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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기획]지역의, 지역에 의한, 지역을 위한 커뮤니티 비즈니스
‘빈 집’의 재발견… 재개발에 대한 새로운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1/11/01 11:15 수정 2011.11.01 11:12




↑↑ 가라호리클럽은 ‘빈 집’을 새로운 지역 활성화의 자원으로 생각하고 이른바 ‘도시 재생’을 통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낡고 위험하기만 했던 전통주택들은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아 지역의 명소로 가라호리지역을 대표하는 자원으로 탈바꿈되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커뮤니티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는 지역이 당면한 문제에 대해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에 존재하는 자원을 활용하여 비즈니스의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뜻한다. 커뮤니티비즈니스는 ‘경쟁의 시대’에 소외 되어가는 공동체의 의미를 현대적인 해석을 통해 새롭게 복원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글 싣는 순서>

1.커뮤니티비즈니스란?
2. 일본 오사카NPO센터
3. 일본 가라호리클럽 나가야 스톡뱅크
4. 일본 고베 키타노 공방마을
5. 전주 못골시장
6. 서울 성미산마을
7.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커뮤니티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 이하 CB)에서 중요한 것은 지역의 자원을 발굴하는 일이다.

그런데 막상 지역의 자원을 발굴하는 일은 쉽지 않다. 주변에 흔히 접하는 모든 것들이 자원일 수 있지만 과연 이러한 자원이 지역을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데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하는 문제에 부딪치면 이내 고개를 젓게 된다.

일본 오사카 가라호리(空堀)지역에서는 주변의 모든 것이 CB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 사례가 있다.

‘가라호리(空堀)’라는 지명의 유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오사카성을 축성했을 무렵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보통 큰 성을 축조할 경우 적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외곽에 구축하는 해자(성 밖을 둘러 파서 못으로 만든 곳)를 만드는데 가라호리지역은 물이 없는 해자지역에 들어선 마을이다. 즉 오사카성 외곽에 들어선 서민마을인 셈이다. 특히 가라호리지역은 일본 전통 서민마을의 모습을 아직까지도 많이 간직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공습에서 비켜났기 때문이다.

가라호리지역의 이러한 역사성을 주목한 사람들은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유지하며, 오래된 거리와 건물을 살려 새로운 도시의 활력을 불어 넣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001년 창립한 가라호리클럽은 가라호리지역의 역사성을 보존하며 새로운 도시의 가치를 만드는 이른 바 ‘도시 재생’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활동하는 비영리법인이다. 


빈 집을 지역 명물로 특화


가라호리클럽의 주된 활동은 가라호리지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시대에 따라 변화한 도시의 모습을 역사성을 기본으로 복원해 새로운 도시의 활력을 불어 넣는 일이다. 현재 건축ㆍ설계ㆍ부동산ㆍ문화ㆍ예술 등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10여명의 활동가들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가라호리지역 도시 재생에 관심 있는 1천여명의 회원들에게 가라호리지역의 변화를 알리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소통하고 있다.

특히 가라호리클럽의 활동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일본식 전통주택을 현대적으로 복원하는 작업이다. 가라호리클럽은 이를 위해 ‘나가야 스톡뱅크 네트워크 비즈니스 유니온(Nagaya Stock Bank Business Union, 이하 나가야 스톡뱅크)’이라는 영리법인을 만들고, 가라호리지역 연립주택이나 상가 리모델링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라호리클럽에서 리모델링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일본 전통 연립주택은 하나의 지붕 아래 여러 세대가 거주하는 일종의 다세대주택으로 목조건물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도시화에 따라 슬럼화되고 있는 가라호리지역에서 방치되고 있는 목조건물을 전통적인 양식으로 현대화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건물주가 방치하고 있는 목조건물은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안전 사고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사람 중심의 재건축ㆍ재개발


