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의 문을 여는 순간 풍겨오는 진한 묵향. 붓을 들고 화선지에 집중해 적막함만 감도는 공간. 먹으로 아름다움을 그려내는 양산문화원 ‘문인화ㆍ사군자반’의 수업시간 풍경이다.
문인화와 사군자. 이 단어에서 누구는 지루함을, 누구는 고지식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수강생들에게 ‘문인화’와 ‘사군자’는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새로운 배움이고 좋은 이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이다.
양산문화원이 북정동으로 옮겨온 후 ‘문인화ㆍ사군자반’이 개설됐다.
수업을 시작한 지 이제 4개월, 하지만 수강생들의 붓끝에는 문인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담겨있다. 먹의 맛과 고전의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에는 젊은 새댁부터 어르신까지 한 데 어울려 옛것의 아름다움을 나누고 있다.
서곡 박영은 선생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사군자반을 수강한 관설당서예협회 최양두 회장은 “서예를 하다 보니 글의 내용에 맞는 그림도 표현해보고 싶어 개강할 때부터 배우게 됐다”며 “서곡 선생이 워낙 잘 가르쳐주신 덕에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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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선(70, 동면) 씨는 “나이가 있어 터득하는 속도가 조금 느리고 한문도 잘 모르지만, 붓으로 표현하는 것이 흥미롭고 즐겁다”며 “한 번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 선생님을 따라 평생교육원 수업도 듣고 있고, 수강생 모두 저를 신경 써줘서 서서히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의 말처럼 수업을 지도하는 것은 박영은 선생이나 교실에 있는 모두가 서로의 선생님이다. 다른 사람의 작품에서 부족해 보이는 것을 알려주고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이야기한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서로가 선생이 돼주고 마음을 나누며, 수강생들은 묵향처럼 진한 벗으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