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땅만 보이면 고물상이 먼저 들어옵니다”
주거지 내 영업으로 주거환경 훼손은 물론 환경오염 우려로 주민들의 민원을 낳던 고물상이 제도권에 포함돼 규제를 받게 될 예정이다.
환경부는 지난 1월 시설면적 500㎡ 이상 규모인 고물상에 대해 폐기물처리신고 제도를 도입하는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입법예고했다. 그동안 고물상은 별도의 신고절차 없이 영업하면서 특별한 규제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으로 시설면적이 500㎡ 이상인 고물상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토지 용도지구가 공업지역 또는 영업 가능한 자연녹지 일부 지역에 한정돼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고물상 신고제’는 오는 7월 24일부터 시행되며 2년간의 유예기간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주민 민원을 낳던 일부 고물상 업주들의 영업 행태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후죽순 난립, 사회문제 비화
자원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 고물상업은 정부의 장려를 받아오던 산업이다. 하지만 시설규모나 위치 등에 대한 기준이 없어 주거지역에도 버젓이 영업을 할 수 있었던 고물상이 애물단지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도시계획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했던 시절부터 고물상이 도심 한 가운데에서 영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최근 풍토와 맞물려 민원의 대상이 된 것이다.
현재 양산지역에 영업 중인 고물상은 모두 216곳. 이 가운데 개정된 법령에 따라 신고대상인 고물상은 148곳이다. 또한 영업이 가능한 공업지역이나 관리지역, 자연녹지에서 영업 중인 고물상은 57곳이다. 하지만 대부분 관련법령에 따라 영업 가능 여부를 판단해야 할 자연녹지 내에서 영업 중이어서 실제 현재 위치에서 영업을 할 수 없는 고물상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수치에서 나타나듯 현재 영업 중인 고물상 대부분이 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 등에서 영업을 하고 있어 신고제 도입 이후 이들 고물상들은 별도의 영업 장소로 이전이 불가피하다.
기준 ‘500㎡’ 진실 혹은 거짓
환경부가 고물상 신고제의 기준으로 제시한 시설면적 500㎡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많아 개정령이 시행되는 7월 24일까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주거지역에 위치한 고물상이 모두 이전하기를 바라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자원 재활용 측면에서 지금까지 보호를 받아온 고물상에 대해 한꺼번에 이전을 강제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환경부는 생계형과 기업형을 구분해 규제를 실시하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양산지역 고물상 216곳 가운데 68곳이 500㎡ 미만이고 이들 대부분이 주거지역 내에 위치해 있어 주민 민원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재활용업계 내에서도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지 않고 환경의식이 부족한 고물상이 영세한 고물상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모든 고물상을 대상으로 신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고물상업의 전문성을 높혀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차라리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영업을 해야 하는 현실을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 역시 전면적인 신고제에 대해 긍정적이다. 500㎡ 미만 고물상에 대해 사실상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자유로운 영업이 가능할 경우 주민 민원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고물상이 면적을 500㎡ 미만으로 신고하거나 불법으로 영업을 하는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점도 법 개정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관리ㆍ단속에 필요한 행정력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고물상 집단화 지지부진 ‘속 앓이’
법 테두리 밖에 있던 고물상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정부와 지자체, 재활용업계 모두 이러한 여론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시행령 개정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 이미 오랜 시간 여론을 수렴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재활용업계 역시 그동안 ‘자원 재활용’을 위해 장려해온 영업을 마치 범법 행위처럼 외면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불쾌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고물상을 제도권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분위기에 맞춰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양산 서부지역과 웅상지역 내에서 영업 중인 고물상 업주들은 재활용조합 등의 조직을 만들어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았다. 이른 바 ‘고물상 집단화’ 시도다.
고물상 업주들은 공업지역 내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시와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시 역시 주거지역과 주요 도로 주변에 산재한 고물상을 정비하기 위해 대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따라서 시행령이 발효되는 7월까지 시와 재활용조합이 어떤 대안을 마련해 주민 민원을 잠재우고, 고물상의 영업권을 보장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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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도시 2단계 동면 석산지역에 주거시설보다 먼저 영업을 개시한 고물상. |
ⓒ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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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북면에 지난 2일 개교한 장애인 희망학교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영업 중인 고물상 전경. |
ⓒ 양산시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