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지역 내 노동자들이 약 4만명 정도 됩니다. 시간이 지나도 노동자들의 상황은 열악해지고 그들의 힘은 영세해져요. 그러나 그들 모두를 담아낼 그릇은 없습니다. 앞으로 노동민원상담소가 그 그릇이 돼야죠”
외로운 해고 투쟁에서
힘이 된 상담소와의 인연
이은아 사무국장은 2009년 노동민원상담소의 사무국장 자리를 맡았다. 이곳으로 오기 전 그는 자신을 ‘평범한 노동자’였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까지 저는 진주햄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회사는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를 했어요. 그런데 그때 해고된 사람은 저뿐이었죠. 열 명 중에 한 명도 아니고 백 명이 넘는 사람 중 저 혼자 해고된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죠. 그 후 3년간 복직투쟁을 펼쳤어요. 혼자 하기 힘든 투쟁이었지만 상담소가 지원을 해줬고 그게 인연이 돼 자연스럽게 상담소 일을 하게 됐습니다”
이 사무국장은 자신 역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던 ‘노동자’ 시절이 있었기에 그들을 위한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노동자였을 때 상담소로부터 배웠던 노동 교육과 스스로 듣고 배웠던 노동 지식을 바탕으로 상담을 시행했다. 또 그는 현장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노동 상담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동 상담은 당사자의 상황마다 모두 달라요. 관련 법 조항은 달랑 한 줄이지만 노동자의 상황은 사람과 회사마다 다 다르고 복잡하니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죠. 그때는 자문위원의 조언을 받아 노동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고 합니다”
무료법률상담, 노동교육 등 활동 ⓒ
상담소 축소로 운영 어려워
노동민원상담소는 지난 1995년 뜻있는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힘을 합쳐 노동자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상담소에서 무료법률상담을 하고 노동 교육, 문화 기행,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나 현재 노동민원상담소는 이 사무국장 혼자 운영을 맡고 있다. 그는 혼자서 운영을 하고 활동을 펼치다 보니 사업 영역도 줄어들고 활동도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담소 운영의 90%가 후원을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경남도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상담소가 구상한 하나의 사업에만 지원되기 때문에 다양한 사업을 꾸려나가진 못하고 있어요. 후원해주시는 분들 덕에 운영을 이어가고 있지만, 더 많은 분들께 좋은 교육, 좋은 쉼터가 돼 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늘 있습니다”
이 사무국장은 상담소마저 없어지면 양산지역의 노동자들이 마음 놓고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상담소의 규모가 작아져 이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상담소를 찾고 있지는 않으나 하루에 한 분이라도 상담소에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 이곳이 존재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실업급여를 못 받으시던 분들이 저희의 도움으로 실업급여를 받게 돼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뿌듯하죠. 다른 사람들에게는 사소한 돈일지 몰라도 그분들에게는 정말로 소중한 돈이잖아요. 한 분이라도 이렇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보람된 거죠”
이 사무국장은 어려운 분들에게 부담 없이 도움이 돼주는 공간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상담소가 지역 노동자들이 찾아오기 편하고 쉬운 곳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노동자들의 법과 권리만을 찾아주는 곳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모여서 함께 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양산노동상담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386-3750으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