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부산, 울산, 경남이 상생발전을 목적으로 설립한 ‘동남권광역교통본부’가 양산에 설립됐다.
부ㆍ울ㆍ경 동남권 3개 광역단체가 처음으로 상생발전을 위한 결실을 맺은 자리인 만큼 3개 광역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장, 나동연 시장과 김종대 시의회 의장 등 3개 광역단체에 속한 주요 인사들이 모두 양산에 모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높으신(?) 분들이 한 자리에 모인 만큼 덕담도 자연스레 오갔다. 교통본부의 출범이 동남권의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빠지지 않았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축사가 이어지는 도중 울산 박맹우 시장의 순서가 되면서 난데 없는 ‘울산 통도사’가 튀어 나왔다. 이날 개청식에 참석한 통도사 원산 주지스님에게 인삿말을 전하면서 박 시장이 “양산시민들이 바라는 대로 KTX울산역에 ‘통도사’를 넣었더니 요즘 KTX를 이용하는 다른 지역 사람들은 통도사가 울산에 있는 줄 안다”며 심지어 참석자들에게 “문제 있냐”고 되묻기까지 했다.
물론 박 시장의 발언은 부ㆍ울ㆍ경이 하나되는 마당에 나온 말이긴 하지만 KTX울산역에 ‘양산 통도사’를 병기하려고 노력해온 시민의 입장에서 박 시장의 말은 씁쓸하기만 하다.
지난 2010년 11월 개통을 앞두고 하북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역명에 ‘통도사’를 함께 표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주민들은 지리적으로 역사와 20여분 떨어진 천년고찰 통도사의 문화재적 가치를 대내ㆍ외에 알려 지역 문화관광산업에 기여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다행히 주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KTX울산역(통도사)’로 역명이 확정됐지만 이후 역명으로 인해 통도사가 양산이 아닌 울산에 있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결국 이번 박 시장의 발언은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이미 양산은 신라시대 충신 박제상의 고향이면서도 울산시의 한 발 앞선 박제상 활용정책으로 문화적 콘텐츠를 빼앗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화의 시대, 스스로의 정체성과 이야기를 지키지 못하면서 문화관광도시를 내세우는 양산시의 모습에 입 안이 자꾸 씁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