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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지역의, 지역에 의한, 지역을 위한 커뮤니티 비즈니스
새로운 지역발전 전략에 눈을 뜨다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406호 입력 2011/11/29 13:36 수정 2011.11.29 01:08
7 완주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 지역주민 스스로 교육에 참여하고 이를 바탕으로 CB를 실천에 옮기는 것은 그동안 대형개발사업에 주력해온 여느 지자체와 달리 완주군이 선택한 새로운 지역발전전략이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라는 가치는 공동체에서 시작하는 지역순환경제의 핵심이다. 사진 가운데는 민·관 협력쳬계에서 중간지원역할을 하고 있는 완주지역경제순환센터 전경.
ⓒ 양산시민신문


커뮤니티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는 지역이 당면한 문제에 대해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에 존재하는 자원을 활용하여 비즈니스의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뜻한다. 커뮤니티비즈니스는 ‘경쟁의 시대’에 소외 되어가는 공동체의 의미를 현대적인 해석을 통해 새롭게 복원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인구 8만5천명의 작은 농촌지역인 전북 완주군은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농업 쇠퇴로 인한 소득 감소 등으로 지역 활력이 떨어지고 미래마저 불투명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주민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고 마을 공동체가 무너져 가는 상황에 속수무책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패배의식에 젖어들었다. 

완주군 역시 이러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농촌지원책을 마련하고, 여느 지자체가 추진하는 대규모 산단 개발 등 지역개발사업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자 노력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구체적인 성과를 낳지 못하자 완주군은 다른 지자체와 다른 방식으로 지역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갈림길에 선 지역 발전


완주군은 인구 8만5천명, 13개 읍ㆍ면, 재정자립도 23%의 전형적인 농촌지역이다.

쇠퇴하는 농촌지역을 되살리기 위해 완주군은 정부 지원을 받아 해마다 수십억원의 예산을 쏟아붓기도 했고, 산업단지 유치를 성사시켜 완주산업단지를 조성, 2005년에는 전북도내 대기업 유치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피부로 와 닿는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전국 대부분 지자체들이 대규모 산단이나 국책사업 유치 등을 통해 지역 발전을 모색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유치를 통한 실제 효과를 검증하지 못하고 장밋빛 청사진만을 제시하고 있다는 한계를 발견하면서 완주군은 전혀 다른 방식의 발전 전략을 고민하게 된다.

실제 완주군에 따르면 전북도내 대기업 유치 1위라는 실적으로 거둔 완주산업단지의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허무하기 짝이 없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2005년 분양율 94.4%로 집계된 완주산업단지의 경우 모두 3천914억원의 투자로 1천700여명의 고용창출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산단 조성을 통해 얻은 지방세 수입은 120억원으로 전체 재정의 3.8%에 불과했고, 이후 13개 업체가 부도났다. 이밖에도 대기업 인력의 경우 대부분 다른 지역 연고인 근로자들이 지역공동체와 별도로 생활하고, 인근 대도시인 전주시에 거주하고 있었다. 일부 공장들은 완주가 아닌 전주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산단 또는 국책사업과 같은 외부를 통한 발전 전략이 신기루를 잡는 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전국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발전 전략이 만능열쇠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완주군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지역’과 ‘주민’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의 결과는 지역 주민 스스로 지역자원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 는 ‘커뮤니티비즈니스(Commu nity Bussiness 이하 CB)’를 주목하는 일로 이어졌다.

‘지역’과 ‘주민’의 발견


완주군은 2007년 임정엽 군수가 일본 커뮤니티비즈니스 단체장 연수에 참가하면서 CB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후 국내 CB 연구를 도입한 희망제작소와 MOU를 체결하면서 지역 내 CB 확산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

완주군은 희망제작소와 함께 2008년 지역 자원 조사를 위한 ‘신택리지 사업’과 CB 연구소를 설립했다. 주민들에게 CB의 개념과 실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완주군 CB 학교를 운영하면서 새로운 발전 전략인 CB가 주민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노력했다. CB의 주체가 되어야 할 주민들이 스스로 깨닫고 실천할 수 있도록 공감대를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교육과 시범사업 등을 통해 CB의 가능성을 확인한 완주군은 2010년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를 개관하고, 군청 내 CB를 행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농촌활력과를 신설하게 된다.


