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는 연주를 위한 악기가 아니다. 조용히 연주자의 음악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 함께 손뼉 치고 노래 부르기에 딱 맞는 악기다. 그렇다고 혼자 기타 치며 노래하는 것이 재미없는 것도 아니다. 함께 어울려도 좋고, 홀로 즐겨도 좋은 악기가 통기타다.
학창시절 통기타의 매력에 빠져 혼자 연주하며 즐겼던 김상표(52, 중부동, 사진 오른쪽) 씨는 지난 2009년 7080 라이브주점까지 열 정도로 통기타에 빠져 살았다. 통기타 동호회를 구성해 통기타의 낭만을 아는 사람들과 함께 연습도 하고, 무대에서 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기타를 너무 좋아하다보니 통기타라이브주점도 차렸어요. 그런데 1년 정도 운영하다보니 체력적으로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라이브주점을 접고 한동안 기타를 놨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광고보고
놓았던 기타 잡고 무대 올라
그런 그가 다시 기타를 잡게 된 건 한 광고를 보고난 후다. TV에서 우연히 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광고가 바로 그것이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백혈병, 암 등 각종 질환으로 투병 중이지만 제대로 치료 받을 수 없는 아이를 보며 도와주고 싶었다. 자신이 후원자가 돼 매달 후원금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더 많은 이들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바로 ‘거리 공연’이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기타 연주로 시민에게는 음악의 즐거움을 전하고, 아이들에겐 사랑의 후원금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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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매달 둘째 주, 넷째 주 토요일 오후 7시면 김 씨는 이마트에서 두 시간동안 시민을 위한 콘서트를 열고 있다. 김 씨 혼자서 공연을 이끌어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자신과 함께 공연하는 파트너를 찾았다. 다행히 그의 친구 주주석(52, 사진 왼쪽) 씨가 무대에 올라 함께 노래를 한다. 같이 통기타를 쳤던 동호회 회원을 무대에 세우기도 한다. 연습도 미리 해야 하고 거리 공연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도 김 씨와 함께 아무 대가 없이 무대에 서는 동료들에게 고맙기만 하다.
공연마다 모이는 후원금 보며 감동
허락하는 한 거리 공연 계속 할 것
“혼자 했으면 못 해냈겠죠. 통기타 자체가 혼자 하는 것보다 둘이, 셋이 함께하는 게 즐거운 악기라 함께 무대 서주는 친구들에게 고마워요. 같이 연주하며 흥을 내다보면 관객들도 어느새 저희와 함께 호흡해주죠. 많은 사람들과 함께 부르는 노래라 매번 공연이 즐겁고, 거기다 제가 잘 할 수 있는 통기타 연주와 노래로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다니 일석이조(一石二鳥) 아니겠어요?”
지금까지 공연으로 모은 후원금만 해도 300만원이 넘는다. 공연을 할 때마다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40만원까지 모이는 정성을 보며 늘 감동받는다. 삶이 팍팍해졌다고는 하지만 김 씨는 공연 때마다 매번 따스한 ‘정’을 느낀다.
“공연 때마다 뿌듯함을 느껴요. 아직 세상이 이렇게 살맛나구나, 가까운 거리에서 많은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이 공연, 제가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할 생각입니다. 이 기사를 보는 시민들도 저희 공연 보러 많이 와주시고 어려운 아이들에게 작은 힘이 돼주셨으면 좋겠습니다”