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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위기의 남자, 박희태
정치

위기의 남자, 박희태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412호 입력 2012/01/10 09:24 수정 2012.01.10 01:06
선관위 디도스 공격·돈봉투 논란, 악재 겹쳐 최대 위기 국면

윤영석 지지 발언으로 사실상 4월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 선언



사면초가(四面楚歌).

박희태 국회의장이 평소 사자성어를 즐겨 쓰는 화법에 비춰 현재 박 의장의 상황을 말한다면 ‘사면초가’라는 말이 어울린다.

지난 9일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후보자였던 박 의장측으로부터 돈봉투를 받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고 의원은 2008년 전대 직전 박 의장측 한 인사로부터 자신의 의원 사무실에서 현금 300만원과 박 의장의 명함이 든 봉투를 받았으며, 이를 되돌려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 의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여전히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후 검찰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에 박 의장의 비서가 연루돼 구속까지 당하면서 박 의장의 거취에 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새해를 맞아 박 의장이 사실상 불출마 선언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면서 지역정가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박 의장은 지난 4일 상공회의소가 주관한 신년인사회에서 ‘마지막도 처음처럼 열심히 한다’라는 뜻의 ‘종근여시(終勤如始)’라는 말로 의정활동을 마무리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지난 7일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할 예정인 윤영석 아시아도시연맹 이사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 윤 이사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통해 사실상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박 의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윤영석 동지는 양산 토박이로 참신한 일꾼”이라며, “외모와 말씨, 지식과 판단력 등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고루 갖춘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4월 총선 예비후보자의 출판기념회에 현역 국회의원이 참석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인 데다 지지의사를 밝힌 축사까지 한 것은 박 의장이 현재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한나라당 예비후보 가운데 차기 후보로 윤 이사장의 손을 들어준 것과 같다는 것이다. 

박 의장은 2009년 10월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하면서부터 국회의장을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남해 출신으로 이 지역에서 5선까지 지낸 박 의장이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 탈락 이후 절치부심 끝에 당 대표까지 오른 뒤 별다른 지역연고가 없는 양산에 출마한 것을 두고 박 의장의 정치적 야심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공격은 재선거 당선과 국회의장 당선 이후에도 이어졌다. 하지만 박 의장은 국회의장으로 지역구에 소홀할 것이라는 세간의 시선을 의식이라도 한 듯 오히려 각종 지역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으며, 신성장동력 사업 유치라는 공약사업 이행을 위해 각종 국책기관 유치 계획을 내놓는 등 활발한 지역활동을 펼쳐 왔다.

그동안 고령의 다선 의원인 데다 국회의장까지 지낸 정치인이 다시 지역구 출마를 한 전례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박 의장의 재출마가 사실상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까지도 의정보고서를 배포하는 등 활발한 지역활동과 함께 국회의장 당선으로 공석이 된 한나라당 양산시협의회장 자리를 끝까지 비워둬 재출마 여지를 남겨 놓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에 휘말리면서 1988년 정계입문 이후 박 의장은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된 셈이다. 

한편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박 의장이 사실상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나라당 예비후보자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게 됐다. 또한 야권 역시 상대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한나라당 예비후보자별 유불리를 계산하기에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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