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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방공예는 조선시대, 엄격한 유교사회에서 사회적 활동이 제한됐던 양반집 규수들의 생활공간인 규방에서 생성됐다. 바느질로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던 규방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조선 여인의 창조적 에너지가 가득한 규방공예로 생활용품, 인테리어 소품 만들기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양산문화원(원장 정연주)은 다른 지역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던 ‘규방문화’에 관심을 갖고 생활규방공예반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전통문화의 맥을 잇고 있는 생활규방공예반에는 규방공예를 배우기 위해 양산시민을 비롯해 김해, 울산 등에서도 수업을 들으려 찾아온다.
규방공예, 생활 속으로 들어오다
지난 3일 수요일 오전 10시, 양산문화원 3층 강의실엔 여인들의 웃음소리가 넘쳐흘렀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인들은 하나 같이 바늘과 실을 들고 앉아 수다잔치를 이어갔다. 이들의 수다엔 불편한 시댁이야기,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남편, 말썽쟁이 아이, 친구 험담은 없었다. 수강생들은 조끼를 한 땀 한 땀 만들어가며 보자기, 바늘방석, 복주머니, 저고리 등 작품이야기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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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방공예반을 지도하는 김순희 강사(사진 맨 왼쪽)는 “우리 전통이 느리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외면 받고 있지만 기성품들에서 찾을 수 없는 멋과 맛이 있다”며 규방공예의 매력을 자랑했다.
규방공예는 몇 가지 바느질 기법과 매듭 기법만 익히면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어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다. 특히 아이에게 전통의 아름다움과 느림의 미학을 알리기에 이보다 좋은 것은 없다.
김 강사는 “지금 수강생들이 배우는 것은 전통공예에서 약간 변형된 생활규방공예지만 우리 선조의 정신적 가치와 생활양식을 총체적으로 담고 있으면서도 현대의 감각에 뒤처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규방공예가 또 다른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많은 분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규방공예반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늘도 문화원에선 옛 여인의 손끝에서 탄생한 규방공예를 재연하고, 잊혀져가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키며 그 정체성을 찾기 위한 바느질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