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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가축분뇨, 새로운 자원이 되다
가축분뇨도 지역자원의 일부다

이현희 기자 newslee@ysnews.co.kr 입력 2012/11/06 15:08 수정 2012.11.06 03:11
② 유럽선진사례탐방 1 - 스위스 이팅겐 수도원







<글 싣는 순서>

① 가축분뇨 해양투기 전면금지, 그 이후
② 유럽선진사례탐방1 - 스위스 이팅겐수도원 / 가축분뇨도 지역자원의 일부다
③ 유럽선진사례탐방2 - 네덜란드 가축분뇨전문처리업체 JOZ / 가축분뇨에서 새로운 시장을 열다
④ 유럽선진사례탐방3 - 독일 양돈연구센터 / 가축분뇨, 신재생에너지로 거듭나다
⑤ 유럽선진사례탐방4 - 독일 본대학 유기농연구소 / 가축분뇨, 농업의 체질을 바꾸다
⑥ 양산의 가축분뇨 활용 현황 및 대안 모색


↑↑ 스위스 칸톤주 이팅겐시에 위치한 이팅겐 수도원은 축사에서 나오는 연간 4천t의 가축분뇨를 100ha 규모의 농지에 퇴비로 활용해 수도원 내 호텔, 휴양관 식당에 필요한 농작물을 재배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축사 바로 옆에 드넓은 목초지가 펼쳐진 모습.
농업과 축산업, 지역경제의 순환구조 시도
지역공동체에 필요자원이라는 인식 중요


스위스의 조용한 시골마을인 칸톤주 이팅겐시에 위치한 이팅겐 수도원은 1848년까지 실제 수도사들이 지내던 수도원으로 역할을 해왔다. 이후 한 개인가문으로 소유권이 넘어간 수도원과 부지는 농장으로 그 기능이 변화했다.

하지만 높은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던 수도원을 공공영역에서 다 함께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를 오랜 기간 지역주민들이 고민한 결과 1977년 이팅겐 수도원 보존과 활용을 위한 민간재단인 ‘칸톤 이팅겐’이 설립돼 칸톤주 정부와 지역기업과 시민들은 수도원 매입과 보수에 필요한 비용을 모금하기에 이른다.

이후 문화재로써 수도원을 보존하고, 수도원 부지를 지역주민에게 유용한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원칙이 세워졌다.
↑↑ 문화재 보존 차원에서 민간재단으로 매입된 건물과 부지를 활용해 휴양관, 박물관, 호텔 등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이팅겐 수도원은 지역공동체의 중심으로 다양한 수익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곳의 운영 원칙은 지역의 사람과 자원을 활용해 공공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가축분뇨’ 역시 소중한 지역자원으로 대접받고 있다.


지역공동체의 중심으로 변모


이팅겐 수도원과 그 부지가 민간재단의 소유가 된 후 수도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지역공동체 사업이 전개됐다.

수도원의 원형을 유지하며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면서 장애인을 위한 휴양관과 박물관이 운영됐다. 1995년에는 연회와 세미나 등을 위한 다용도 연회장이 마련됐으며, 2004년에는 휴양관 인근 숙소 건물을 호텔로 개조하기에 이른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지역’이 있었다.

수도원 보존을 위해 시작한 휴양관, 박물관, 호텔 운영 등의 수익사업은 철저히 지역주민들을 채용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수도원 부지를 제외한 100ha의 농지는 휴양관과 호텔 운영에 필요한 농작물을 생산하는 데 활용됐으며, 농사 역시 지역주민과 장애인들을 고용해 수도원에 필요한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시설 운영에 필요한 인력도 모두 지역주민들로 채워졌다.  현재 이팅겐 수도원은 12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치즈 등의 유가공제품과 포도주, 공예품 등을 스위스는 물론 인근 독일,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수도원을 찾는 연간 13만명의 방문객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다.
  

↑↑ 수도원에서 키우는 젖소들은 치즈 등 유가공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것으로 발생하는 분뇨는 짚 등과 함께 퇴비화 처리가 되고 있다.
↑↑ 돼지 축사에서 발생하는 분뇨는 축사에서 곧바로 액비(액체비료)화시설로 수집돼 살포시기까지 저장된다.
농업과 축산업의 만남


“축사에서 나오는 배설물 역시 소중한 지역의 자원이다”

화학비료가 나오기 전까지 우리나라 대부분 농가는 농업과 축산업이 결합된 형태로 운영됐다. 농가에서 기르는 가축들의 배설물은 화학비료가 없던 시절 소중한 퇴비로 활용됐다.

이팅겐 수도원은 과거 우리나라 농촌의 모습처럼 농업과 축산업이 구분되지 않고 순환구조를 이루고 있다.
현재 수도원 축사에서는 소와 송아지 100여마리, 돼지 180여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대부분 수도원 식당에서 필요한 고기와 치즈 등을 생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육되고 있다. 이들 가축들은 연간 4천t 가까운 가축분뇨를 발생시키고 있다.

수도원에서는 돼지와 소 축사에서 발생하는 분뇨를 수집해 액비시설로 퇴비화를 거쳐 농지에 살포하고 있다. 물론 스위스 정부에서 일정면적에 일정량 이상의 퇴비를 살포하지 못하도록 정한 기준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수도원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보덴제 호수는 스위스는 물론 인근 국가들이 상수원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농가들이 키우는 소나 돼지의 규모에 비해 분뇨를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해 무분별하게 살포된 퇴비로 토양의 부영양화가 지하수에 영향을 미쳐 보덴제 호수까지 오염돼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수도원측은 스위스 정부의 기준에 맞춰 살포량과 시기 등을 지키며 연간 4천t의 가축분뇨 대부분을 퇴비로 사용하고 있다.

시설관리담당자인 하인츠 샤이데거 씨는 “가축분뇨를 퇴비로 활용함으로써 연간 2만프랑가량의 비료 값이 절감되는 것으로 추정한다”며 “별도의 가축분뇨 처리비까지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가축분뇨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퇴비화나 살포 과정에서 악취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항상 기울이며 주의하고 있다”면서도 “주민들 역시 축사에서 나오는 배설물이 퇴비로써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설명은 수도원을 중심으로 지역공동체가 공공의 이익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가축분뇨’ 역시 ‘하나의 자원’이라는 주민들의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 수도원은 자체 액비저장시설을 마련해 퇴비를 살포할 수 있는 시기까지 액비를 보관 후 시설에서 농지로 바로 연결되는 살포관을 갖추고 있다.
방식이 아닌 인식의 문제


이팅겐 수도원의 사례는 사실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우리나라 역시 과거에는 농업과 축산업이 순환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농업 환경의 변화와 축산업의 확대, 도시화 등의 요인으로 가축분뇨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이팅겐 수도원의 사례에서 고민해야 할 점은 바로 애물단지인 가축분뇨가 공공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자원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축분뇨를 둘러싼 민원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단순히 퇴비로써 활용되는 자원이 아니라 지역공동체를 살찌우는 다양한 자원 가운데 하나로써 가축분뇨의 의미를 확장하는 정책과 제도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 농지에 액비를 살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악취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수도원은 다양한 살포장비를 구입, 퇴비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공동기획취재단 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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