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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도심 활성화는 주민의 손에서 시작해 주민의 손으로 완성해야 하는 과제라 할 수 있다.
시는 지난해 4월부터 원도심지역인 중앙동 일대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용역에 착수했다. 모두 2억5천만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번 용역에서 핵심적인 사안은 원도심을 어떻게 리모델링할 것인가에 앞서 지역 주민들이 어떤 마음으로 활성화를 추진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용역의 주요 내용은 원도심권의 인구ㆍ상권ㆍ도시계획 등에 대한 현황조사와 분야별 활성화 대책 사업 발굴, 활성화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 검토, 주민 여론 수렴 등이다.
이미 지난해 8월 민간인과 전문가로 구성된 원도심활성화방안 추진위원회는 선진지 견학과 워크숍을 통해 ‘주민’이 중심이 되는 원도심 활성화 전략을 고민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주민’의 힘이다.
원도심 활성화가 관 중심의 사업으로 진행될 경우 실제 원도심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거나 사업 추진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발을 사 동력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민ㆍ관의 적절한 역할 분담이야말로 구체적인 활성화 사업 이전에 전제되어야 할 필수조건이라는 설명이다.
민ㆍ관의 유기적인 역할 분담
이미 사업을 시행했거나 실천에 옮기고 있는 순천ㆍ여수ㆍ목포ㆍ전주 등 선진지를 견학하고, 전문가 워크숍을 개최한 바 있는 원도심활성화방안 추진위는 성공사례 모두 주민이 주도하고 관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역 실정에 맞는 사업 아이템 선정은 물론 실제 사업 추진에서도 민간 주도의 사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사한 사업은 아니지만 최근 10년째 지지부진한 ‘예술인촌 조성사업’의 사례는 관 주도의 사업이 막대한 예산만 투입한 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은 주민들이 사업을 구상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을 마련하고, 주민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행정적 지원을 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오히려 사업 아이템에 따라 필요한 재정적 지원은 주민들의 충분한 동의 이후에 고민해야 하는 후속 과제인 것이다.
이를 위해 시급한 시의 과제는 원도심 업무를 담당한 전담부서의 마련이다. 원도심 활성화가 1, 2년 내에 끝나는 단기 과제가 아니라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장기과제라는 점에서 전담부서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정보에 취약한 민간분야에 꾸준히 정보를 제공하고, 효율적인 업무 추진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한편 열쇠를 쥐고 있는 주민들은 ‘이해’와 ‘양보’의 미덕을 가져야한다는 지적이다. 원도심 활성화는 모든 주민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지만 사업 추진과정에서 크고 작은 이해관계가 상충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위해서는 사업을 추진하게될 주민위원회 또는 민간단체가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민 중심의 사업 추진’에서 중요한 것은 작은 실천이다.
지난해 11월 시는 용역에 따라 1차적으로 주민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설문을 실시했다.
실천가능한 대안 수립 필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해당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원도심 활성화 방안에 대한 주민들의 의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모두 68명이 참여한 온라인설문조사 결과 대형상가ㆍ백화점 등의 입점, 주차장 확충, 문화센터 건립 등을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우선순위로 손꼽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형상가와 백화점 등 민간상업시설의 유치는 주민추진위와 시의 힘으로 성사시키기 어려운 점이 있다. 민간상업시설은 철저히 자본의 논리로 유치가 결정되는 사항이지 관이 나서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 보기는 힘들다.
물론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유치를 유도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이미 영업 중인 전통시장 등 기존 상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ㆍ관이 합동으로 추진가능한 성공모델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 도쿄 시가지에 위치한 상점들이 스스로 화단을 가꾸고 청소를 도맡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유흥가인 긴자지역에서도 지역상점들은 구역을 나누어 화단을 정비하고 거리를 정화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농촌관광마을로 유명한 일본 큐슈지역 유후인마을에서는 주민들 스스로 환경관련규제를 강화해 청정한 마을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 연간 3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이곳에서 주민들은 고도제한을 통해 건축물을 자연경관과 어우러지게 하고, 수질정화기준을 높여 맑은 하천을 유지하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와 별 관계 없어 보이는 이들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은 주민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선다는 점이다.
실제 거리에 넘쳐나는 쓰레기를 공공근로를 통해 처리하려는 우리네 원도심 주민들과 상가가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활성화 전략
사람이 성장과 노화를 경험하듯 도시도 성장과 노화를 겪게 된다. 원도심이 낙후되는 현상은 어쩌면 자연현상과 같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이 운동과 미용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듯 원도심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추진위 워크숍을 통해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사업의 성과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신도시를 따라 갈 것이 아니라 차별화된 원도심만의 특성을 부여하는 상호보완적인 발전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성사되는 사업이 아니라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 고민의 시작이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