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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할머니 같은 편안한 교사로 남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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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같은 편안한 교사로 남고파”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3/05/28 09:32 수정 2013.05.28 09:32
올해의 스승상 수상한 웅상고 이영욱 교사




“기대하지도 않던 상을 받게 돼 민망하고 부끄럽습니다. 제가 한 모든 일은 주변의 많은 선생님과 학생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는데 저 혼자의 공이 되는 것 같아 부담스럽네요. 이 상을 ‘교사로서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하라’는 격려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지난 20일 교육부와 한국교직원공제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뽑은 제2회 대한민국 스승상 수상자 10명을 발표했다. 그 중에는 중등부문 근정포장을 받은 웅상고등학교 이영욱(51) 교사가 있다.

청소년 끼와 재능 펼칠 공간 마련 앞장서

이 교사가 처음 교직생활을 시작한 건 27년 전. 3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양산에서 보냈다. 그만큼 양산의 교육 사정을 잘 알고, 수많은 학생들과 인연을 맺으며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인근 지역인 부산보다 뒤쳐진 양산의 교육 환경과 부족한 아이들만의 문화를 안타까워했다.

“아무래도 부산보다 교육적인 환경이 좋지 못하다보니 학생들 스스로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했어요. 계속 학교에 갇혀있으면서 공부만 해야 하는 거죠. 10시간이 넘는 시간을 교실에서만 갇혀있어야 하니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그래서 학교 안에서라도 웃으며 즐길 수 있도록 아이들이 원하는 동아리를 만들어주기 시작했어요”

이 교사는 아이들이 하고자하는 활동을 듣고 그에 해당하는 동아리를 만들어줬다. 댄스부, 밴드부, 사물놀이부 등 학업으로 지쳐있는 아이들이 동아리에서나마 그들의 끼와 재능을 마음껏 펼쳤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이뿐만 아니라 양산에 있는 다양한 인프라를 활용해 클럽 활동(C.A)을 개발해내고 청소년 문화제를 처음 개최해 청소년 연극제와 영상제로 발전시키기도 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다른 것도 잘합니다. 그렇다고 학교가 우수한 아이들만 돌보는 곳은 아니에요. 그들보다 많은 보통의 아이들에게 더 많은 신경 써야 합니다. 학교에서도 공부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평범한 아이들의 개성을 일깨울 수 있는 활동을 많이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 활동이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말할 순 없어요. 하지만 훗날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회상했을 때 공부로 힘겨웠던 날들이 아닌 학교에서 웃으며 즐겁게 보냈던 행복했던 날들을 떠올리는 것. 그게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교사는 졸업한 학생들로부터 ‘행복했던 학창시절’을 그리워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는 제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렸을 때 즐거웠던 기억이 훗날 아이들에게 많은 힘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학교가 아이들에게 해야 할 일이 많은 웃음과 행복을 전달하는 일이라는 것도 깨닫게 됐다.

학교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 행복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지지 않고 아이들이 행복한 마음으로 학교생활을 해야 한다’를 추구하는 이 교사는 전교조 양산시지부 지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 교사의 교육철학이 뚜렷하다보니 다양한 활동을 펼치다 종종 학교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는 “그때는 그 생각과 신념만이 옳다고 느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거기다 날카롭고 직설적인 화법을 사용해 학생에게도, 학교에게도 ‘무서운 사람’으로 오해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곧은 것만이 최선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은 부드러워지고 둥글게 가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예전에는 단번에 목표에 도달하려 했지만 지금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단계를 밟아가며 학교가 저의 제안에 적응할 시간을 주려합니다. 그러다보니 학교에서도 갈등 없이 저의 제안을 수용해 주셨어요. 그때 ‘아, 이렇게 함께 갈 수도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 교사는 지금은 오히려 그를 지지하고 믿어주는 사람들이 많아 자신도 모르게 이것저것 일을 벌여놓게 된다고 말했다. 운동회, 청소년축제 등 ‘행복한 아이들’을 만드는 일에는 늘 이 교사가 중심에 있다. 각종 행사를 준비할 때는 힘들어 ‘다음에는 하지 말아야지’라고 수천번 다짐하지만 아이들의 행복한 표정과 “재밌었다”는 한 마디에 힘들었던 모든 피로가 녹아버려 또 다시 아이들을 위한 축제를 계획한다.

“이제는 슬슬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 때문에 계속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웃으면서 ‘선생님, 이번에는 이거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데 어떻게 안 들어줄 수가 있겠어요.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이 제 삶의 원동력이에요”

엄마 넘어 ‘포근한 할머니’같은 교사 되고파

이 교사는 자신과 연을 맺은 아이들의 기억 속에 그의 모습이 ‘할머니처럼 편안한 존재’로 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민이 있을 때 얼마든지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의 지친 마음을 끌어 안아줄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늘 저에게 그랬어요. ‘선생님이 무서워서 다가가기도 겁나지만 이상하게 속마음을 이야기하게 된다. 그리고 나를 이해해준다’고요. 지금도 아이들에게 엄마 같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이제 나이가 나이인 만큼 엄마에서 할머니가 되겠지만 어찌됐든 편안하고 포근한 선생님으로 아이들 기억 속에 남고 싶습니다”
↑↑ 이영욱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문화체험 활동에 나선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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