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기획/특집

[기획]지역의, 지역에 의한, 지역을 위한 커뮤니티 비즈니스
전통시장, 상인이 즐거워야 손님도 즐겁다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1/11/15 10:27 수정 2011.11.15 01:30




↑↑ 180여m 가량의 골목에 90여개 점포가 늘어서 있는 못골시장은 전형적인 전통시장의 모습 그대로다. 하지만 상인들이 직접 손님들에게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한다는 노력이 이어지면서 손님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인들이 터득한 경쟁력은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한다’는 지혜다.
ⓒ 양산시민신문


커뮤니티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는 지역이 당면한 문제에 대해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에 존재하는 자원을 활용하여 비즈니스의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뜻한다. 커뮤니티비즈니스는 ‘경쟁의 시대’에 소외 되어가는 공동체의 의미를 현대적인 해석을 통해 새롭게 복원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글 싣는 순서>

1.커뮤니티비즈니스란?
2. 일본 오사카NPO센터
3. 일본 가라호리클럽 나가야 스톡뱅크
4. 일본 고베 키타노 공방마을
5. 전주 못골시장
6. 서울 성미산마을
7.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

전통’다운 맛을 살린 시장


대형유통점의 등장으로 전통시장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질 않는다. 정부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설현대화사업과 대형유통점 규제 법안을 만드는 등 전통시장 육성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그 효과가 크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못골시장은 전통시장의 새로운 내일을 만들어가는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못골시장 상인회 김승일 총무는 “대형유통점의 세련된 환경을 따라 하는 것은 결국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전통시장은 전통시장다움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못골시장은 수원구 팔달구 원도심지역에 위치한 모두 9개 전통시장 가운데 하나이다. 180여m의 골목에 식료품 위주의 점포 90여개가 나란히 늘어서 있는 이곳은 1960년대부터 형성된 전형적인 전통시장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2003년 결성된 상인회를 중심으로 못골시장은 여느 전통시장과 다른 독자적인 생존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상인들은 시장쿠폰을 발행하고 상인교육에 열성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08년 상인회를 중심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전성시 프로젝트’ 지원을 이끌어냈다. 사업 이후 2008년 하루 방문객이 1만300여명에서 2010년 1만3천390여명으로 30% 증가했고, 상점의 하루 평균 매출액 역시 50만원에서 61만4천원으로 22.8% 늘었다.  

문전성시 프로그램은 ‘이야기가 있는 시장’이라는 주제로 시장의 숨은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상인 스스로 찾아내는 과정이었다. 


시장의 중심, 상인이 변해야 한다


‘손님은 왕’이라는 말이 있다.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손님이다. 하지만 수십년간 전통시장을 지켜온 상인들이야 말로 시장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중심이다.

못골시장은 이러한 상인들의 역할에 대해 주목했다. “상인이 변해야 시장이 변한다”는 평범한 진실을 직접 실천에 옮긴 것이 못골시장과 다른 전통시장이 가지고 있는 차이다.

못골시장은 문전성시 프로그램을 통해 상인과 점포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찾아냈다. ‘이야기가 있는 시장’이라는 주제는 상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점포마다 가진 브랜드를 만드는 일을 이끌어 냈다. 아들을 비행기 조종사로 키워낸 신발가게 앞에는 ‘날개 달린 운동화’가 내걸렸고, 암을 이겨내며 아들을 권투선수로 키운 상인은 권투장갑을 끼고 장사를 시작했다. 이러한 상인들의 이야기는 상점을 알리는 간판으로 제작됐고 한 권의 책으로 모아졌다.

이후 상인들은 시장 전체의 좋은 일이 결국 자신에게도 좋은 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 변하기 시작했다. 상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라디오방송 ‘못골온에어’, 여성상인들로 구성된 ‘줌마불평합창단’, 주민과 함께 하는 ‘상인요리강사’, 시장의 문제점을 직접 찾아 해법을 제시하는 ‘상인기자단’ 등 상인 스스로 시장 변화의 중심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자신의 장사 외에 관심이 없던 상인들은 이러한 모임과 프로그램을 통해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됐다는 것이 못골시장이 가지게 된 가장 큰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쟁력을 무기로 못골시장은 문전성시 프로젝트가 끝난 올해부터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커뮤니티비즈니스의 일환으로 비영리단체인 ‘못골문화사랑’을 설립한 상인들은 젊은 상인들을 육성하기 위한 전통시장 문화학교라는 교육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직장여성을 위한 식료품 배달사업인 ‘아름다운 밥상’ 사업도 추진 중이다.

전통시장의 내일을 준비하는 못골시장 상인들은 지원이 아닌 자립이 전통시장 활성화의 열쇠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작은 실천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장수진 기자 hojsj@ysnews.co.kr  

↑↑ 못골시장 상인들은 문전성시 프로그램을 통해 ‘하나’라는 정체성을 갖게 됐다. 시장 라디오와 소식지 등을 통해 정보를 교류하고, 합창단, 밴드, 요리강좌 등의 다양한 소모임을 통해 더욱 소통을 다진 것은 못골시장의 내일을 더욱 밝게 하는 경쟁력이다. 사진은 상인대학
ⓒ 양산시민신문

↑↑ 라디오방송 ‘못골온에어’
ⓒ 양산시민신문

↑↑ 줌마불평합창단
ⓒ 양산시민신문




“10년 뒤 추억할 수 있는 시장”

못골시장 생생체험교실, 내일의 경쟁력 위한 투자

우리 아이들에게 시장의 모습은 어떤 기억일까? 대형유통점에서 카트를 타고, 놀이시설에 뛰어 노는 일이 요즘 아이들에게 남아 있는 시장의 모습이다.

못골시장 상인들이 설립한 ‘못골문화사랑’은 지금 당장의 어려움도 문제지만 앞으로 전통시장을 찾아야 할 미래의 손님들에게 전통시장의 추억을 남기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전통시장을 찾는 손님들은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전통시장의 추억이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런 추억이 없는 요즘 아이들은 결국 전통시장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못골문화사랑의 생각이다.

‘못골시장 생생체험교실’은 지역 내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전통시장 체험과 경제교육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10년 후 전통시장의 추억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직접 상인들과 물건을 사고 파는 경험을 쌓고 상인들에게 음식 만들기 등을 배우는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못골문화사랑은 또 다른 전통시장의 내일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못골문화사랑은 지역 내 초등학교와 연계한 방과후학습, 체험학습프로그램으로 생생체험교실을 연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생생체험교실은 아이들에게 전통시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 양산시민신문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