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한 마을 경로당 개관식은 마을마다 설치되어 있는 여느 경로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개관식을 가진 상북면 삼영아파트 경로당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 것은 시로부터 증축을 위해 지원받은 보조금 일부를 반납했기 때문이다.
삼영아파트 경로당 증축추진위원회(위원장 조재현)는 지난 5월부터 경로당 증축을 위해 시로부터 사업비 1억원을 지원받았다. 공사를 마친 후 추진위는 사업 집행 후 정산절차를 거쳐 남은 490여만원을 다시 시에 반납한 것. 당연한 일처럼 느껴지는 집행잔액 반납이 눈길을 끈 것은 대부분 마을에서 경로당 건립ㆍ증축을 위해 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남은 사업비를 반납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에만 시는 모두 경로당 15곳에 보조금 13억7천만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집행잔액을 반납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올해에도 12곳의 경로당에 16억1천만원이 지원되고 있지만 대부분 사업을 완료했고 삼영아파트경로당을 제외한 집행잔액은 ‘0원’이다.
일부 경로당에서 공사업체 선정을 둘러싼 주민 갈등과 보조금 유용 의혹 등의 문제가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과거 사례를 돌이켜 보면 삼영아파트경로당의 사업비 반납은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최영호 의원(무소속, 상ㆍ하북)은 “주민들이 보조금을 눈 먼 돈이라 생각하고 소홀히 다루기 쉬운데 정확한 정산절차를 거쳐 보조금을 반납한 것은 보조금을 우리의 혈세라는 점을 당연히 여기는 기본적인 시민의식이 발현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