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는 지역이 당면한 문제에 대해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에 존재하는 자원을 활용하여 비즈니스의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뜻한다. 커뮤니티비즈니스는 ‘경쟁의 시대’에 소외 되어가는 공동체의 의미를 현대적인 해석을 통해 새롭게 복원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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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비즈니스란?
‘잘 먹고 잘 사는 일’은 어느 시대 어느 사람에게나 중요한 문제다.
우리는 지금까지 지역 활성화, 지역 개발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하거나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등 대규모 개발 사업에 의존해 왔다. 이러한 의존은 정부나 지자체 등 공공기관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받아들여 왔다.
하지만 점차 대규모 개발 사업에 의한 지역 활성화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전국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대규모 개발 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실제 투입된 비용에 비해 지역 개발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졌느냐 하는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사업 착수만을 알리는 구호성 사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재개발, 재건축 등의 방식이 기존 주민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유입인구와 건설업자만의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적인 여론도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양산의 경우 올해에만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원도심 활성화 용역’, ‘웅상 장단기발전계획 수립 용역’, ‘하북종합관광개발 계획 용역’ 등을 실시해 마무리했다. 하지만 용역 이후 이들 계획이 ‘장밋빛 청사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도시기반시설 확충을 중심으로 특화사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이들 용역 결과에 과연 현실성이 있는 계획이냐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지역 발전을 실제 이끌어가야 할 주민의 의견이 형식적으로 반영돼 지나친 ‘관(官)’ 중심의 계획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경쟁 시대, 공동체의 재발견
커뮤니티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 이하 CB)는 전 세계적으로 경쟁만을 강조하는 시대에서 새로운 공동체의 역할과 지속가능성에 주목한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대규모 개발 중심의 지역 활성화가 정작 주민들을 소외시키고,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다는 반성에서 시작한다. CB는 ‘지역이 당면한 문제에 대해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에 존재하는 자원을 활용하여 비즈니스의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이라는 의미이다. 굳이 번역하자면 ‘지속가능한 공동체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CB는 1970년대 영국 스코트랜드 지역에서 처음 만들어진 용어로 알려져 있다. 지역커뮤니티가 지속적인 거래를 통해 스스로 일자리와 수익을 만들어내는 경제 자립 형태를 의미한 것이다. 이후 일본에서 이러한 개념을 받아들여 지역 활성화의 한 방법으로 CB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CB는 순수 영리활동(기업)과 자원봉사활동(NPO, Non-Profit Organization 비영리민간단체)의 경계에서 민간과 행정이 아우르기 힘든 ‘지역수요자 기반의 소량 다품종 사회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 CB의 특징은 주민 주도의 지역밀착형 비즈니스 모델로 이익 추구에 앞서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바로 공동체의 연속성을 이익 보다 먼저 고려하는 것이다. 또한 개인 이익보다 지역 전체의 이익을 목적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른 바 ‘공공성’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희망제작소, CB 확산 노력
최근 국내에서도 CB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의 형태로 CB를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접근이 주요 ‘일자리 창출’ 측면에만 머물러 있어 정작 CB의 중요한 축인 ‘공공성’에 대한 관심이 낮아 자칫 CB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CB는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향약과 두레 등과 같이 상부상조의 정신을 바탕으로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도모하는 전통이 있다. 이러한 상부상조의 정신을 현대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결합시키려는 다양한 시도가 국내에서도 자생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민간 영역에서 처음으로 CB의 개념을 정립하고 이를 확산시키려는 노력이 희망제작소 커뮤니티비즈니스연구소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되는 희망제작소(www.makehope.org)는 독립민간연구소로 2006년 첫 걸음을 내디뎠다. 신실학 운동의 산실로 주로 지역과 농촌, 소기업 등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희망제작소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정책연구소의 한계를 벗어나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에 주력해왔다.
희망제작소에는 뿌리센터, 사회혁신센터, 시니어사회공헌센터, 교육센터, 소기업발전소 등의 분야별 전문연구부서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뿌리센터(센터장 홍선) 커뮤니티비즈니스연구소는 CB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사회적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구소는 농촌의 경우 인구 이탈, 고령화 등의 문제로 황폐화 되어가고, 도시의 경우 주택난, 실업, 환경 문제 등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현실을 CB를 통해 대안을 제시하고자 2008년부터 출판과 교육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2007년 희망제작소 목민관클럽 소속 지자체장들의 일본 연수에서 CB를 접하게 된 연구소는 이후 CB와 관련된 이론 연구는 물론 지자체와 함께 CB의 도입과 적용을 노력하고 있다. 현재 전북 완주군과 상호협약을 맺고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를 설립, 지역 활성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CB를 현장 속에서 실천하고 있다.
커뮤니티비즈니스 연구소의 목표는 1등만이 살아남는 경쟁 시대에서 지역과 소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 가능성을 찾는 것이다. 연구소는 단기적인 관점으로 ‘고용’과 ‘수익성’에 집착하는 대신 ‘지역문제 해결’의 장기적 안목으로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양산 역시 정치인들이 공약해온 굵직굵직한 개발프로젝트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따뜻한 지역 활성화의 대안인 CB는 ‘혼자가 아닌 우리’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양산의 발전을 고민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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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주민들의 의견을 받고 있지만 형식적인 행정처리로 오히려 ‘주민 소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사진은 웅상 장단기발전계획 수립 용역 주민간담회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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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희망제작소 홍선 뿌리센터장
“사람에게서 해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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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 커뮤니티비즈니스연구소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홍선 뿌리센터장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 CB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B가 지역의 문제를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점에서 결국 CB의 성공 여부는 ‘사람’이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의 인재를 발굴하고 그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계획을 내놓고 그 계획을 착실히 추진하는 것이 성공적인 CB의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홍 센터장은 “성공적인 CB를 위해서는 첫 번째가 사람이고 아이디어나 계획은 그 다음 문제”라며 “아이디어나 계획이 없어서 일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을 발굴하는 것이 더욱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계획이 ‘보기 좋은 떡’일 수 있지만 주민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실행력을 얻기 힘들다는 것이 홍 센터장의 경험이다.
또한 주민들의 공감대를 얻는 과정에서도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 센터장은 “먼저 지역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 또는 지도자들이 ‘이것이 옳다’고 다른 이들에게 강요하는 태도는 원활한 CB를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설득하고 설득하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홍 센터장은 사람에게 투자하는 문화가 지속적인 CB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라는 생각도 밝혔다.
홍 센터장은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은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이러한 교육을 통해 헌신적인 희생을 하는 리더들이 때론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역사회가 이들 리더에게 보상을 고민하는 문화도 함께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