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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가축분뇨, 새로운 자원이 되다
가축분뇨의 두 얼굴, 폐기물이냐? 자원이냐?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2/10/30 14:28 수정 2012.10.30 02:28
① 가축분뇨 해양투기 전면금지, 그 이후




<글 싣는 순서>

① 가축분뇨 해양투기 전면금지, 그 이후
② 유럽선진사례탐방1 - 스위스 이팅겐수도원 / 가축분뇨도 지역자원의 일부다
③ 유럽선진사례탐방2 - 네덜란드 가축분뇨전문처리업체 JOZ / 가축분뇨에서 새로운 시장을 열다
④ 유럽선진사례탐방3 - 독일 양돈연구센터 / 가축분뇨, 신재생에너지로 거듭나다
⑤ 유럽선진사례탐방4 - 독일 본대학 유기농연구소 / 가축분뇨, 농업의 체질을 바꾸다
⑥ 양산의 가축분뇨 활용 현황 및 대안 모색

↑↑ 함양군 액비유통센터에서 지역 축산농가로부터 자원화한 액비를 가축사료작물 재배를 위한 농지에 살포하고 있다. 함양군은 축산농가들이 조합을 결성, 가축분뇨 자원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모색 중이다.
모든 생물은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특히 식생활의 변화로 인해 축산업의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가축들이 남기는 분뇨의 양 역시 늘어났지만 과거 축산업과 농업이 결합된 상태에서 퇴비로 분뇨를 처리하던 방식은 먼 과거의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축산농가들은 축산업의 확대와 화학비료 등의 등장으로 인한 농업의 변화로 넘쳐나는 가축분뇨를 처리하기 위해 ‘해양투기’라는 손쉬운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1996년 폐기물 해양투기 방지에 관한 국제협약인 런던의정서에 서명하면서 올해부터 가축분뇨의 해양투기가 전면금지됐다.

런던의정서 서명이 효력을 발휘할 때까지 축산농가와 지자체는 가축분뇨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아 왔다.

↑↑ 김해시는 1993년 하루 130톤의 가축분뇨를 처리할 수 있는 축산폐수공공처리장을 마련했지만 가축분뇨 해양투기 금지에 따라 259억원을 들여 하루 200톤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추가로 계획하고 있다.
자원 아닌 폐기물에 여전히 방점


가축분뇨의 해양투기가 금지되자 축산농가들은 처리비용이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특히 퇴비로 활용하기 쉽고 처리가 비교적 용이한 소와 닭을 사육하는 농가는 대부분 비료업체 등에 자체적으로 판매할 수 있지만 분(똥)과 뇨(오줌)가 뒤섞인 상태로 배출돼 퇴비 활용이 까다로운 돼지사육농가들은 해양투기에 의존해오던 기존 처리방식을 지속할 수 없어 난감한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상황이 이렇자 각 지자체는 가축분뇨의 효율적인 처리를 위해 공공처리장을 서둘러 추진하려 했지만 입지 선정을 둘러싸고 주민들의 집단민원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축산농가들은 정부 지원과 자체 자금을 어렵게 조달해 분뇨처리시설과 퇴ㆍ액비(액체비료)화시설, 장비 등을 마련해 해양투기 금지에 대비했지만 소규모 영세농가에서는 수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형편이다.

가축분뇨의 효율적인 처리 또는 자원화가 어려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가축분뇨를 폐기물로 여기는 인식 때문이다. 육류 소비가 커진 만큼 축산업의 규모가 커졌지만 이에 따라 발생하는 가축분뇨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악취가 나는 폐기물로 혐오감을 드러내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의 반발로 인해 사업이 좌절되거나 지연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자원화시설을 마련해 놓고도 퇴비 활용화 방안을 찾지 못해 결국 폐기물로 처리해야 하는 현상 역시 해양투기 금지에 따라 우선 가축분뇨를 처리하기 급급한 나머지 전반적인 축산업과 농업 환경의 개선을 염두에 두지 않은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 고성군에서 돼지를 사육하는 해밀농장(농장주 강원환)은 퇴ㆍ액비화 시설을 마련한 뒤 지역농민에게 무상으로 퇴비를 나눠주고 있다. 고성군은 생명농업단지 지정 후 화학비료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적극성 필요


올해부터 전면금지된 가축분뇨 해양투기는 축산농가에 닥친 위기가 분명하다.

가득이나 사료 값과 인건비 상승, 육류 수입 증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축산농가 입장에서는 가축분뇨 처리비용마저 증가해 “차라리 축산업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변화에 대처해 축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말에 민ㆍ관이 함께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정부나 지자체는 폐기물 처리에 방점을 찍고 추진해온 각종 정책을 가축분뇨가 새로운 자원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재검토해야할 시점이다. 축산농가 역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가축분뇨 처리시스템을 정비하고, 가축분뇨 활용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축산강국인 유럽에서 가축분뇨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 지를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더 이상 가축분뇨를 폐기물이 아니라 자원으로 인식하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유럽의 선진사례를 바탕으로 양산지역 가축분뇨 활용 현황과 대안을 앞으로 5회에 걸쳐 고민해보고자 한다.

공동기획취재단 사진제공

※ 이 취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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