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법> 개정으로 지난 2008년부터 공공시설에 자동제세동기(자동심장충격기)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현실과 법이 따로 반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는 올해 당초예산 3천850만원과 추경예산 1천만원의 예산을 확보해 모두 9곳에 자동제세동기를 설치했거나 설치할 계획이다.
현재 설치가 완료된 곳은 종합운동장과 보건소, 보건지소 등이다. 또한 의무대상인 국공립병원으로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도 자동제세동기가 설치되어 있다.
문제는 심근경색이나 심장마비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설치되는 자동제세동기가 정작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대형할인매장, 터미널 등 다중복합시설에 설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법령이 정하고 있는 설치의무대상의 규모가 지나치게 큰 데다가 의무를 규정해 놓고 정작 위반 시 처벌 규정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 역시 의무대상인 종합운동장에는 자동제세동기를 갖추고 있지만 실내체육관의 경우 5천석 이상의 운동장에 설치한다는 규정으로 설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상태. 응급상황이 발생한 경우 대처가 어려운 대운산자연휴양림과 같은 공공장소에도 자동제세동기는 설치되지 않고 있다. 또한 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주민편익시설, 문화예술회관 역시 의무대상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설치가 미뤄지고 있다.
관리주체가 설치해야 하는 민간분야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우선 설치의무대상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1대에 4~500만원 가량인 자동제세동기를 설치하는데 사업자들이 부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대형할인매장이나 시외버스터미널 등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복합시설 모두 이러한 이유로 설치를 꺼리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소 관계자는 “자동제세동기 설치는 응급상황에 일반시민들이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화재가 났을 때 대비하는 소화기와 같은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미 설치된 자동제세동기 역시 관리 문제로 골머리를 낳고 있다. 고가의 장비이다 보니 그대로 노출된 장소에 설치할 경우 도난이나 훼손 등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일부 지역에서는 자물쇠로 자동제세동기 보관함을 채워 두고 사용해 응급상황 시 일반시민들이 사용하기 어려워 논란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