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법 개정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주민이 직접 예산편성에 참여할 수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지자체마다 의무화된다.
시 역시 이번 제116회 정례회에 <양산시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조례안>을 상정하고 시의회의 심의를 거치고 있다.
정부는 주민참여예산제도를 통해 실질적인 주민자치과 지방자치를 확립한다는 취지에서 관련 법령을 과거 ‘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에서 ‘해야 한다’는 강제조항으로 개정했지만 양산지역의 경우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시행해야 할 주체들의 준비 부족으로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단체장 의지가 관건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단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에 상정된 조례안을 살펴보면 행정안전부가 마련한 표준조례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앞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시정에 도입해 일정 성과를 거두고 있는 다른 지자체의 조례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크다. 무엇보다 조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시민위원회 설치 조항에서 차이가 두드러진다.
시가 상정한 조례에는 “시장은 예산 편성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주민참여예산제도의 도입에 따른 효율적 운영을 위해 위원회, 협의회, 연구회 등을 둘 수 있다”는 임의 규정만 마련해 놓고 있다.
반면 울산 동구의 경우에는 100명 이내의 위원회를 구성할 것과 위원 공개모집과 같은 구성 요건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시행규칙까지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광주 북구 역시 구체적인 위원회 구성 원칙과 운영 방침을 조례에 포함하고 있지만 시가 마련한 조례에는 이같은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조례 제정 단계에서부터 양산시의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제도 이해 부족한 시의회
현재 상정된 조례안은 시의회에서 해당 상임위인 기획총무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 역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예산편성, 심의가 시의회 고유 권한이라는 인식이 강해 이를 일반 시민에게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이익단체들이 시의회를 압박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성숙하지 못한 시민사회
가장 능동적인 주체가 되어야할 시민사회 역시 아직 주민참여예산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편이다. 시의회 일부 의견처럼 오히려 예산과 관련된 이익단체들이 예산에 더 많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따라서 예산 편성이 투명하고 공정한 과정 속에 주민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시가 적극적인 교육프로그램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모범 사례로 언급한 지자체들은 조례에 시민교육을 의무화하고 ‘예산학교’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과 홍보를 통해 제도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질적인 주민자치가 지방자치를 꽃 피울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일이 첫 걸음이라는 지적에 귀기울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