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는 지역이 당면한 문제에 대해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에 존재하는 자원을 활용하여 비즈니스의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뜻한다. 커뮤니티비즈니스는 ‘경쟁의 시대’에 소외 되어가는 공동체의 의미를 현대적인 해석을 통해 새롭게 복원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글 싣는 순서>
1.커뮤니티비즈니스란?
2. 일본 오사카NPO센터
3. 일본 가라호리클럽 나가야 스톡뱅크
4. 일본 고베 키타노 공방마을
5. 전주 못골시장
6. 서울 성미산마을
7.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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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아동 수의 감소.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니다.
일본 역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학교들이 통폐합되는 구조조정을 거쳐야 했다. 이 가운데 일본 고베 시내에 위치한 시립 키타노소학교 역시 줄어 드는 아동들로 인해 인근 소학교와 통폐합돼 학교 건물이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 여기에다 1995년 고베시를 강타한 한신대지진으로 인해 학교 건물 일부가 파손되면서 고베시는 폐교를 결정했다.
하지만 1908년 개교 이후 87년의 역사를 자랑해온 소학교가 없어지는 것을 우려한 지역 주민들은 학교를 보존하는 방법에 대해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새로운 내일을 위한 추억
지역 주민 대부분이 키타노소학교 출신으로 학교에 대한 추억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것을 주민들은 원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1997년 지역주민과 고베시, 상공회의소, 지역기업 등이 모여 학교 활용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키타노소학교 임시활용 검토위원회’가 발족됐다. 수차례 회의 결과 학교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고베지역만의 특색을 유지할 수 있는 체험형 공방을 학교 내 설치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운동장을 관광버스 전용주차장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 마련됐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주민들의 추억이 가득한 학교를 없애기보다 학교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고베지역의 브랜드로 육성하자는 주민들의 마음이 모아진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바로 여기 밖에 없다’는 정신을 구현한 것이다.
1997년 4월 위원회 구성 이후 11월 공방마을 조성을 위한 공사에 착수하면서 교실을 개조한 공방에 입점할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은 키타노 공방마을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항구도시인 고베는 예로부터 외국 특히 서양과의 교역이 활발했던 곳이다. 따라서 여느 지역과 달리 양복, 초코렛, 신발, 커피, 양과자 등 서양문물이 지역특산품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키타노 공방마을은 이러한 고베지역의 특산물이 모인 이른바 ‘특산품 전문 매장’으로 고베의 특색을 드러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량생산ㆍ대량소비의 시대에 키타노 공방마을에서만 누릴 수 있는 수공예품을 중심으로 키타노 공방마을은 ‘제작자의 얼굴이 보이는 것’, ‘손의 온기가 느껴지는 것’을 판매하는 지역관광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주민들의 학창시절 추억을 간직한 학교가 고베를 찾는 관광객에게 새로운 추억을 전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민ㆍ관ㆍ기업 협력 정신 발현
학교 철거를 결정한 고베시는 주민들의 요구에 귀기울이고 주민들의 바람을 실현하는데 적극적인 지원을 펼쳤다. 우선 ‘키타노소학교 임시활용 검토위원회’가 공방을 설치키로 결정한 것에 대해 철거 결정을 철회하고 학교에 공방마을을 설치하기 위한 행정절차에 착수했다.
양산시 시설관리공단과 같은 고베시 출자 공기업인 고베시 도시정비공사에 학교 부지와 건물을 위탁한 고베시는 공사를 통해 교실을 개조한 공방에 입점할 대상자를 공모했다. 법률상 고베시가 직접 임대사업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도시정비공사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1997년 11월 보수공사 착수와 동시에 입주자 모집이 들어가 1998년 입주자를 결정하고 같은 해 7월 공방마을이 문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민ㆍ관ㆍ지역기업의 협력이 눈길을 끈다. 민간분야에서 제시한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고베시는 필요한 행정절차를 서둘렀고, 학교 보수에 필요한 일부 비용은 지역기업의 협력금을 모금해 마련했다. 또한 초기 운영 안정을 위해 지역상공인과 공예가들이 스스로 공방 입점에 참여하는 등 학교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지역 사회 각 분야에서 이루어졌다.
‘체험’을 파는 가게들
현재 키타노 공방마을에는 교실을 개조한 21개의 점포가 입점해 있다. 입점한 점포들은 모두 고베시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공방마을의 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테마상품으로 기획되어 있다. 즉 고베를 나타내며 키타노 공방마을에서만 접할 수 있는 특산품이 모여 있는 것이다.
공방마을에 입점한 공방들은 관광객이 오기만을 기다리지 않는다. 점포주 스스로 운영회를 구성, 사무국을 두고 각종 이벤트와 체험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다. 사무국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점포주들의 회비로 충당된다.
키타노 공방마을이 ‘제작자의 얼굴이 보이는 것’, ‘손의 온기가 느껴지는 것’을 판매하는 곳이라는 정체성은 각 공방마다 마련한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직접 공예품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상품으로 내놓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평일 1천900여명, 주말 3천여명의 관광객이 찾으면서 연간 75만명의 관광객이 키타노 공방마을에서 추억을 만들고 돌아갔다. 개장 당시 주로 국내 관광객, 초ㆍ중ㆍ고등학생 수학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것이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공방마을이 위치한 곳은 고베지역 관광명소 가운데 하나인 이진칸(異人館) 거리가 있다. 이진칸은 서양식으로 건설된 주택을 말하는데 고베의 이진칸 거리는 1867년 고베항 개항과 더불어 외국인 주택지로 조성되었다. 이전에는 1천채 가까운 이진칸이 있었지만 현재는 기타노정 주변에 30여채만 남아있다. 마치 유럽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화려한 서양식 건물은 전시장과 카페, 레스토랑 등으로 활용돼 관광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공방마을은 학교 운동장을 관광버스 전용주차장으로 만들어 이 지역관광의 중심으로 거듭난다. 주택지 내 마땅한 공영주차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관광순환버스와 연계한 주차장 조성은 공방마을을 중심으로 고베 관광을 활성화할 수 있는 또 다른 기반이 되고 있다.
아쉬움 남는 옛 경찰서 활용
중부동에 위치한 옛 경찰서가 물금지역으로 이전한 이후 경찰서 건물과 부지 활용방안은 원도심 활성화의 큰 화두였다. 양산시는 주민들의 여론 수렴을 거친 끝에 결국 일부 사업부서를 이전하는 제2청사로 활용키로 하고 현재 리모델링에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제2청사 활용이 원도심 활성화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과거 경찰서에 300명이 넘는 인원이 근무할 때도 상권 침체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는데 과연 100여명의 시청 공무원이 근무하는 것만으로 원도심 활성화를 이끌어 내기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양산시가 옛 경찰서를 제2청사로 활용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과정이 관행적이고 일방적인 결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 주민들의 여론을 수렴하고 그 결과에 대해 실현가능한 방안을 찾기보다 행정편의주의적인 태도로 결론 내리기에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키타노 공방마을이 민ㆍ관ㆍ지역기업 등이 머리를 맞댄 결과로 철거 위기에 놓인 학교를 되살려 지역관광 활성화의 계기로 삼았듯이 경찰서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민ㆍ관이 함께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뒷받침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장수진 기자 hojsj@y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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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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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를 보존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바람은 학교의 옛 모습을 유지한 채 새로운 관광명소로 실현됐다. 공방마을 내부 곳곳에는 학교의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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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들이 추억을 쌓아온 학교는 고베지역 관광중심지로 변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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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는 상품. 공방마을은 관광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호응을 얻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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