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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원사를 야생화 천지로 만든 사람은 주지 시주 스님이다. 시주 스님이 처음 계원사에 머물게 된 12년 전과 비교하면 지금과 같은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처음 왔을 때만 하더라도 이곳은 대나무 숲에 가려져 습하고 햇빛도 받지 못하는 곳이었습니다. 전통사찰이었지만 습한 환경 탓에 뱀과 벌레가 가득했고 사찰 건물은 비가 새기도 했죠”
하지만 스님이 계원사에 머물기로 마음먹은 것은 사찰 곳곳에 자리 잡고 있던 야생화 때문이었다. 악조건 속에서도 꽃망울을 터트린 이름 모를 야생화들을 보며 평온과 안정을 느꼈던 것이다. 그 후 스님은 계원사를 가꾸기 시작했다.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높게 자라있던 대나무를 손수 잘랐다. 그리고 마을에 내려갈 때마다 야생화 화분을 하나씩 사서 사찰과 등산로 사이 적당한 곳에 놔두기 시작했다.
“제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꽃을 보며 느꼈던 평온한 마음을 다른 분들께도 전하고 싶었어요. 그런 저를 보고 마을 사람들도 집에 있던 야생화 화분을 주시기도 했죠. 마을 분들도 그렇고 등산객들도 그렇고 제가 이렇게 오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을 겁니다. 2년 동안 주지 스님이 7번이나 바뀌었으니까요. 하지만 매일 대나무를 자르고 야생화를 돌보는 모습을 보며 저에게 마음을 열어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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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를 기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전에 꽃을 가꿔본 적이 없던 스님은 모든 꽃에게 똑같이 물을 주고 햇빛을 보여줬다. 하지만 여린 야생화는 추위에 얼어 죽기도 하고 뜨거운 햇살에 녹아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거치며 스님은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어떤 꽃은 물을 싫어했고 어떤 꽃은 그늘을 좋아하기도 했다. 꽃이라고 다 같은 환경에서 자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각자의 환경에 맞춰 돌봐주니 꽃들은 이듬해에도 다시 아름답게 피어났다.
“꽃을 가꾸면서 알았습니다. 꽃도 사람과 같다는 것을요. 유독 흙을 좋아하는 꽃이 있고 물을 좋아하는 꽃이 있듯 사람도 각자가 좋아하는 것이 다르고 행동하는 것이 다릅니다. 그래서 각 개인의 성향을 이해하고 서로 배려할 때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요. 저에게 꽃을 가꾸는 일 그 자체가 수행이 됐고, 저 생명들을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고 있습니다”
12년 간 계원사에 머물며 스님은 자신이 처음 계원사에 왔을 때 사람들에게 받았던 많은 것들을 떠올리고 그 마음을 어려운 이들에게 다시 베풀어주기로 마음먹었다.
“양산 지하철역 주위에 시내가 생기면서 아래 마을에는 형편이 어려운 분들만 남아 있습니다. 마을 분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는 베풀어야죠”
7년 전부터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어르신 목욕 봉사를 해오고 있는 스님은 지난해부터 야생화 축제를 열기 시작했다. 도보로만 올 수 있고 규모도 작은 사찰이지만 지난해 300여명이 계원사의 야생화를 보기 위해 다녀갔다. 올해도 지난 28일 야생화 축제를 열어 많은 사람들이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계원사의 야생화 축제는 이웃과의 나눔을 목적으로 해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올해도 이웃을 위한 나눔 잔치를 열었고 앞으로도 계속 할 생각입니다. 야생화 축제는 하루지만 계원사는 사시사철 다른 모습의 야생화들이 피어나고 있으니 마음의 여유와 안정이 필요할 때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한 차도 한 잔 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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