나가야 스톡뱅크는 이러한 방치된 목조건물을 임대해 새로운 입주자를 찾아주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대부분 오래된 집들은 거래가 끊겨 활용가치가 낮아 건물주에게도 처치곤란한 애물단지였다. 나가야 스톡뱅크는 건물주가 리모델링 비용을 부담할 의향이 있는 건물을 파악, 리모델링에 필요한 기술적 자문을 해주고 이후 리모델링한 건물을 임대해 다시 필요한 입주자를 알선하는 일을 하고 있다. 방치된 건물을 임대해 다시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빈 집을 재활용하는 셈이다. 또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목조건물의 관리를 맡으면서 수익도 얻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새로운 입주자를 확보하는 일이다.

나가야 스톡뱅크 다이자쿠 코조마 씨는 “도시화와 근대화에 따라 변화하는 마을의 옛 모습, 즉 오래된 거리와 건물에 대해 향수를 가진 사람들이 이것을 살려야 한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클럽의 창립 정신에 동조하는 1천여명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소식지를 발송하거나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코조마 씨는 “도시 재생에 관심 있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옛 마을의 모습을 지켜가는 일에 호응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나가야 스톡뱅크는 단순한 건물 임대 사업이 아니라 지역 역사성을 지키며 새로운 도시의 활력을 모색하는 공익적 기능을 도입해 CB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입주자와 기존 주민의 갈등을 중재하고, 서로를 이어주는 창구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러한 노력으로 최근 가라호리지역에는 이 지역만이 가진 독특한 풍경과 분위기에 매력을 느낀 젊은 예술가와 상인들이 개성만점의 아틀리에와 갤러리, 음식점 등을 잇달아 열고 있다. 여기에 가라호리클럽은 해마다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문화제를 기획ㆍ개최해 도시의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원도심ㆍ농촌 개발, 발상의 전환


우리는 흔히 도시 개발이라는 말을 하면 ‘재건축ㆍ재개발’을 떠올리곤 한다.

실제 많은 시민들이 낙후된 원도심의 발전을 위해 재개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재건축ㆍ재개발은 일부 지주와 건축주의 이해를 대변할 뿐이라는 한계가 지적되곤 한다. 대규모 재개발이 결국 기존 주민들의 삶을 망가뜨릴 뿐이라는 문제의식은 가라호리클럽의 도시 재생을 살펴보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교훈으로 이어진다. 개발만이 능사가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바탕으로 실제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식으로 우리의 개발 사고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농촌의 경우에도 고령화, 도시화로 인해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텅 빈 집과 마을이 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수익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대부분 방치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낙후된 지역의 현실을 탓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느리지만 의미 있는 가라호리클럽의 아이디어를 한국적인 상황에 맞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장수진 기자 hojsj@ysnews.co.kr  

ⓒ 양산시민신문

↑↑ 가라호리지역은 마을 중심에 있는 시장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대표적인 서민마을이다. 최근 도시 재생을 주제로 펼쳐지는 다양한 시도는 가라호리지역의 새로운 부흥을 꿈꾸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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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정취 끌려 새로운 삶 시작

 
ⓒ 양산시민신문 
가라호리지역에서 오사카 전통 음식인 타코야끼를 만들어 팔고 있는 후나 하시(43) 씨는 가라호리지역의 서민적인 분위기에 이끌려 장사를 시작하게 됐다. 불과 몇 해 전만해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던 후나 하시 씨가 가라호리지역에 제2의 삶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후나 하시 씨는 “복잡한 도시 생활에 지쳐 새로운 삶을 고민하던 가운데 인터넷을 통해 가라호리지역을 알게 됐다”며 “서민적인 분위기가 잊었던 여유를 되찾게 해주었다”고 말한다.

후나 하시 씨는 나가야 스톡뱅크가 리모델링한 전통가옥 한켠에서 타코야끼를 팔고 있는 지금의 삶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특히 이곳의 밤 풍경은 어린 시절 일본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옛 풍경을 느낄 수 있어 정서적인 교감이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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