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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엄마 손길로 아이 옷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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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손길로 아이 옷 ‘뚝딱’

김민희 기자 minheek@ysnews.co.kr 입력 2013/08/13 09:18 수정 2013.08.13 09:18
웅상 재봉틀 동호회 ‘웅미모’




1960~70년대에는 재봉틀이 여성의 혼수품이기도 했지만, 옷이 넘쳐나는 시대가 오고 재봉틀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그러나 최근 주부들 사이에서 다시 재봉틀이 주목받으며 내 아이의 옷을 직접 만들어 입히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초보자에게 ‘드르륵’하며 빠르게 돌아가는 재봉틀은 무서워 보인다. 옷 하나 ‘뚝딱’ 만들어내고 싶지만 기술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을 위해 이지선(34, 명동) 씨는 재능기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씨는 지난 4월 ‘웅상지역에서 미싱을 즐기는 모임’인 ‘웅미모’를 만들었다. 서창시장에서 작은 재봉틀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 씨가 처음부터 웅미모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이 씨가 활동하는 네이버 카페 ‘웅상이야기’에 그가 만든 작품을 선보이고 싶어 작품을 올리고 카페 회원들에게 재봉틀과 관련된 정보를 알려주다 보니 동호회에 대한 욕심이 생긴 것.

“제 작품을 올린 글에 ‘배우고 싶다’, ‘재능기부로 강의 부탁한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그 댓글을 읽으면서 잊혀진 줄 알았던 재봉틀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우리지역에도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함께 미싱을 즐길 웅미모 회원을 모집하게 됐어요”

매주 목요일이면 웅미모 회원들은 이 씨의 공방에 모여 작업 패턴 그리기부터 원단 재단, 박음질 기술까지 하나하나 배워간다. 회원 대다수가 개인 미싱을 소지하고 있지만 방법을 몰라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씨의 재능기부로 회원들은 점차 미싱과 친해지고 있다. 이제 수업시간이 아니더라도 집에서 혼자 옷을 만들 실력까지 쌓은 회원도 있다.

김순옥(31, 주남동) 씨는 “집에 미싱이 있었지만 간단한 수선만 했을 뿐 이걸로 혼자 뭔가 만들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강사님이 웅미모를 만들어주신 덕분에 이제는 집에서도 혼자 아이 옷을 만들어 입히기도 한다”고 이 씨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 말에 이 씨는 “큰일을 한 것도 아니고 많은 사람과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함께 할 뿐인데 이렇게 말해주니 저 역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1기 끝나지 않았는데 2기 신청 줄지어
많은 이 함께할 수 있는 장소 있었으면

웅미모 1기는 현재 9명. 이 씨는 자신의 공방이 좁은 탓에 신청한 모든 분과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1기를 운영하고 있는 지금도 웅미모에 가입할 수 있냐고 문의하는 사람이 많다.

“‘미싱’하면 돈이 많이 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지 재료비만 있으면 배울 수 있는 저희 동호회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1기를 6개월 과정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아직 2기를 모집하려면 멀었지만, 웅미모에 들어오고 싶다고 문의하는 분들도 많고, 미리 대기하고 있는 분도 있어요”

미싱 공방이 아니면 일반 사람들이 미싱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없다. 그러나 최근 물금이나 하북 등 몇몇 읍ㆍ면ㆍ동은 미싱을 주민자치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 하지만 웅상에는 미싱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아 쉽게 배울 수 없다.

“웅상에도 미싱을 배우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은데 배울 공간이 없다는 것이 아쉬워요. 개인 공방에서 배울 순 있지만 주민자치프로그램으로 미싱을 운영하면 더 많은 시민이 저렴한 가격으로 미싱을 접할 수 있을 텐데 말이에요. 우리 웅상에서도 미싱을 배울 수 있는 주민자치프로그램이 생겼으면 하는 게 바람이에요”

이 씨는 “수업시간 마다 매번 개인 미싱과 천 등을 가지고 오는 회원들의 열정을 보며 수업 때마다 최대한 많은 것을 알려줘야겠다는 다짐을 한다”며 “좋아서 시작한 일인 만큼 많은 분에게 미싱의 매력을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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