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1대 1일 대결 구도로 시작부터 관심을 모았던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결국 새누리당 윤영석 후보의 당선으로 마무리됐다. 양산은 이른바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의 강세 지역이다.
이번 선거 역시 선거기간 각종 언론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윤영석 후보가 야권단일후보로 나선 민주통합당 송인배 후보를 두 자릿 수 가까운 지지율 차이를 보이며 앞서가는 형국이었다. 결과적으로 여론조사와 비슷한 결과로 선거가 마무리됐지만 야권 역시 이번 선거에서 40%를 웃도는 득표율로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2009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부터 두드러진 ‘지역 대결’ 구도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지역별로 엇갈린 정치성향
지난 2009년 재선거 당시 한나라당 박희태 후보는 18만4천691명의 유권자 가운데 8만1천103명이 투표에 참여한 선거에서 3만801표를 얻어 당선됐다. 모두 68개(부재자투표 포함) 투표구 가운데 박희태 후보가 1위를 기록한 곳은 44곳이었다. 2위인 민주당 송인배 후보는 2만7천502표를 얻어 박희태 후보와 3천299표 차이였다. 송인배 후보는 투표구 68곳 가운데 22곳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당시 선거는 여야 모두 단일화에 실패해 8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였다.
이 가운데 여권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는 박희태ㆍ김양수ㆍ유재명ㆍ김상걸ㆍ김진명ㆍ김용구 후보는 62.43%(5만421표)를 얻었고, 야권인 송인배ㆍ박승흡 후보는 37.56%(3만338표)로 2만83표 차이였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 윤 후보가 받은 득표는 5만6천808표(52.3%)였고, 송 후보는 5만1천809표(47.7%)를 받아 4천999표 차이가 났다. 여권의 경우 재선거 때와 비슷한 5만여표를 받았지만 야권은 한계치로 일컬어지던 3만여표를 넘어 5만표를 넘어선 득표를 기록한 것이 눈에 띈다.
투표구별로 살펴보면 70곳(부재자투표 포함)의 투표구 가운데 윤 후보는 43곳에서 송 후보를 앞섰으며, 송 후보는 27곳의 투표구에서 윤 후보보다 많은 득표를 기록했다.
윤 후보가 우세를 보인 지역은 원도심과 농촌지역이고, 송 후보의 우세지역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한 신도시 지역이다. 지난 재선거 역시 이러한 지역 대결 구도가 나타난 바 있다.
도농복합도시인 양산의 특성이 투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물금읍’이다. 물금읍은 모두 10곳의 투표구 가운데 아파트 단지가 밀집된 지역 6곳에서 송 후보가 앞섰고, 원도심지역인 4곳의 투표구에서 윤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물금읍 전체 득표수를 비교하면 송 후보가 불과 4표 차이로 앞서는 데 그쳤다. 신도시와 원도심의 지지세가 박빙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여야 모두 자신의 지지층을 확대하기 위해 열세지역을 공략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의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 ‘5만표의 한계’
야, 2% 부족함 극복
결과만 놓고 보면 이변은 없었다.
하지만 여당 역시 이번 선거를 통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5만6천808표를 얻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지난 2009년 재선거 당시 여권 성향이었던 박희태ㆍ김양수ㆍ유재명ㆍ김상걸ㆍ김진명ㆍ김용구 후보는 5만421표를 받았다.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권 성향인 김양수ㆍ김동주ㆍ나오연ㆍ이성경ㆍ김정희 후보의 득표수는 5만489표였고, 18대 선거의 경우 허범도ㆍ유재명 후보가 4만9천739표를 기록했다.
이른바 ‘5만표의 한계’가 이번 선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여권인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은 고정득표수가 5만표에 이를 정도로 탄탄한 지지층을 가지고 있지만 더 이상 지지층이 확장되지 않는 현상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재선거의 경우 18만4천691명의 유권자 가운데 8만1천103명이 투표에 참여해 43.7%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선거는 유권자 20만4천259명 가운데 10만9천724명이 참여해 53.7%의 투표율로 나타났다. 유권자 수가 늘어나고 투표율도 상승했지만 새누리당이 얻은 표는 ‘5만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야권의 경우 한계로 일컬어지던 ‘3만표’를 넘는 득표력을 보이며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17대 선거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사태로 인해 야권의 송인배ㆍ김영진ㆍ전덕용 후보는 3만5천19표를 얻었다. 친이ㆍ친박 대결구도로 진행된 18대 선거는 야권이 지리멸렬한 양상을 보였지만 2009년 재선거에서 야권인 송인배ㆍ박승흡 후보는 3만338표를 얻어 17대 선거에서 확인한 야권 지지세를 회복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한계로 보이던 ‘3만표’를 넘어 ‘5만표’를 넘는 득표력을 보였다. 물론 선거마다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득표수를 단순화하기는 힘들지만 양산의 경우 아파트 단지가 새롭게 들어서면서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권의 정체와 야권의 약진은 새로운 정치구도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선거 역시 투표율이 50% 후반이나 60%대로 마무리됐다면 당락의 결과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한 단일화가 필요한 곳은 야권이 아니라 오히려 여권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인물난을 겪고 있는 야권의 경우 후보단일화가 오히려 쉬운 반면 매번 선거마다 후보가 난립하는 양상을 보인 여권이 이번 선거에서도 복수의 후보가 출마했을 경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진보ㆍ보수 팽팽한 세 대결
전국적으로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표심은 진보와 보수가 팽팽한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양산 역시 이러한 현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여야 모두 분명한 정책과 인물을 내세우지 않은 채 관행적인 선거를 치르게 된다면 현재까지 여당이 우세한 경쟁을 펼쳐왔던 지역정치 역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당의 경우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이 된다’는 일방적인 말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야당 역시 자연증가하는 인구가 모두 자신의 편이 될 것이라는 착각과 이번 선거에서 얻은 5만표의 지지가 유지될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야권이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였던 18대 선거에서 야권이었던 심경숙ㆍ송인배ㆍ정병문ㆍ김진명 후보가 1만7천787표를 얻는데 그쳤던 사실이 이러한 지적을 반증하고 있다.
전통적인 강자인 여당과 새로운 변화를 도전해온 야당 모두 ‘유권자’를 중심에 둔 경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번 선거 결과가 새삼 확인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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