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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시’로 펼쳐낸 할머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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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펼쳐낸 할머니의 삶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2/12/31 11:50 수정 2012.12.31 11:50
할머니 문집 제5집 발간회



까막눈이었던 할머니들이 문집을 펴냈다. (사)대한노인회 양산시지회(지회장 김상봉) 할머니 문화교실에서 한글을 배운 할머니들이 자필로 쓴 시를 모아 지난달 18일 ‘할머니 문집’을 발간했다.

문화교실에 다니는 60~80대 할머니 13명은 짧게는 1년, 길게는 6년 동안 매주 2회 2시간씩 문화교실에서 한글과 씨름해가며 글을 익혔다. 배워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기억력 탓에 할머니들은 한시도 책을 손에서 뗄 수 없었다.

최경애(80) 할머니는 “어릴 때 글을 배웠으면 까먹지도 않고 좋았을텐데, 매번 배운 것도 잊어버리고 선생님에게 되묻기만 해 미안한 마음이 많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의 노력으로 써내려간 시는 세련되진 못했지만 오랜 세월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냈다.

김구야(91) 할머니는 ‘국화꽃을 보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젊어서 글을 배웠더라면 더 좋았으련만 백발이 나의 마음을 허전하게 하네 아, 아 세월이여 무정하구나”라며 일찍 글을 배우지 못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우리 어머니’란 글을 쓴 최경애 할머니는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한 마음을 털어놨고, 이영숙(67) 할머니는 ‘아름다운 계절’에서 우리나라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시로 담아냈다.

문화교실을 이끈 정영숙 양산문협 사무차장은 “할머니들의 글 솜씨가 너무 좋아서 따로 손대지 않아도 될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 많다”며 “1년간 부족한 저를 잘 따라 이렇게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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