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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교사로 제2의 삶 사는 결혼이주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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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로 제2의 삶 사는 결혼이주여성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3/04/23 09:39 수정 2013.04.23 09:39
다문화 알리는 이중언어강사 왕펑지에, 쉬진링 씨



어릴 적 꿈, 타국에서 이룬 쉬진링 씨


“중국에서 못 이뤘던 초등학교 선생님의 꿈을 한국에 와서 이뤘어요. 상상도 못했었는데 학교에서 아이들과 웃고 이야기하는 것이 행복해요”

한국에 정착한 지 4년 차인 쉬진링(30, 중국) 씨는 백동초등학교에서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든 반에서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이 저를 오히려 더 신기하게 보면서 많은 관심을 가져줘요. 그 때문인지 아이들이 진심으로 중국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그때는 정말 뿌듯해요”

중국에서 쉬진링 씨는 무역회사에서 통ㆍ번역 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에는 늘 교사에 대한 꿈이 있었다. 우연한 기회로 이중언어강사 교육과정에 도전하게 됐고 부모의 반대로 펼치지 못했던 꿈을 한국에서 이룬 것이다.  

“이중언어강사는 제게도 많은 도움이 돼요. 제 딸이 올해 네 살이거든요. 제가 생각할 때 어린아이들은 모두 똑똑해요. 그런데 다문화가정 여성들은 한국어도 잘 모르고 한국 교육에 대해서도 잘 몰라서 아이들에게 잘 가르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아이들도 조금씩 뒤처지는 것 같아요. 그런 상황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한 편견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요. 저는 그 상황이 너무 안타까워요.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도전하게 됐어요”

쉬진링 씨는 이중언어강사로 활동하며 방송통신대학에서 사회복지 공부도 병행하고 있다. 앞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좋지만, 아직 한국에 낯설어하고 한국 교육과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다문화가정 여성들을 돕고 싶기 때문이다.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이주여성들에게는 제가 그래도 먼저 한국에 온 선배잖아요. 그래서 선배로서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어요. 한국어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아이들 교육까지 제가 그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요”

가르치는 일이 가장 행복한 왕평지에 씨


중국에서 교사 생활을 했던 왕펑지에(35, 중국) 씨는 양산초등학교에서 4년 만에 다시 만난 교실이 반갑다고 말했다.

“처음에 한국에 와서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있었을 때는 많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인 교사를 다시 하게 되니까 기뻐요”

한국에 오자마자 독학으로 한국어를 익힌 왕펑지에 씨는 고향에서 교사였던 경험을 살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한국어 도우미로 봉사활동을 했다. 수업 중 단어와 문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결혼이주여성에게 중국어로 쉽게 설명을 하는 활동이었다. 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왕펑지에 씨는 교사가 자신의 천직임을 다시 깨달았다.

“집에 아이가 있어서 이중언어강사 과정에 쉽게 도전을 하지 못했는데 남편의 도움과 지지로 도전할 수 있게 됐어요. 남편은 제게 다른 사람을 가르칠 때 눈이 빛난다고 말해주면서 힘을 줬어요.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교육을 이수하기는 어려웠지만 다 이겨냈죠”

현재 왕펑지에 씨는 정규 수업에는 들어가지 않고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한국어와 수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어를 어렵게 느끼는 아이들에게 기초부터 알려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이들과의 소통도 잘 안 되고 저에게 마음의 문도 열지 않았어요. 하지만 제가 처음 한국어를 접했을 때를 떠올리며 아이들에게 하나씩 알려주니 저를 따라줬습니다. 지금은 표정도 밝고 한국어 실력도 많이 늘었어요. 속도는 느리지만 받아쓰기도 곧 잘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왕펑지에 씨는 더 나은 교사가 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검정고시에 도전해 초등학교 아이들이 어떤 과정을 배우고 있는지 함께 익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방송통신대학에서 사회복지학 공부도 병행하고 있다.

“지금은 양산초에서만 이중언어강사 활동을 하고 있어요. 기회만 주어진다면 다른 학교에서도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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