서 재검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사업이 취소 또는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비단 이러한 대형개발사업 뿐만 아니라 민선4기에 중점적으로 실시된 도시경관사업에도 문제점이 보이고 있다. 숲가꾸기와 도시조경, 벽화사업 등 각종 도시경관사업에 지난 몇 년 사이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에 대해 무리한 사업 추진이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90여억원을 투입해 최근 준공을 앞두고 있는 양산천 구름다리가 대표적인 도시경관사업의 사례다. 이 밖에도 최근 몇 년간 작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이 투입된 도시경관사업은 빚까지 내서 도로 개설 사업에 투자하는 양산시가 적정한 수준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는지 논란을 낳고 있다.
계획없는 개발사업 이제 그만
올해 초 행정안전부는 전국 지자체별로 지방재정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면서 양산시의 지방재정 상태에 대해 지방채무잔액지수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고 일반순자산 감소가 나타나고 있어 재정안정성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양산시가 중기재정계획과 예산 편성에 연계성을 가지고 체계적인 재정운영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계획’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시장의 의지에 따라 추진되는 각종 개발사업이 지방재정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빚도 자산’이라는 말은 수긍할 수 있지만 충분히 가지고 있는 자산을 가지고 활용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빚을 내는 것은 건전한 재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