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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길 위에서 느끼는 가족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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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느끼는 가족사랑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3/04/09 09:20 수정 2013.04.09 10:09
제3회 통도사 순례 가족사랑 건강 걷기대회





지난 7일 전날 내린 비로 하늘은 흐리고 서늘한 바람이 통도사를 가득 채웠다. 그러나 궂은 날씨도 통도사순례 가족사랑 건강걷기대회에 참가하려는 시민들의 열정은 막지 못했다. 오전 9시 30분, 통도사 산문주차장은 2천여명의 시민들로 북적였다.

하북면문화체육회 주최로 3회째를 맞이한 건강걷기대회는 통도사의 아름다운 길을 알리는 지역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출발 전 산문주차장에서 펼쳐진 풍물과 댄스 공연을 즐기며 대회 시작을 기다렸다. 개회식을 마치고 다 함께 카운트다운을 센 후 울창한 자연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족보다 끈끈한 이웃사촌이 함께하는 길

오전 10시 20분, 대회 시작을 알리는 신호와 함께 자연을 향해 걸어간다. 산문에서 출발해 무풍한송길을 가는 길, 경쾌하게 걷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으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데 두 가족이 멈춰 서서 “저희도 찍어주세요”라며 단체로 손가락 브이를 그렸다. 이웃사촌끼리 함께 대회에 참가한 윤지석(42, 하북면) 씨와 박주환(40, 하북면) 씨 가족. 이들은 진짜 사촌지간보다 끈끈한 사이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윤지석 씨는 “요즘 이웃사촌 간에는 정이 없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서로 나이도 비슷하고 아이들도 있으니 자주 어울리게 됐어요. 오늘도 같이 좋은 추억 만들려고 오게 됐습니다”고 말했다.

박주환 씨도 “좋은 사람과 함께 걷는 좋은 길, 좋잖아요? 어제까지 비가 와서 오늘 못 오는 것 아닌가 걱정했는데, 날씨도 맑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걸을 수 있어서 정말 즐겁네요”라며 웃었다.

사이좋은 두 가족은 끝까지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그들이 떠난 후에도 한송길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나누는 많은 사람들과 길 양옆에 늘어선 소나무의 싱그러운 향기로 가득 찼다.

한송길부터 성보박물관 앞을 지나는 길, 끝없이 이어진 오르막길과 어느새 맑아져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은 걷는 사람들을 지치게 할만도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의지하며 길을 걸어나갔다.

긴 오르막길 후에 만나는 내리막길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달콤했다. 지산마을부터 산문주차장까지 이어진 내리막길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빨라지게 했다. 이 길은 통도사 길처럼 소나무의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소나무 대신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벚나무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벚꽃잎에 남기는 개구쟁이 가족의 추억

벚꽃이 가득한 길을 걸으며 시민들은 저마다 추억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흩날리는 벚꽃잎에 멈춰서 감상에 젖어 있을 때 한 아이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벚꽃 잡기에 열중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6살 연수는 꽃잎이 날리는 데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엄마 꽃 비 온다” 그렇게 꽃잎을 따라 뛰어다니는 연수를 보며 형인 민수(8)는 동생을 말리기 바빴다. “넘어진다, 뛰지 마라” 개구쟁이 연수와 듬직한 민수를 보며 두 아들의 엄마는 휴대전화로 그들의 모습을 찍으며 외쳤다. “그렇게 뛰다 둘 다 넘어져, 조심해 아들”

이희진(32, 중부동) 씨는 “어제 비가 와서 벚꽃이 다 떨어진 줄 알았는데 이런 진풍경을 만나게 돼서 너무 즐거워요. 아이들도 이렇게 신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참가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내리막길이라 조금 위험하지만 이럴 때 아니면 어디서 저렇게 뛰어보겠어요”라며 짧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엄마와 형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개구쟁이 연수는 벚꽃잎을 한 아름 가져와 “엄마 이거 선물”하고 환하게 웃었다. 연수는 나에게도 벚꽃을 가득 안겨주고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이 씨는 그런 연수를 잡으려 급하게 인사를 건네고 멀어졌다.

청명한 하늘과 어우러진 벚꽃을 즐기며 내려오는 길은 너무나 짧게 느껴졌다. 대회를 주최한 하북면체육회 회원들은 도착점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빵과 음료수, 물티슈를 주며 완주한 사람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출발한 지 1시간 30분 정도 지났을까, 산문주차장은 다시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출발점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주최 측에서 준비한 음식을 나눠 먹으며 통도사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하북면체육회 관계자는 “전날 비로 인해 참가자가 이렇게 많을지 예상하지 못했다”며 “시민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내년 행사도 알차게 준비해 더 많은 분들이 통도사의 길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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