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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김미경(50, 상북면) 씨. 평범한 미용실 원장인 그는 수영, 국토 종주, 산악등반, 마라톤, 스키까지 짜릿한 자극과 한계를 극복하는 모험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김미경 씨가 극한 스포츠를 시작한 것은 10년 전, 산악자전거를 접하게 되면서다. 취미로 올랐던 산을 산악자전거로 다니니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됐다. 자전거에 올라 거친 산길을 달리다 보면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온전히 ‘라이딩’에 몰두하게 된다. 그 몰입감은 김 씨를 산악자전거의 세계로 빠지게 했다.
“‘여자가 자전거를 탄다’고 하면 생활 자전거를 생각해요. 지금은 산악자전거도 대중화가 됐지만 그때만 해도 활성화된 종목은 아니었죠. 산악자전거는 일반 자전거와 다른 매력이 있어요. 평지를 달리는 것보다 울퉁불퉁한 산길을 달릴 때의 쾌감과 전율, 느껴본 사람만 안다니까요”
산악자전거의 매력을 느낀 그는 다른 스포츠에 도전하면서 또 다른 짜릿함을 찾기 시작했다. 암벽타기부터 시작해서 마라톤, 철인 3종 경기 등. 도전하는 운동이 많아지고 그 운동에 익숙해질수록 김 씨는 자신의 한계를 느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극한 스포츠에 발을 들이게 됐다.
자전거로 4대강 자전거길 450km를 달려 국토 종주를 하고, 산악 지형 33km를 달리는 크로스컨트리에 도전했다. 때로는 두 발로 100km라는 어마어마한 길을 달렸고 학생들을 이끌고 신불산 정상에 올랐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그 시험을 통과할 때마다 김 씨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올해 6월, 산악자전거를 시작했을 때부터 도전해보고 싶었던 울트라 랠리에 출사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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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대회에 맞는 준비를 했어요. 380km를 36시간 안에 들어오는 경기였기에 잠을 안 자고 어두운 환경에서 자전거를 타는 훈련을 해야 했죠. 밤에 울릉도 성인봉을 산악자전거로 오르고 경기가 펼쳐지는 고흥 일대도 시험 운행을 했어요. 연습하면 할수록 완주한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그리고 나도 꼭 해내리라고 마음먹었죠”
전라남도 고흥부터 벌교, 순천을 지나 다시 고흥으로 돌아오는 고흥MTB300울트라랠리에 출전한 김 씨는 500명이 참여한 이번 경기에서 150등을 차지했다. 순위만 보면 낮은 것 같지만, 참가자 중 197명만 완주했고, 김 씨가 울트라 랠리에 처음 도전해 얻어낸 성적이었기에 그에겐 어떤 때보다 소중한 성과였다.
하지만 첫 도전에서 김 씨는 가장 큰 고비를 맛봤다. 사전답사와 연습으로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실제 경기에서 예상하지 못한 위험을 맞닥뜨리게 된 것. 무난하게 완주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라이딩을 하다 내리막길 구간에서 속도를 제어하지 못해 넘어져 팔뚝에서 팔꿈치, 허벅지까지 타박상을 입었다. 팔꿈치는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고 도움을 청할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급하게 붕대로 상처를 수습하면서도 ‘무섭다’는 생각보다 ‘완주하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더 컸어요. 당연히 완주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깟 상처 때문에 여기서 무너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떻게 준비하고 도전한 기횐데, 이번을 놓치면 안 된다는 일념으로 다시 자전거에 올랐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상황에서 무섭다는 생각을 안 하고 자전거를 탄 제가 놀라워요”
34시간 58분 47초. 고통과 고난을 이겨내고 랠리를 완주한 김 씨를 보며 모든 사람이 박수를 쳤다.
“대회 참가자들도 제가 완주할 줄은 몰랐나 봐요. 아무래도 여성은 잘 도전하지 않는 분야였기 때문에 극한의 여정을 이겨낼 거라는 예상은 못 했겠죠. 그래도 도전에는 성별이 존재하지 않아요. 성별의 차이는 있지만, 그 극복도 저의 역량이고 의지죠”
도전에서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의지력
김 씨는 체력, 지구력보다 중요한 것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의지력이야말로 울트라 랠리를 완주할 수 있게 하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울트라 랠리를 극한의 운동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강인한 의지력만 있다면 나이도, 성별도 상관없이 누구나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웬만한 극한은 다 경험한 것 같은 김 씨지만 꼭 해보고 싶은 도전이 남았다. 바로 ‘백두대간 1천200km 종주’다. 김 씨는 “시간이 있다면 꼭 도전해 보고 싶은 것”이라며 “울트라 랠리도 성공적으로 해냈으니 종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루함 속에서 살기보다는 열정 속에서 뜨겁게 살고 싶어요. 극한 스포츠가 주는 성취감과 만족감, 그것을 얻기 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 그것이 저를 살게 하는 원동력이고 저를 있게 하는 또 다른 힘이죠. 앞으로도 도전으로 저를 담금질해 건강한 삶을 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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