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둘까?
시가 민간자본보조금을 지원해 재향군인회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에 제동을 걸어온 시의회가 정작 추경예산 심의를 앞두고 특정단체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와 재향군인회는 제대군인복지회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재향군인회의 요청에 의해 국비인 특별교부세 15억원을 지원받은데 이어 시비와 도비를 확보해 재향군인회 사무실과 편의시설 등을 갖춘 제대군인복지회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확보된 국비 15억원은 웅상종합사회복지관 건립에 전용돼 필요한 예산 22억원 가운데 올해 당초예산에 시비 5억원과 도비 3억원을 편성한 바 있다.<본지 368호, 2011년 2월 22일자>
시의회는 당초예산 심의 과정에서 일단 예산 편성을 승인했지만 이후 사업 타당성을 놓고 논란이 커지자 시행을 보류시켜왔다. 시의회 일부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재향군인회가 확보했다는 국비가 시설비로 편성되었지만 정작 시비 5억원은 민간자본보조로 편성돼 예산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점이다. 시설비의 경우 건물의 소유가 시로 귀속되지만 민간자본보조로 지원될 경우 건립 또는 매입된 건물이 해당 단체의 소유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다른 단체와의 형평성이다. 특정단체의 회관 건립을 위해 보조금이 지원될 경우 앞으로 유사한 사회단체들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시민 혈세를 특정단체를 위해 지원해야 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
계속되는 편법, 시민은 없다
논란이 커지자 시와 재향군인회는 또 다른 편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추경예산에 건립비로 편성된 시비 5억원을 매입비로 변경키로 하고 심의를 요청한 것이다.
시에 따르면 이미 확보된 시비와 도비만 재향군인회에 민간자본보조로 지원하고, 나머지 사업비는 재향군인회 자부담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시의원의 반대에 부딪친 사업을 무리해서 계속 추진하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드는 건립이 아닌 매입으로 계획이 변경된 셈이다. 상황이 변하자 일부의원들이 이러한 편법을 묵인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시의회 역시 선심성 예산 편성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들은 이미 지원을 약속한 사업을 이행하는 것이 행정 신뢰를 지키는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전체 시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더 중요한 약속을 저버리는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특정단체의 이익을 위해 시민의 혈세를 편법으로 지원하는 일을 눈치보기에 급급한 의회가 16일부터 시작되는 추경예산 심의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