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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농부는 생명을 키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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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는 생명을 키우는 사람”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3/07/23 09:17 수정 2013.07.23 09:17
직장인으로 농부 겸업하는 강동환 씨

‘생명의 텃밭’ 수필로 문인 등단까지




평범한 직장인인 강동환(48, 평산동) 씨는 농부의 땀 냄새, 흙의 향기, 거름 냄새를 사랑하는 농사꾼이다. 검게 탄 얼굴과 굳은살 박힌 손바닥에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농사에 대한 열정은 그의 삶에 있어 가장 큰 활력소였다. 그런데 이러한 강 씨에게 새로운 열정을 불어넣고 있는 게 있다. 바로 ‘글’이다. 농사를 지으며 느꼈던 소감을 진솔하게 담아낸 수필 ‘생명의 텃밭’으로 그는 최근 한국청옥문학 수필부문에 등단하게 된 것이다.

도시농부학교서 농사 배우고
유기농법으로 그만의 밭 일궈

지난 19일 오후 3시께, 태양이 내리쬐는 무더위에도 강 씨는 텃밭 일구기에 온 힘을 쏟고 있었다. 하북면 삼감마을 초입에 위치한 강 씨의 ‘살아 숨 쉬는 생명 텃밭’에는 그의 힘으로 씨를 뿌리고 거름을 준 야콘과 쪽파, 고추, 상추 등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했다.

1일 2교대로 근무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강 씨는 틈만 나면 텃밭으로 와 농사를 지었다. 그의 농사는 골치 아픈 도시생활의 탈출구가 아닌, 노동의 의미와 생명의 신비함을 따르는 배움의 삶이었다.

강 씨가 처음 텃밭을 가꾸게 된 건 양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 주관하는 도시농부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였다. 어렸을 때 강 씨의 부모님이 걸었던 농부의 삶, 그것이 그리워 도전한 농부학교에서 그는 밭의 푸름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도시농부학교를 졸업한 후 강 씨는 천성산 중턱에 작은 돌밭을 분양받고 그만의 텃밭을 가꿨다. 생명이 자라기 힘들 것으로 보였던 돌밭이지만 밤낮없이 텃밭을 찾았다. 땅도 그의 애정을 느꼈는지 싹을 틔웠고 성공적으로 작물을 수확했다. 강 씨는 점점 더 넓은 밭을 분양받았고 현재는 600평이 넘는 삼감마을의 텃밭을 관리하고 있다.

“텃밭에 있으면서 마음과 건강까지 좋아졌습니다. 작은 생명이 주는 생기에 저도 치유된 거죠. 매일같이 밭을 돌보다 보니 몸은 조금 힘들지만, 대신 생각과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가족과 이웃에게 제 정성이 들어간 작물들도 나눠 줄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 있나요?”

강 씨는 자신을 ‘생명을 키우는 사람’으로 여기니 땅에서 자라는 작물뿐만 아니라 벌레, 곤충도 함부로 하지 않게 됐다. 그래서 그의 작물에는 벌레가 잎을 갉아 먹은 흔적도 보인다. 하지만 강 씨는 “유기농으로 자란 작물이기 때문에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맛있다”고 말했다.

텃밭 일구며 쓴 글로
문학가 꿈까지 이루다

직장을 다니고 밭을 일구고, 그래도 남는 시간에는 펜을 들었다. 원래 글쓰기를 좋아하는 강 씨였지만 텃밭을 가꾸고 난 이후에는 텃밭에서 알게 된 사실과 느낌을 글로 풀어냈다. 그리고 지난 5월, 그가 쓴 ‘생명의 텃밭’이 계간 한국청옥문학 수필부문에 당선되고 ‘문학가’의 꿈을 이뤘다.

“원래 도전하는 걸 좋아하고 욕심이 많은 성격입니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지금도 도전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죠. 그런 저에게 ‘수필가 강동환’이라는 이름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아직도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일이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죠”

농부와 문학가. 두 가지 꿈을 이룬 강 씨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앞으로 펼쳐질 문학가의 삶과 농부의 삶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있다.

“텃밭을 가꾸면서 무엇이든 정성을 들이는 만큼 결실을 보고, 노력하는 자만이 좋은 결실을 얻게 된다는 세상의 이치를 터득하게 됐습니다. 텃밭의 작물로 이웃과 나눌 수 있는 기쁨을 알게 됐고 제 글을 인정받는 감동까지 얻었습니다. 이렇게 큰 기쁨을 준 소중한 텃밭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작물에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많은 이들에게 생명의 고귀함을 알리고 싶다는 강 씨는 ‘진정한 농부’가 되기 위해 오늘도 텃밭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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