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치러질 수학능력시험 준비로 한창 바쁠 고등학교 3학년. 학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학교와 학우들을 위한 새로운 문화 만들기에 앞장서는 고3이 있다. 웅상고등학교 전교학생회 강련욱(19), 강유주(19), 김태영(19), 배유진(19) 학생들이 그 주인공이다.
학생들을 대표하는 학생회에서 학교와 학생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들의 활동은 조금 남다르다. ‘능동적인 학생회’를 내세우며 학우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일을 찾아내고 있다.
색다른 활동의 시작은 ‘양심 우산’이었다. 교내에 학우들이 두고 가 사용하지 않는 우산을 수거했다가 비가 오면 대여해주는 깜짝 이벤트였다.
강련욱 학생은 “우산을 수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내린 적이 있는데 학교 방송으로 양심 우산 행사를 진행했다. 방송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확보했던 우산 모두를 학우들이 빌려 갔다”며 “우산을 쓰고 안 돌려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친구들이 모두 돌려줘서 이 행사의 이름도 ‘양심 우산’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지금도 갑작스럽게 비가 오는 날이면 웅상고에는 ‘양심 우산’이 등장한다.
ⓒ |
롤링페이퍼를 제안한 김태영 학생은 “매년 맞는 어버이날이지만 부모님께 특별한 선물을 드리고 싶어 고민하다 보니 롤링페이퍼를 떠올리게 됐다”며 “‘집에서의 나의 모습’과 ‘친구들이 보는 나의 모습’에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부모님이 알지 못하는 친구의 모습을 알려주면 색다를 것 같아 제안했다”고 말했다.
태영 학생의 생각처럼 색다른 어버이날 선물은 학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학교로 전화해 고마움을 전한 학부모부터 직접 학교를 찾아와 인사를 건넨 할머니, 그리고 반 친구들의 롤링페이퍼에 손수 답장한 학부모까지. 올해 처음 시작한 ‘어버이날 사랑의 롤링페이퍼’는 3학년 학생들만 참여했지만 이들은 내년에 후배들이 이 행사를 할 수 있도록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색다른 기부 계획도 세우고 있다. 집에 불필요한 물건들을 가져와 파는 ‘알뜰 시장’을 개최하고 그 수익금으로 형편이 어려운 학우들을 위한 김장 김치를 담아 나눠주는 것이다.
강유주 학생은 “불필요한 물건을 서로 사고, 팔아서 자원을 절약할 수 있고 수익금으로 다른 친구를 도울 수 있는 일이기도 해서 가장 즐거운 행사인 것 같다”며 “알뜰 시장을 몇 번 열지 않았지만 틈날 때마다 시장을 열고 수익금을 모아 도움이 필요한 학우들에게 맛있는 김치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학년 담당 이영욱 교사는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에 관심을 두는지 알 수 있어 교사인 저에게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
↑↑ 웅상고 학생회가 지난 5월 ‘주거니 받거니 알뜰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
ⓒ |
즐거운 학교 만들기 나설 것
새로운 학교 문화 만들기에 도전하는 네 학생은 ‘전교학생회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웅상고의 학생이기 때문에’ 움직인다고 입을 모았다. 다니고 싶은 학교, 추억과 웃음이 많은 학교를 위해서는 학교 행사에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하고 싶은 행사를 제안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강유주 학생은 “앞으로 후배들이 다닐 웅상고에서 재미있고 즐거운 일들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에 여러 가지 일을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배유진 학생은 “저희의 제안이 부족하더라도 귀 기울여 주시고 아이디어도 보태주시는 선생님들 덕분에 더 힘을 얻는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강련욱 학생은 “친구들을 위해, 후배들을 위해, 학교를 위해 거창한 행사는 아니지만 학우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열어 웃음 가득한 웅상고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