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아이를 보면 아주 예쁘잖아요. 우리 서점은 언제든 아이들이 와서 책 읽고 갈 수 있는 도서관 같은 서점이에요”
중부동에서 ‘북뱅크’를 운영하고 있는 안미영(56) 대표는 34년간 아이들을 위한 서점을 운영해오며 책 기부 활동과 독서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안 씨는 10년 전 초등학교에 처음으로 책을 기부했다. 아이들에게 더 다양한 책을 읽히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그러다 그는 양산에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한 작은도서관을 알게 됐고, 적은 돈으로 힘들게 도서관을 운영해가는 모습을 보며 그들에게도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은도서관에 이렇게 신경을 잘 써주는 곳은 양산뿐이라고 생각해요. 시에서 신경 써 주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아직 제대로 운영하기엔 부족하죠. 그래서 제가 책 기부를 하는 거예요”
안 씨는 책 기부 말고도 아이 독서 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무료 교육을 해오고 있다. 교육에 대한 열정은 넘치지만 제대로 된 방법을 몰라 헤매고 있는 부모들에게 어떤 책을 골라야 하는 지,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 지 알려주고 있는 것.
“교육을 위해 몇백만원짜리 도서 세트를 구매하는 엄마들이 많아요. 그건 아이에게 맞는 책을 주는 게 아니라 책에 아이를 맞추겠다는 거죠. 엄마의 잘못된 선택이 아이의 미래까지 좌우한다는 걸 알아야 해요”
‘만권 프로젝트’ 책에 대한 생각을 바꾸다ⓒ
올바른 독서교육을 위해 안 씨는 5년 전 일반 서점에서 찾을 수 없는 북뱅크만의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바로 ‘만권 프로젝트’다. 영유아는 학교 입학 전까지 만권을, 초등학생은 졸업 전까지 만권을 읽힌다는 것. 이 프로젝트를 위해 안 씨는 책 교환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했다. 책의 전권을 구매하고 그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서점으로 가져오면 다음 단계의 책으로 교환해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부모들이 많았다. ‘책은 소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대다수였고 그들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변화가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시작은 힘들었지만 안 씨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가정에서 책을 교환하러 오는 시기가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엄마들이 안 씨를 신뢰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하게 됐다.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자신을 신뢰해준 엄마들을 보며 안 씨는 기쁨을 느꼈다.
“학부모들 덕분에 30년이 넘는 세월을 버틸 수 있었으니 이제 그들을 위한 일도 해야죠”
책이 좋아서 서점을 운영하게 됐고, 30여년 넘게 운영해오며 다른 직업을 생각해 본 적 없는 안 씨, 이제 돈을 벌기보다 나눔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마지막 숙원사업으로 그만의 도서관 운영을 꼽는다.
“7년 후에는 한적하고 좋은 곳에 터를 잡고 도서관을 지을 거에요. 아이들은 자연을 보며 책을 읽을 수 있고 엄마들은 차 한잔하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는 편안한 도서관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