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성미산 마을 주민들은 특별하지 않다. 누구나 고민하는 생활 속의 문제를 이웃과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실을 깨닫고 꾸준히 실천해왔을 뿐이다. 사진은 주민들이 직접 기획한 마을축제에 참여해 축제를 즐기는 성미산 마을 주민들. |
ⓒ 양산시민신문 |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글 싣는 순서>
1.커뮤니티비즈니스란?
2. 일본 오사카NPO센터
3. 일본 가라호리클럽 나가야 스톡뱅크
4. 일본 고베 키타노 공방마을
5. 전주 못골시장
6. 서울 성미산마을
7.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
이웃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네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변에서 펼쳐지는 보육, 교육, 먹거리 등 생활 속의 갖은 문제를 홀로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우리 사회를 더욱 각박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마을’을 통한 문제해결을 고민하는 성미산 마을 주민들의 모습은 신도시의 등장으로 도시화되고 있는 양산지역에 새로운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함께’라는 지혜를 배우다
성미산 마을은 서울 마포구 서부에 위치한 성산ㆍ서교ㆍ망원ㆍ연남동 일대 성미산 자락을 둘러싼 지역이다. 정식 행정구역은 아니지만 언젠가부터 이곳 주민들은 스스로를 ‘성미산 마을 주민’으로 부르고 있다.
성미산 마을이 처음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1994년 공동육아협동조합 설립을 통해 ‘우리어린이집’을 열게된 때부터다. 아이들의 보육문제를 고민하던 30~40대 젊은 부모들이 나와 이웃의 어린이를 함께 돌보겠다는 취지로 어린이집을 연 것이다.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전세금을 마련하고 부모들이 직접 운영에 참여한 어린이집은 공동육아의 새로운 방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아이들의 보육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주민들은 ‘함께하니 된다’는 지혜를 얻게 되었고, 이후 다양한 생활 속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모임을 만드는 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성미산 마을’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깊이 각인시킨 사건이 발생한다.
2001년 마을의 휴식처이자 공동체의 중심이던 성미산을 배수지로 개발하기 위한 계획이 수립됐다. 낮은 동네 뒷산에 불과하지만 마을의 중심이었던 성미산이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주민들은 하나로 묶어냈다. 시의 개발정책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마을회의를 통해 성미산 지키기 운동에 나섰고, 결국 2003년 개발계획을 철회시키는 성과를 낳게 됐다.
이러한 투쟁과정은 주민 스스로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었고, 이후 다양한 공동체 사업을 펼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생활 속 문제해결 고민
계속되는 실험으로 이어지다
성미산 지키기 운동의 결과는 공동체에 대한 다양한 실험과 시도로 이어졌다.
처음 공동육아를 위해 설립한 어린이집이 현재 4곳으로 늘어났고, 아예 2004년에는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를 설립하는 일로 이어졌다. ‘사람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진행하는 성미산학교는 비록 미인가 도시형 대안학교이지만 현재 재학생이 170여명에 이를 정도로 마을 주민은 물론 주변 지역 학부모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경쟁과 입시 위주의 교육정책에 문제의식을 가진 주민들이 새로운 공동체 교육을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성미산 마을 주민들은 공동체 문화를 보다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한 노력도 고민하고 실천해왔다. 무엇보다 ‘이웃’이 머나 먼 존재가 아니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존재라는 점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며 마을 축제와 각종 취미동아리 등을 통해 소통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소통 없이 깨달음도 없다’는 진실을 느린 걸음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취미와 고민을 가진 이들이 모여 동아리를 만들고, 마을 한 곳에 마을극장을 설립하는 일은 성미산 마을 주민들에게는 일상처럼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다. 문화와 복지에 대한 수요를 주민이 직접 충족시키는 자치지역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경쟁이 아닌 지속가능한 발전
주민자치의 성숙은 다양한 커뮤니티비즈니스 형태로 자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성미산 마을에서 20여개의 마을기업이 자생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안전한 먹거리와 생활용품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만든 마포두레생협을 시작으로 재활용가게인 되살림가게, 바느질 소모임에서 출발한 엄마들의 일 공동체 한땀두레, 성미산 학교 부설 작업장인 성미산학교 미니샵 베이커리, 공동주택 시행사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자조적 협력시스템인 성미산동네금고, 유기농 아이스크림 전문점 작은나무카페, 친환경 유기농 식당 성미산밥상, 마을생산품 전문 판매점 풀방구리 등 주민들이 직접 출자하여 설립하거나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커뮤니티비즈니스가 차례로 선을 보이며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경쟁이 아닌 지속가능성을 중점에 두고 주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장수진 기자 hojsj@ysnews.co.kr
![]() |
ⓒ 양산시민신문 |
![]() |
↑↑ 마을 만들기의 시작은 서로의 공통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보육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주민들이 모여 공동육아를 시작했다. |
ⓒ 양산시민신문 |
![]() |
↑↑ 마을 뒷산인 성미산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돌아왔다. |
ⓒ 양산시민신문 |
![]() |
↑↑ 소통은 자신의 입장이 아닌 다른 이의 입장을 이해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성미산 마을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커뮤니티비즈니스는 주민들의 소통을 돕는 창구 역할을 하며 또 다른 실험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사진 위는 유기농카페 작은나무, 사진 아래는 친환경식당 성미산밥상. |
ⓒ 양산시민신문 |
![]() |
ⓒ 양산시민신문 |
[인터뷰] 사단법인 사람과 마을 위성남 운영위원장
“이제 서로가 삶의 안전망이죠”
![]() | ![]() | |
ⓒ 양산시민신문 |
이웃과의 소통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입장을 강요하는 자세를 버리고 귀를 여는 일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위 위원장은 “성미산 마을의 크고 작은 일은 모두 대표자회의와 마을회의 등 수평적인 의사결정구조 속에서 결정된다”며 “이 과정에서 자신보다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고민하는 태도를 배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당장 자신의 입장에서 손해볼 수 있는 결정이라 하더라도 공동체 전체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이 결정되면 결국 자신에게도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이 주민들에게 학습된 결과, 성미산 마을이 계속해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는 것.
위 위원장은 특히 지나친 목적의식이나 정치적 지향을 통해 의도적인 공동체 형성을 시도하는 것은 생명력이 길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웃이 서로의 ‘삶의 안전망’으로 기능하면서 일상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는 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경우 공동체는 확대되고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