공동체를 통한 지역순환경제


2003년 폐교된 초등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설치된 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에는 마을회사육성센터, 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로컬푸드센터, 도농순환센터, 공감문화센터 등이 입주해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완주군과 민간위탁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CB센터는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로서 CB를 확산시키기 위해 중간지원역할을 하고 있다. CB가 새로운 지역발전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ㆍ관의 협력체계가 중요한 데 민ㆍ관을 연결하는 전문가 집단으로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CB센터는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과 연구 기능을 갖추고 정책을 제안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하고 확산시키는 한편 각 사업모델이 유기적인 연결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CB 사례로는 오지마을에서 건강체험마을로 탈바꿈한 안덕 파워빌리지, 소농(고령농)과 귀농자가 함께 하는 복지농장인 인덕 두레농장, 지역먹거리를 판매하는 로컬푸드 건강한 밥상, 공기마을 편백숲 마을매점 등이 있다. 마을기업 외에도 CB창업공동체로 교육, 문화, 재활용, 디자인, 전통, 체험, 복지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현재 26개의 창업공동체가 활동하고 있다.

CB센터 김창환 사무국장은 “지역 전체에 순환경제가 일어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센터의 목표”라며 “1천명이 일하는 회사 1곳을 유치하기 위해 수십억, 수백억의 예산을 투입하기보다 10명이 일하는 CB 공동체 100곳을 만드는 것이 지역의 건강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장수진 기자 hojsj@ysnews.co.kr 

↑↑ 지역 농산품과 특산품을 판매하는 마을시장
ⓒ 양산시민신문

↑↑ 안덕 파워빌리지 조합 회의
ⓒ 양산시민신문

↑↑ 인덕 두레농장 모습
ⓒ 양산시민신문

↑↑ CB 교육에 참석한 완주 군민
ⓒ 양산시민신문



/완주군 신택리지 사업/
지역의 발견이 발전의 시작

2개월간 연구원 거주 현장조사 ‘눈길’ 

이른바 ‘큰 양산’으로 대표되는 양산시의 개발정책은 대규모 산단 조성, 지하철, 국책기관 유치 등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이러한 개발정책이 실제 주민들의 삶의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정작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구호만 반복되고 있다. 
 
완주군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역발전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우선 ‘지역’을 되돌아 보는 일을 시작했다.

2008년 완주군이 실시한 ‘완주군 신택리지 사업’은 기존의 지역발전계획 용역의 방식에서 탈피해 현장조사를 기초로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발굴하고 그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시작됐다.

‘택리지’란 1751년 실학자 이중환이 저술한 인문서로 지리ㆍ생리(生利)ㆍ인심(人心)ㆍ산수(山水) 등을 기준으로 지역성과 입지조건을 설명한 책이다. 완주군은 이러한 실학적 가치와 방식을 지역발전계획에 적용해 ‘신택리지 사업’을 실시한 것이다.

신택리지 사업은 완주군 482개 마을 가운데 291개 마을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자연생태ㆍ역사문화ㆍ경제ㆍ공동체ㆍ인적자원 등 지역에 존재하는 모든 자원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실제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역의 소소한 자원까지 기록하는 것은 물론 마을 주민들의 특성, 심지어 주요 주민들의 성향까지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게 된 것은 연구원들이 모든 마을에 2개월간 실제 거주하며 주민들과 토론을 거쳤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완주군 신택리지 사업이 눈길을 끄는 것은 현재 양산시에서 실시한 하북종합관광개발용역, 원도심활성화용역, 웅상 장단기발전계획 등 올해 수립한 지역개발계획이 ‘겉핥기식 계획’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결국 외부가 아닌 지역과주민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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