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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양주동주민센터 장애인 행정도우미 공은선(51) 씨. 공 씨는 지난해 6월 40여년 간 주민등록 없이 어렵게 살아온 양아무개 씨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어린 시절 집안의 파산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고 40여년 간 이리저리 떠돌며 구두닦이로 살아온 양 씨는 당시 주민등록상 ‘행방불명’ 처리된 사람이었다. 친구의 도움으로 양산에 자리를 잡고 이제라도 주민등록을 바로잡자는 마음에 변호사를 찾아가고, 주민센터를 통해 시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양 씨의 신변을 보장해 줄 서류나 증인이 없어 주민등록을 되찾기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공 씨는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을 데려오라고 하는 국가도 말이 안 되고 그렇다고 양 씨가 평생을 흔적 없이 살아야 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그래서 작은 힘이라도 보태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미 양 씨는 주민등록이 전산화되기 전 행방불명 처리돼 전산 자체가 없었다. 하지만 공 씨는 최초 기록만 찾아내면 해결할 길이 보일 거라 생각해 양 씨에게 처음 주민등록증을 만든 곳을 물었다. 양 씨는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서 발급받은 것을 기억했고, 망미동 주민센터에 협조를 요청해 어릴 적 양 씨가 작성했던 서류를 찾을 수 있었다. 서류를 증거로 양 씨는 지난해 6월 15일 주민등록증과 건강보험증 모두 발급받았다.
양 씨는 “기록이 없어 어렵다는 말에 주민등록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도움을 주신 분 덕분에 이제 떳떳한 시민이 되었다”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에 대해 공 씨는 “나보다는 이 일을 도와준 주민록 담당자가 고생했다. 나같이 나이 많은 사람이 부탁하니 귀찮아도 귀찮은 티 못 내고 열심히 일해준 덕분에 그분 주민등록도 찾고 나도 칭찬받는 것”이라며 “내가 도움 줄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한다는 마음으로 매일 살아가고 있다”고 하며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